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마다 우리가 흥의 민족임을 잊지 않게 해 온 ‘전국노래자랑’이 새로운 시대를 맞는다. 보물 같은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의 보물 같은 MC가 된 김신영은 자랑할 게 참 많다.
다비 이모, 보고 있나
“아침마당, 전국노래자랑 그리고 노래가 좋아. 나 이거 세 개면 끝이다. 내 조카 김신영 너는 성공 못했다. 왜냐 아침마당 못 나왔잖아. 나만 나왔잖아.” 2020년 노래 ‘주라주라’로 트로트 음원차트 1위를 찍고 데뷔 11일 만에 ‘아침마당’에 출연한 둘째이모 김다비는 이렇게 콧방귀를 뀌며 김신영을 도발했다. 부캐 김다비로 활동 중인 김신영이 웃자고 셀프 디스를 한 셈인데,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로부터 2년 뒤 보란듯이 김신영은 ‘전국노래자랑’ 출연 소식을 알렸다. 그것도 MC를 맡아 매주 일요일마다 무대를 이끈다. 이 소식을 들은 둘째이모 김다비는 어떤 심정일까? 김신영의 입을 통해 근황을 듣고 싶다.
배우 옆에 배우 친구
넓은 인맥과 의외의 친분을 자랑하는 김신영은 배우 한예리와도 매우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최근 둘 사이의 일화가 부쩍 화제가 됐다. 박찬욱 감독의 러브콜을 받고 영화 <헤어질 결심>에 캐스팅된 김신영이 첫 촬영을 앞두고 긴장을 하자 한예리는 “거기는 최고의 팀들이다. 걱정하지 말라”고 응원을 해줬다고 한다. 또 촬영장에서 김신영을 만난 박찬욱 감독과 박해일은 한예리로부터 잘 부탁드린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배우 친구의 좋은 기운 덕분인지 김신영의 첫 컷은 한 번에 오케이 사인이 났다. 영화 개봉 후 박찬욱 감독은 김신영의 연기에 대해 짧지만 강렬하게 평가했다. “미쳤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오키도키 남양주시
김신영은 홍보대사 직을 여럿 맡았는데, 2018년부터 2년간 남양주시 홍보대사로 활동했다. 남양주시가 김신영의 연고지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김신영은 그곳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거주한 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양주시가 도시의 얼굴로 김신영을 콕 집은 건 김신영이 남양주시를 입에 잔뜩 달고 살았기 때문이다. “오키도키 맥킨토시 이다도시 남양주시”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에서 김신영이 흥이 나거나 분위기를 돋울 때 구사하는 시그니처 멘트로, 하루가 멀다 하고 외친 지 6년만에 남양주시가 화답을 한 거다. 김신영은 지인들이 많이 거주해 자연스럽게 남양주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노력의 대가
무려 10년. 김신영이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를 이끌어 온 시간이다. 큰 책임감과 끈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일 텐데 김신영의 그런 면모를 잘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잘 나가던 청취율이 갑자기 곤두박질치자 김신영은 지난 2년간의 모든 방송을 다시 들으며 원인 파악에 나섰다. 결국 자신의 목소리가 하루하루 버티는 사람처럼 들린다는 걸 깨달은 뒤 방송 내내 텐션을 높이 끌어올려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또 오래 전 난독증 때문에 자괴감에 빠진 김신영은 위인전을 사서 한 달간 큰 소리로 읽길 반복한 끝에 이를 극복하기도 했다. 김신영의 웃음은 타고난 끼와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물 같은 거다. 그게 ‘뼈그맨’ 김신영의 가장 무서운 재능이다.
히트다 히트
2016년 광고계에는 ‘히트다 히트’라는 표현이 클리셰처럼 마구 쓰였다. 당시 국민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서 멤버들이 언급한 걸 계기로 ‘히트다 히트’가 순식간에 국민 유행어가 된 것이다. 급기야 ‘무한도전’은 이 표현의 원조를 찾는 에피소드를 기획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김신영이 등장해, 경상도 어르신들이 쓰던 말을 자신이 몇 년째 라디오에서 감탄사처럼 쓰고 있다고 찰지게 주장해 두고두고 다시 꺼내 볼 하이라이트 장면을 완성했다. 이후 대중의 인정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히트다 히트’는 김신영을 대표하는 유행어로 굳어졌다.
이제는 일요일의 보물
2003년 데뷔한 김신영이 큰 인기를 얻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데뷔 3년 만에 한 해에 상을 다섯 개 받아 일명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잘 알려진 것처럼 김신영은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했다가 외모 악플에 시달렸고 공황 장애로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다. 이때 김신영은 자신의 교수님이자 선배 개그맨인 전유성에게 “저 한물 갔어요”라고 얘기했더니, “축하한다. 한물가고 두물가고 세물가면 보물이 되거든.”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이내 김신영은 그 말에 힘을 얻어 슬럼프를 극복했다. 김신영의 전국노래자랑 MC 발탁이 뉴스 속보로 알려진 뒤 전유성은 일요일의 보물이 된 제자에게 역시나 남다른 축하의 말을 건넸다. “넌 항상 고정 관념을 깨는 즐거움이 있는 사람이구나.”
- 프리랜스 에디터
- 우영현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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