알렉산더 맥퀸의 2023 봄/여름 여성 컬렉션

김자혜

Alexander McQueen 2023 S/S Collection

그리니치 왕립 해군 대학에 설치된 독특한 구조물. 투명한 풍선처럼 만들어진 이 구조물은 런던으로 돌아온 사라 버튼의 알렉산더 맥퀸 2023 S/S 컬렉션을 위한 것이다. 둥글게 구역별로 배치된 좌석, 그리고 그 사이로 걷는 모델들의 모습을 보다 보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커다란 원을 일곱 칸으로 나누어 교만, 인색, 질투, 분노, 음욕, 탐욕, 나태에 관해 그린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일곱 가지 큰 죄>라는 작품이다. 사라 버튼은 이번 컬렉션을 준비하며 ‘어두우면서도 아름다운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의 작품을 생각했다’고 말한다. 알렉산더 맥퀸이 사망한 후 발견된 수집품에는 보스의 작품도 있었는데, 그 이미지는 맥퀸의 세계와 매우 잘 어울린다. 삶과 죽음, 파괴와 아름다움, 로맨틱한 것과 음침한 것. 정반대에 위치하는 것들을 한데 묶어 자신만의 이미지로 만들어내는 맥퀸, 그리고 사라 버튼의 아름다운 세계 말이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인간성과 인간관계를 탐색하는데 주목했습니다. 눈은 인간성의 상징이자 감정의 기록이고, 고유한 개성의 표현이죠.” 알렉산더 맥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라 버튼은 파랗고 커다란 눈이 그려진 블랙 드레스로 쇼를 시작했다. 날렵하게 커팅된 블랙 턱시도 슈트 룩을 지나 그 사이사이를 채우는 (완벽한 채도의)레드와 블루, 오렌지  컬러의 룩이 눈을 시원하게 했다. 쇼 막바지, 나오미 캠벨이 새틴 스티치, 시퀸과 크리스털을 사용해 눈 모티프를 자수한 블랙 메시 소재 바디수트를 입고 등장한 뒤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작품을 화이트 컬러로 자수한 튤 드레스로 쇼는 마무리되었다. 이번 쇼에서도 사라 버튼의 장기는 여지없이 발휘되었다. 과감한 재단과 창의적인 드레이프로 완성한 실험적인 실루엣!

디지털 에디터
김자혜
영상
알렉산더 맥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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