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백, 슬라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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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이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2017년 ‘여유로운 삶의 발견’을 모토로 처음 개최한 뮤직 페스티벌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가 올가을에 열린다. 오는 10월 8일부터 10일까지,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은 팝 뮤직의 자장으로 가득 찰 예정이다. 높게 열린 가을을 무대 삼아, 이제 ‘슬라슬라’가 펼칠 음악적 하루를 누릴 차례다.

오로지 ‘슬라슬라’를 위한 플레이리스트 7

10월 8일부터 3일간, 총 15팀의 뮤지션이 무대를 펼친다. ‘슬라슬라’답게 올해도 산뜻하고 소프트한 음악을 전개하는 뮤지션이 대거 라인업을 채우는데, 이들의 음악을 장르로 따지면 R&B, 재즈, 랩, 인디록 등 다채롭다. 여기에 첫 내한으로 한국을 찾는 밸리, 라일리, 핀 애스큐를 포함해 해외 뮤지션만 총 11팀! 그리하여 페스티벌에 발걸음하기 전, 15팀의 음악을 ‘예습’하기에 좋은 7가지 플레이리스트를 준비했다. ‘떼창’을 위한 시그너처 송부터 그간 타이틀곡에 가려져 있던 숨은 매력의 수록곡까지, 오로지 ‘슬라슬라’를 위한 플레이리스트가 여기 있다.

이 곡 모르고 가지 마시오, 시그너처 송 1 

제레미 주커 ‘Comethru’ 

조나스 블루 ‘Rise’ 

더 발룬티어스 ‘Pinktop’ 

앤 마리 ‘Friends’ 

죠지 ‘Boat’ 

톤즈 앤 아이 

‘Dance Monkey’ 

벤슨 분 ‘Ghost Town’ 

라우브 ‘I’m so tired…’ 

핀 애스큐 ‘Roses’ 

레이니 ‘Malibu Nights’ 

꼭 음악을 알아야만 신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약간만 예습하면 페스티벌이 2배는 더 재미있어진다. 개인적 취향을 철저히 배제한 채, 어떤 곡이 뮤지션의 커리어를 대표하는지 깐깐하게 따져 총 10곡을 골랐다. 백발백중 첫 소절에 바로 환호가 쏟아질 곡들, 여기 10곡만큼은 페스티벌 전 필청하고 갈 것. 

이 곡 모르고 가지 마시오, 시그너처 송 2 

레이니 ‘ILYSB’ 

앤 마리 ‘2002’ 

밸리 ‘Like 1999’ 

죠지 ‘바라봐줘요’ 

웬디 ‘Goodbye’ 

라일리 ‘Let It Ring’ 

라우브 ‘I Like Me Better’ 

페더 엘리아스 ‘Bonfire’ 

이하이 ‘Rose’ 

전주가 흐름과 동시에 ‘떼창 민족’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는 노래들. 레이니의 ‘ILYSB’는 데뷔 첫 싱글이자 지금의 레이니를 만든 출세작이다. 리릭 비디오의 유튜브 조회수가 8,500만에 달할 정도로 팬을 넘어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노래다. ‘2002’는 과거 피처링으로 이름을 알리던 앤 마리가 솔로로 탄탄한 입지를 다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노래. 2019년 가온 차트 기준으로 가요들을 제치고 연간 차트 1위에 올라 국내 팝송 역사를 다시 쓰기도 했다. 라우브의 ‘I Like Me Better’는 스포티파이 누적 청취 14억 회에 달하는 글로벌 히트곡으로, 1집에 수록된 이 노래를 계기로 라우브는 세계적 스타로 거듭났다. 

