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 서울 디렉터, 패트릭 리 (Patrick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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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와중에도 한국 미술계의 공기를 들뜬 기운으로 물들인 이름, ‘프리즈 서울’이 9월 2일부터 5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다. 프리즈 서울 디렉터 패트릭 리가 그리는 아트페어 장면에는 현대미술과 ‘사람들’이 있다.

 

9월, 국제 아트페어인 ‘프리즈(Frieze)’가 아시아에 상륙한다. 해외 유수의 갤러리들이 연달아 서울 지점을 내면서 지난해부터 미술계를 둘러싸고 감지되던 들뜬 기운이 드디어 디데이를 맞이할 시점이다. 2003년 런던에서 시작한 프리즈는 2012년 프리즈 뉴욕, 2019년 프리즈 LA를 론칭했고, 2022년 프리즈 서울에 이르기까지 아트 바젤과 더불어 현대미술계의 시선이 향하는 장으로 자리 잡았다. 프리즈 서울에서는 20여 개국에서 모인 110여 개 갤러리가 각자의 저력을 드러낼 작품을 갖추고 관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페어장은 ‘메인 섹션’ 외에 2010년 이후 개관한 아시아 지역의 갤러리들이 젊은 작가를 소개하는 ‘포커스 아시아’, 미술사를 대표하는 거장부터 20세기 후반의 작업을 조명하는 ‘프리즈 마스터스’로 구성된다. 페어는 9월 2일부터 5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지만, 갤러리들이 밀집한 한남동과 삼청동 일대는 8월 마지막 주부터 전례없이 복작거릴 예정이다. 이러한 아트페어가 열릴 때면 해외 각지에서 관람객이 모이고, 갤러리들은 전시뿐 아니라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크고 작은 행사를 열기 때문이다.

“올해 프리즈 서울에서 제 목표는 페어장 밖에 있습니다. 현대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서로 교류하길 원해요.” 프리즈 서울 디렉터인 패트릭 리(Patrick Lee)의 말이다. 그는 2006년부터 한국의 원앤제이 갤러리에서 파트너와 디렉터로 13년간 일했다. 작년 가을 프리즈 서울 디렉터로 임명되기 전까지는 갤러리 현대의 이사로서 한국 작가를 해외에 알리는 일을 해왔다. 서울에 오래 머물렀으며, 국제 무대에 대한 시야를 지닌 패트릭 리가 아시아와 연결고리를 만들려는 아트페어의 디렉터가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했을 만큼 베일에 싸여 있던 프리즈 서울에 대해 패트릭 리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곧, 서울에서 미술이 쏘아 올린 흥미로운 시간이 펼쳐진다.

<W Korea> 프리즈 서울 이전, 원앤제이와 갤러리 현대에서 일했다. 한국에서 일을 처음 시작하던 2000년대 중후반의 한국 미술계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갖고 있나?

패트릭 솔직히 말하면, 그 시절 내 경험은 다른 갤러리스트의 경험치와 차이가 있을 거다. 원앤제이는 ‘비영리 갤러리’ 소리를 들을 만큼 당시로서는 판매하기 어려운 작품 위주로 보유했으니. 재능이 있지만 큰 관심을 받지 못한 신진 작가, 개념미술이나 설치미술을 하는 젊은 작가들과 주로 일했다. 당시 원앤제이의 주 목표는 해외 큐레이터들의 인정을 받아 비엔날레나 미술관 전시에 출품하는 것이었다. 작가들을 국제적 무대에 소개하고 홍보하는 게 내가 해온 일이다.

지난 15년 동안 국제 무대에서 한국 미술계가 조명받는 정도의 변화를 체감해왔나?

물론이다. 원앤제이 갤러리가 시작한 초기엔 중국 미술 시장이 정말 거대했다. 그때만 해도 해외에서 현대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국 작가로는 백남준의 이름만 알았을 거다. 혹은 김수자 정도. 한국이 베니스 비엔날레에 한국관을 설립하고, 광주비엔날레가 개막한 게 1995년이다. 그때부터 길지 않은 시간을 거쳐 한국 미술의 우수성이 알려질 수 있었던 요인은 너무나도 재능 있는 작가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서도호, 이불, 최정화…. 이젠 양혜규, 문경원&전준호 등이 있다. 한국에는 젊고 똑똑한 작가가 많다.

