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스캐닝 기술로 다시 태어나는 중인 ‘엘긴 대리석’
루브르와 대영박물관(영국박물관)에 있는 그리스 로마 시대의 석상과 아시아에서 약탈한 유물을 모두 원래 장소로 돌려준다면 어떻게 될까. 언젠가 일어나야 할 일이지만, 그렇게 된다면 아마 박물관의 절반 이상이 텅 비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그리스를 비롯한 전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부와 정부가 유럽의 주요 미술관, 박물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법정 다툼이 이뤄지고 있다. 대영박물관에서 건물과 경비원을 빼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을 거라는 씁쓸한 농담은, 어쩌면 사실일지도!
대영박물관 ‘소장품’ 중 현재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건 ‘엘긴 대리석’. 19세기 초 토마스 엘긴 백작이 파르테논 신전을 해체하여 영국으로 가져온 엘긴 대리석은 대영박물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유물 가운데 하나다. 그리스 정부는 엘긴 대리석이 영국으로 반출된 직후인 1821년부터 끊임없이 유물 반환을 요청하고 있지만, 영국 정부는 파르테논 신전에서 가져온 대리석 조각들이 ‘전 인류의 유산’이라는 논리로 반환을 거부하는 중이다. 그런데, 만약 아이폰과 아이패드만으로 유물을 정교하게 3D 스캐닝할 수 있고, 로봇 팔을 활용해 그리스 대리석을 깎아 약탈된 조각상을 똑같이 재연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실험하기 위해,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디지털 고고학 연구소 연구원 두 명이 박물관 관람객으로 위장하고 모바일 디바이스로 엘긴 대리석을 스캔했다. 연구원들은 3D 스캔 파일을 로봇 팔에 입력했고, 조각날을 끼운 로봇 팔이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돌을 캔 페테리쿠스 채석장에서 가져온 대리석을 깎아 내기 시작했다. 로봇이 쉬지 않고 대리석을 깎는데 걸린 시간은 정확히 4일. ‘진품’과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마감 작업은 그리스 고미술 전문가들이 한 번 더 진행했다.
디지털 고고학 연구소는 언젠가는 로봇이 깎은 대리석 조각이나 정교한 복제품으로 유럽 박물관들의 약탈 문화재를 대신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 문화재청에 따르면 현재 외국에 있는 한국 문화재는 약 16만 8천여점이 이른다고 한다.
- 피처 에디터
- 전여울
- 글
- 박재용
- 사진
- Courtesy the Institute of Digital Archaeology and Robotor, Italy. Creative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