가을이라는 장르 

죠지 ‘오랜만에’, ‘Everyday’ 

웬디 ‘공항로’, ‘Girls’ 

앤 마리 ‘I Just Called’ 

밸리 ‘Last Birthday’ 

레이니 ‘Ex i never had’ 

페더 엘리아스 ‘Darling’ 

라우브 ‘Paris In The Rain’ 

어쩌면 가을은 하나의 장르, 본격 가을 타는 음악들로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했다. 죠지의 ‘오랜만에’는 한국 시티팝의 원류라 불리는 김현철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노래다. 김현철이 죠지의 ‘오랜만에’를 듣고 음악을 다시 시작하겠다 마음먹었다는 일화도 전해질 정도로, 원곡의 세련된 그루브를 재현하면서도 죠지만의 스타일을 전천후로 담아냈다. 웬디의 ‘공항로’는 검정치마가 작사, 작곡, 편곡을 맡은 곡이다. 밴드 까데호, 키보디스트 고경천, 디제이 소울스케이프까지 국가대표 베테랑들이 힘을 합쳐 완성했다. 밸리의 ‘Last Birthday’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나올 법한 설렘과 여운이 가득한 곡이다. 남녀 듀엣처럼 화음을 맞추는 코러스 보컬은 드러머 카라 제임스. 밸리는 드러머가 서브 보컬을 담당하는 독특한 분업 형태를 가지고 있다. 

감성 한 스푼 더해, 느려서 아름다운 발라드 

웬디 ‘When This Rain Stops’, ‘Best Friend’ 

이하이 ‘한숨’, ‘Only’ 

죠지 ‘하루종일’, ‘좋아해’ 

벤슨 분 ‘In The Stars’ 

라우브 ‘Changes’ 

제레미 주커 ‘Always, i’ll care’ 

야외에서 대규모 관객을 움직이려면 록이나 EDM처럼 폭발적 사운드를 자랑하는 장르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이젠 옛말이 됐다. ‘여유로운 삶의 발견’을 모토로 2017년 처음 개최한 ‘슬라슬라’에선 감성 넘치는 가사, 소울풀한 목소리의 발라드 넘버가 진정으로 빛을 발한다. 웬디의 ‘When This Rain Stops’는 2022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팝 노래’ 부문 후보에 오르며 이미 검증된 팝 발라드. 오직 피아노 반주와 보컬로만 승부 보는 ‘When This Rain Stops’가 울려 퍼질 때 가을의 한가운데서 열리는 ‘슬라슬라’의 진가가 드러나지 않을까? 한편 ‘맹세할게, 항상 널 생각할게’라고 읊조리는 제레미 주커의 ‘Always, ill care’, 빛바랜 생일 편지를 보며 하늘의 별이 되어 떠나간 이를 그리워하는 벤슨 분의 ‘In The Stars’가 공연이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순간 드라마틱하게 울려 퍼지는 상상도 해본다. 

올림픽공원을 산책하며 듣고 싶은 음악 

페더 엘리아스 ‘Lighthouse’, ‘Loving You Girl’ 

제레미 주커 ‘Supercuts’ 

웬디 ‘Why Can’t You Love Me?’ 

이하이 ‘손잡아 줘요’ 

죠지 ‘Surf’, ‘Water’ 

레이니 ‘You!’ 

밸리 ‘Oh shit… are we in love?’ 

라우브 ‘Kids Are Born Stars’ 

페스티벌이 열릴 즈음이면 ‘슬라슬라’가 개최되는 올림픽공원 일대도 붉게 물들 것이다. 가을과 산책, 산책과 음악은 뗄 수 없는 관계. 날씨가 좋아 무작정 걷고, 걸으며 듣다 시간을 훌쩍 보내게 할 노래를 골랐다. 페더 엘리아스의 ‘Lighthouse’는 산뜻한 어쿠스틱 기타에 발걸음이 가벼워질 정도의 적당한 그루브가 특징인 곡이다. 그가 한국에서 데일리 팝으로 크게 사랑받는 데엔 이런 저자극 사운드와 한 스푼의 그루브가 한몫하지 않았을까? 이하이의 ‘손 잡아줘요’는 바버렛츠의 보컬 안신애가 작곡한 곡으로, 마치 1960년대 빌보드 R&B 차트를 석권했던 벤 E. 킹의 ‘Stand By Me’를 떠올리게 만든다. 해가 중천일 때 시작한 산책의 끝은 가벼운 업비트의 기타와 부드러운 남녀 보컬 화음이 어우러진 ‘Like 1999’로 틱톡에서 바이럴되며 화제를 모은 캐나다의 4인조 인디팝 밴드 밸리의 ‘Oh shitare we in love?’로 마무리해볼 것. 