2010년대에는 단색화 붐이 있었다.

그것 역시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한국의 단색화 붐이 일기까지는 훌륭한 큐레이터들의 역할이 컸다. 정도련, 주은지, 클라라 킴, 김선정…. 2014년 조앤 기 교수가 LA에 있는 블럼앤포 갤러리에서 단색화 전을 큐레이팅했고, 관련 책을 집필했는데 매우 훌륭했다. 나는 그 책이 단색화의 국제화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이어 국제갤러리와 PKM갤러리의 역할이 있었고, 단색화는 수많은 아트페어에 출품되기 시작했다. 올해와 내년에 걸쳐 LA카운티 뮤지엄(LACMA)과 구겐하임이 한국 미술 전시를 하는 걸 봐도 세계가 한국 미술의 역량을 알아본다는 뜻이기에 나 역시 행복하다.

한국과 서울은 최근 몇 년간 문화적으로 두드러지게 관심을 받는다. 그러나 국제 아트페어가 열린다는 건 또 다른 문제여서, 당신이 프리즈 서울의 디렉터로 임명된 후 가장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가 ‘서울’에 관한 것이었을 듯하다.

개최 도시가 결정된 건 내가 합류하기 전의 일이지만, 프리즈는 이전부터 아시아 지역에서 페어를 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개최지 결정에 있어 해당 도시의 문화적인 면은 매우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한국의 영화, 음악, 패션, 음식, 디자인 등은 정말 핫하다. 미술은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좀 약해서 아쉽기도 한데, 한국은 기본적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곳이다. 한국 공예는 또 얼마나 훌륭한가? 하지만 나는 프리즈 서울을 단지 한국에서 열리는 페어가 아니라 ‘아시아’의 페어라고 여긴다.

‘프리즈’라는 아트페어의 DNA는 어떠하다고 설명할 수 있나? 

프리즈만의 강점이 무엇일지 여전히 고민한다. 생각해보면, 매거진의 일환으로 시작했다는 게 다른 페어와 구분되는 점이다. 미술에 관한 크리틱, 정보와 지식, 담론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발생했다. 거기서부터 아트페어가 생겨난 거다. <프리즈> 매거진은 1991년 창간되었고, 제1회 프리즈 아트페어는 런던에서 2003년에 열렸다. 힙하고 에지 있는 페어였다고 기억한다. 또 하나의 강점은 페어가 열리는 도시를 아주 잘 활용한다는 점이다. 그 도시의 갤러리나 미술관을 널리 알리기 위한 이벤트도 여럿 기획한다. 그렇게 보다 많은 관객을 불러모으는 플랫폼 역할을 해낸다는 것은 분명한 강점이다.

매거진 발행인들이 아트페어를 창설했고, 프리즈는 현재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분야를 아우르는 그룹인 IMG에 속해 있다. 매거진에서 태동한 프리즈가 아트 바젤의 영향력을 잇는 아트페어에 이른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아주 좋은 질문이다. 내가 진심으로 프리즈를 존중하고 좋아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매거진을 통해 일정한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발생했다고 말했듯이, 아트페어의 성장 역시 자연스러웠다. 평소 함께 일하고 담론을 나누던 사람들 간에 공동의 목적과 필요가 생기면서 기회도 만들어진 셈이다. 물론 지금 회사의 규모나 성격은 초창기와 여러 면에서 다르지만, 나는 뭐든 이렇게 자연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아트 바젤에 꼭 참석해야 돼’라고 말하는데, 내가 ‘왜?’라고 물어보면 ‘세계 최고의 아트페어니까’ 식의 답변 정도밖에 못한다. 국제적인 무대에 참여하려면 그 사람에 대해 잘 알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 아트 바젤에도 서로 잘 알고 도움을 주며 존중하는 분위기가 있다. 프리즈 역시 여러 관계자의 모임이 자연스레 확장된 결과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프리즈의 모든 요소를 존중해준다고 느낀다. 한마디로 ‘사람’과 ‘관계’ 가 핵심이 아닐까.