제대로 ‘힙’한, 트렌디한 사운드의 요즘 음악 

레이니 ‘Dna’, ‘Thick And Thin’ 

조나스 블루 ‘Younger’, ‘Angles’ 

죠지 ‘I’m so tired..’ 

앤 마리 ‘Birthday’ 

라일리 ‘Strange Love’, ‘You’ 

라우브 ‘Stranger’, ‘Fuck, i’m lonely’ 

‘힙하다’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왔다. 엘비스 프레슬리 시대에는 백인이 흑인의 블루스를 흉내 내는 것이 힙한 것이었다. 펑크 시대에는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연주를 ‘너무 잘하지 않는’ 게 힙했다. 한편 올해 슬라슬라 라인업은 요즘 시대의 힙이 무엇인지 말해주는 것 같다. 바야흐로 밴드 기반의 전통적인 팝이 아닌 일렉트로닉과 힙합의 영향을 받은 R&B 성향의 팝이 대세. 죠지의 ‘Im so tired..’는 R&B 특유의 코드 진행을 평범한 피아노나 일렉트릭 피아노가 아닌 독특한 전자음 사운드로 풀어낸 곡이다. 조나스 블루의 ‘Angles’는 최근 다시 유행 중인 복고적인 아날로그 신시사이저 톤으로 만들어졌다. 레이니의 ‘Thick And Thin’은 1990년대 힙합 비트를 품고 있다.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 SNS 어딘가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노래들이 이번 페스티벌을 장악할 예정이다. 

적당히 두둠칫, 내적 댄스 유발하는 노래들 

톤즈 앤 아이 Charlie’ 

핀 애스큐 ‘Peach’ 

페더 엘리아스 ‘Better Alone’ 

•조나스 블루 ‘Always Be There’ 

라우브 ‘All 4 Nothing (I’m So In Love)’ 

웬디 ‘나를 신경 쓰고 있는 건가’ 

밸리 ‘Champagne’ 

이하이 ‘빨간 립스틱’ 

축제에 흥이 빠질 수 없는 법. 올해 ‘슬라슬라’ 페스티벌은 소프트한 음악을 전개하는 아티스트들이 대거 라인업을 채우지만, 그들의 디스코그래피 중 가장 에너제틱하고 그루비한 곡으로만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했다. 페스티벌 첫날 무대를 장식하는 조나스 블루는 영국의 하우스 음악 프로듀서로, 하우스는 가장 대표적인 클럽 음악 장르다. 다만 강력하고 헤비한 전자음을 즐겨 쓰는 EDM 아티스트들과 달리 트로피컬 하우스처럼 듣기 편안한 사운드를 추구하는 것이 조나스 블루만의 특징. 한편 ‘Charlie’는 톤즈 앤 아이의 음악 중 유독 강력한 비트를 가졌다. 훵크 영향을 받은 그루비한 리듬에 힘 있는 사운드를 입힌 신나는 댄스 팝으로 페스티벌의 흥을 한껏 올려줄 트랙이다. 

이토록 투명한 사랑 

유소년 시절, 노르웨이 프로 축구 리그에서 선수로 활동하던 페더 엘리아스가 음악 신에 등장한 것은 2018년의 일이다. 그의 데뷔곡이자 페더 엘리아스라는 뮤지션을 세상에 알린 신호탄이 된‘S imple’은 연인이 있지만 친구에게 마음이 끌리게 되는 아슬아슬한 감정의 줄타기를 그린다. 사랑의 다양한 스펙트럼 중에서도 가장 풋풋한 감정을 끄집어내 담백한 노랫말, 감성적 무드의 멜로디로 곡을 완성하는 것이 페더 엘리아스만의 스타일. 누구나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러브 송이되, 그만의 청량한 보컬을 곁들인 노래가 조만간 ‘슬라슬라’ 무대에 울려 퍼질 참이다.

©Guro Sommer

<W Korea> 한국 팬들이 당신을 ‘모닥불 청년’이라 부르더라(웃음). 2019년 발표한 싱글 ‘Bonfire’로 얻은 별명이라 들었다.

페더 엘리아스 그 별명 좋아한다(웃음). 개인적으로 ‘Bonfire’는 원래도 특별한 곡이었는데, 한국 팬들이 이 곡을 특히 아껴준 덕분에 앞으로도 계속 특별하게 느껴질 것 같다. ‘Bonfire’를 썼던 날을 지금도 기억한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던 날이었고, 여름이 오기 직전이었다. 곡 작업을 시작하기 전 ‘오늘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즐거운 노래를 써보자’고 혼자 다짐한 기억이 난다. 내가 쓴 곡 중 가장 빠르게 완성한 곡이기도 하다. 첫 멜로디가 떠오르자마자 나머지 부분도 순식간에 썼으니까. 가사는 내가 살며 느끼는, 가장 사랑하는 한 순간을 묘사한다. 해가 지면 모닥불 앞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이때 느끼는 모든 감정이 날 웃음 짓게 만들고, 음악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올해 4월 첫 정규앨범 <Love & Loneliness>를 발매했다. 앨범의 시작점은 무엇이었고, 이를 어떻게 발전시켰나?

이번 앨범에는 과거 발표해 많은 사랑을 받은 ‘Loving You Girl’, ‘Bonfire’는 물론 신곡까지 총 11곡을 수록했다. <Love & Loneliness>라는 앨범명에서 알 수 있듯 사랑과 외로움이라는 상반되지만 서로 닮은 두 감정을 키워드로 한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쓰고 싶었다. 그래서 사랑에 빠지면 으레 느끼는 감정들이 고스란히 곡에 담겼다. 다만 이런 일상적인 감정들에 약간의 변주를 줘서 노래를 들을 때 기시감과 낯섦이 모두 느껴지도록 했다.

<Love & Loneliness> 앨범에서 특히 관객이 주의 깊게 들어줬으면 하는 트랙이 있나?

10번 트랙인 ‘Best Friend’. 가장 친한 친구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무척 공감되는 이야기이기도 해서…(웃음). 절친한 친구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일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일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개인적으로 ‘Best Friend’처럼 군더더기 없는 멜로디와 가사의 따스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한국 팬들도 꼭 들어줬으면 좋겠다.

<Love & Loneliness>를 통해 사랑이 지닌 다양한 의미를 말했다. ‘사랑’은 송라이팅에 있어 당신에게 가장 영감을 주는 요소인가?

사랑만큼 스펙트럼이 넓은 감정도 없는 것 같다. 파트너와의 관계, 친구와의 우정, 반려동물을 향한 마음…. 또 내가 어떤 상황인지,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게 사랑이니까. 언젠가는 ‘사랑이란 무엇일까’를 주제로 사랑 그 자체에 대한 노래를 써보고 싶기도 하다. 일단 그전에 서울에서 느낄 사랑이 너무나도 기다려진다(웃음).

하하. 곧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2022’ 무대에 선다. 첫 내한인데 어떤 기대를 품고 있나?

개인적으로 엄청나게 벅찬 일이 될 것 같다. 내 인생을 바꿔준 한국 팬들을 직접 만나고 공연을 보여줄 수 있어 정말 기대된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올해 5월 K팝 뮤지션 수란과 함께 앨범 <Darling>을 발매했다. 그와의 협업은 어땠나?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작업하는 동안 그녀는 의심할 여지 없이 완벽한, 멋진 아티스트였다. 오래전 수란으로부터 함께 곡 작업을 하자는 연락이 왔고, 그렇게 협업한 결과가 지난 5월 마침내 세상에 나왔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의 아티스트와 작업하고 싶다. BTS, 세븐틴, 아이유도 너무나 좋아하는 뮤지션이라 언젠가 꼭 함께 작업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작년 소니뮤직코리아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한국 간식 먹방 영상을 흥미롭게 봤다. 지금도 종종 생각나는, 가장 마음에 들었던 한국 간식이 있나?

콘칩!(웃음) 한국 과자는 노르웨이 과자와 비슷한 듯 달라서 개인적으로 무척 흥미롭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때 먹방 촬영이 끝나고 소니뮤직코리아 직원분들에게 맛보시라고 노르웨이의 간식을 국제 택배로 보내기도 했다(웃음). 노르웨이의 국민 감자칩부터 탄산음료, 젤리까지 푸짐하게 보냈다. 한국 직원들이 택배 인증샷까지 친절히 찍어 보내준 기억이 있다.

음악에 얽힌 당신의 가장 오래된 기억은 무엇인가?

여섯 살 때 소년 합창단 오디션을 보러 간 적이 있다. 당시 어머니가 차로 데려다주셨는데, 막상 오디션장에 도착하니 갑자기 얼어붙어서는 차에서 내리기 싫다고 떼쓴 기억이 있다(웃음). 결국 어머니가 잘 타일러 오디션을 봤는데, 막상 오디션장에선 활짝 웃으면서 춤까지 신명 나게 췄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합창단에 들어가길 참 잘한 것 같다. 어쩌면 내게 일어난 모든 일 중 가장 의미 있는 일일 거다. 열세 살까지 합창단 활동을 하며 노래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으니까.

굳이 음악 작업이 아니더라도 당신을 충만하게 만드는 시간은 언제인가?

축구 하는 걸 정말 좋아한다. 혹시 내가 서울에 있을 동안 한국 팀 경기가 열린다면 알려달라 (웃음). 꼭 보러 가고 싶다.

음악 페스티벌을 즐기는 당신만의 기막힌 방법이 있다면?

잘 먹고, 잘 마시고, 잘 노는 것!

페스티벌이 끝나고 서울에서 휴식을 보낼 시간이 주어진다면?

하고 싶은 게 정말 많다. SNS에 저장해둔, 평소 가고 싶었던 서울의 명소도 방문하고 싶고 쇼핑도 할 예정이다. 시간이 허락하면 등산도 하고 싶다. 또 한국에서 여러 프로모션도 진행할 거라 무척 기대된다.

라일리의 팝 판타지 

영국에서 약 300km 떨어진 유럽의 섬 페도 제도는 2021년 데뷔한 라일리의 고향이다. 열여덟이 되던 2019년의 어느 날, 라일리는 틱톡을 개설해 커버 영상을 올렸는데 컬러풀한 파스텔 톤 배경에 은색 마이크를 두고 열창하는 모습은 1~2주 만에 25만 명의 팔로워를 불러모았고, 통통 튀는 음색에 주목한 귀 밝은 레코드사는 페도 제도에 살던 그에게 정식 음반을 발매하자며 계약서를 건넸다. 그렇게 탄생한 오늘의 팝 신예. 2021 아이폰의 기본 벨소리를 샘플링한 메이저 데뷔 싱글 Let It Ring’으로 단숨에 빌보드까지 점령한 라일리는 무엇보다 ‘들리고, 보이는’ 음악을 지향한다.

<W Korea> 머지않아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2022’ 무대에 선다. 첫 내한인데 어떤 기대를 품고 있나?

라일리 무엇보다 ‘드디어!’라는 느낌이다. 한국에서 공연하는 것을 오래 고대해왔다. 2021년 발표한 데뷔 싱글 ‘Let It Ring’ 뮤직비디오에서 한국어 ‘문제 소녀’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등장한 적이 있는데, 그로부터 1년이 지나 올해 마침내 한국 무대에 서게 됐다. 한국 팬들을 직접 만나고 공연할 생각에 무척 떨리고 기쁘다.

당신의 노래 중 한국 관객에게 가장 사랑받은 곡은 단연 아이폰 기본 벨소리를 차용한 곡 ‘Let It Ring’이다. 어떻게 탄생하게 된 곡인가?

‘Let It Ring’은 팬데믹이 한창이던 록다운 기간에 나온 곡이다. 앨범 작업을 하던 중 어느 날 A&R 담당자로부터 이메일로 ‘Let It Ring’의 초안을 전달받았는데, 듣자마자 ‘이거다’ 싶었다. 돌이켜보면 2019년 개설한 틱톡을 통해 나의 음악을 알릴 수 있었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가장 상징적 요소를 차용한 ‘Let It Ring’은 나의 첫 데뷔곡으로 더없이 좋은 선택지이지 않았나 싶다.

지난해 첫 EP <Brb, Having an Identity Crisis>를 발매했다. 한 인터뷰에서 이 앨범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헷갈리는 정체성의 혼란’을 전하고자 했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나?

‘Let It Ring’ 발매 이후 어떤 갈증을 느낀 것 같다. 사람들과 나의 내밀한 면을 공유하고, 내 삶에서 일어난 다양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EP에 수록된 곡을 보면, 모두 내적 갈등이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마주하게 되는 어려움을 다루고 있다. ‘Superman’은 알코올중독이던 아버지와 지내며 겪은 유년 시절의 아픔을 말하고, ‘Strange Love’는 자기애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기수용’을 주제로 한 곡이다. EP를 작업하던 때를 돌이키면, 당시 진로와 경력 면에서 어떤 ‘전환기’에 있었다고 느껴진다. 커버곡을 불러 SNS용 영상을 만들던 ‘나’에서 비로소 나만의 노래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 아티스트인 ‘나’로 변화하는 지점에 있었달까? 내 인생을 돌아보면서 지금 얼마나 멀리 왔는지, 또 앞으로 갈 길이 얼마나 먼지 생각했고 모든 것을 제대로 해온 건지, 달리 어떻게 흘러갈 수 있을지 고민했던 것 같다.

캐치한 멜로디 라인, 자전적 서사, 팔세토 창법이 당신의 음악적 특징이라 생각한다. 당신은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나도 캐치한 멜로디 라인을 꼽고 싶다. 또 개인적으로 나의 음악에서 ‘비주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늘 듣자마자 ‘알록달록하다’라는 공감각적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을 만들려고 하는 편이다. 마치 ‘Let It Ring’을 들었을 때 여러 색깔이 보이는 듯한 것처럼 말이다. 나에게 음악과 시각적 요소는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2019년 개설한 틱톡을 통해 단숨에 세상에 당신의 이름을 알리고 오늘날 세계를 무대로 공연하는 것, 이는 어쩌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이를 제외하고 당신의 인생을 돌이켰을 때 ‘기적’이라 부를 만한 사건이 있었다면?

하나 생각나는 게 있는데, 당시 너무 어렸기 때문에 그게 얼마나 기적적인 일인지도 몰랐다. 열세 살 무렵, 학교에서 체조를 하다 다리를 심하게 다친 적이 있다. 몇 시간에 걸쳐 아주 복잡한 수술을 받았고, 몇 주 동안 외부 고정 장치로 다리를 지탱하며 지낸 기억이 있다. 이후 완전히 회복하기도 했고 사람 다리가 부러지는 건 꽤 흔한 일이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최근에 엄마를 통해 당시 수술 성공 확률이 굉장히 희박했고 자칫 잘못하면 다리를 절달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때 너무 놀라 정말 입이 떡 벌어졌다. 정말 다행히도 의사 선생님이 수술을 성공적으로 해내셨는데, <더블유>와 인터뷰하는 이 자리를 빌려 선생님께 감사의 말을 전해도 될지…(웃음).

음악에 얽힌 당신의 가장 오래된 기억은 무엇인가?

부모님이 노래방 기계를 사줬을 때. 그 덕분에 나와 여동생은 2000년대 초반에 나온 온갖 노래를 함께 부르곤 했다(웃음).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팝 아이콘은 누구인가?

마이클 잭슨과 레이디 가가. 둘을 좋아하는 이유가 각각 다르지만, 그들이 가진 큰 비전과 예술성을 사랑한다.

음악 페스티벌을 즐기는 당신만의 기막힌 방법이 있다면?

다 떠나 음악 취향 맞고, 죽 잘 맞는 친구와 함께일 것!

페스티벌이 끝나고 서울에서 휴식을 보낼 시간이 주어진다면?

이미 많은 것을 계획 중이다. 한강을 따라 걸으며 공원에서 음식도 먹고, 한복을 빌려 입고 경복궁에 가고, SNS에서 자주 보이는 커다란 도서관에도 꼭 가고 싶다! 혹시 추천하고 싶은 관광지가 있다면 내게 DM을 보내주길 바란다(웃음).

피처 에디터
전여울
아트워크
허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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