‘프리즈 서울은 KIAF(한국국제아트페어)와 협력하여 열린다’라고 알려져 있다. 두 페어는 같은 기간에 코엑스에서 열리지만,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KIAF를 주최하는 한국화랑협회와 ‘협력’하게 된 과정이나 내용을 알고 싶다.

그 시작은 내가 프리즈 디렉터로 임명되기 전에 있었던 일이지만, 프리즈가 한국화랑협회에 관심을 갖고 지지했다. 한국화랑협회는 20년 동안 키아프를 운영하면서 미술 시장에도 좋은 영향을 끼쳤다. 프리즈와 키아프의 성격이 다소 다르기에 함께하면 한 번에 두 페어의 특징을 모두 보여주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하나의 티켓으로 서로의 페어를 관람할 수도 있고, ‘아티스트 토크’를 함께 진행하기도 한다. 내가 희망하는 건 키아프와 향후 일정에 관한 깊은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다. 나아가 페어 기간이 아닐 때도 무언가가 벌어지게끔 다양한 이벤트를 구상하고 싶다.

아트페어 현장이란 부스로 가득한 공간이지만, 미술 감상과 그 이후의 확장성, 관람객의 동선 등을 생각하면 그곳이 속한 장소와 주변 환경도 중요하다. 프리즈가 열리는 다른 도시들의 장소와 비교할 때 서울의 코엑스는 어떤가?

페어가 열리는 장소와 그 바깥의 장소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겠다. 일단 코엑스는 프리즈 서울과 아주 잘 들어맞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프리즈 런던이 열리는 리젠트 파크나 뉴욕의 더 셰드(The Shed)와는 상당히 다른 성격이긴 하다. 더 셰드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편이고. 프리즈 뉴욕이 랜들스아일랜드의 텐트에서 진행되던 때는 페어장과 숙소의 거리가 멀고, 많이 걸어야 했다. 코엑스는 크고 편의 시설이 많은 데다 교통에 있어 접근성 또한 뛰어나다. 관람객 입장을 생각하면 정말 편리한 거다. 그 강점 때문에 많은 이들이 찾아올 수 있다.

미술계에는 작품의 금전적 가치를 논하는 사람, 전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사람, 작가와 작품 자체에 집중하는 사람 등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 중에는 한국에 진정한 컬렉터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이가 있는 반면, 작품을 ‘공동구매’까지 하는 MZ세대에게서 활력을 느끼는 이도 있다. 당신은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나? 

한국의 컬렉션 문화는 꽤 깊다고 생각한다. 한국 컬렉터를 만나고 싶어 하는 해외 관계자가 많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미술품을 소장하고 싶어 하는 현상이 번지는 걸 안 좋게 볼 이유도 없다. 다만 남들이 좋다고 평가하는 작품을 소장하려거나 투자 가치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미술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커질수록 그런 문화도 바뀔 거라고 본다. 실제로, 남의 시선이나 투자 가치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갤러리와 소통하면서 새로운 작품을 찾아가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나는 한국의 컬렉터 혹은 해외 컬렉터 어느 한쪽에만 집중하진 않는다. 한국 작가의 작품을 사는 사람이 누굴까? 한국인일까? 프리즈 서울에는 해외 컬렉터, 특히 태국, 싱가포르,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의 컬렉터가 많이 방문할 예정이다. 한국과 그 외 나라의 컬렉터가 자연스레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보다 성숙한 컬렉션 문화의 기반이 마련될 거라 기대한다.

‘주식 관련 유튜버가 줄어들고, 미술과 전시 관련 유튜버는 늘었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사람들은 파급력 있는 존재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를 통해 누군가 예술을 접하고 싶어 한다면 이는 긍정적인 현상이다. <더블유> 매거진이 파급력을 가진 것은 연예인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기 때문 아닌가? BTS의 RM도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는 존재이고. 그를 만나본 적은 없지만, 미술을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다가가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면서 보다 많은 이들이 어떤 전시나 작가에 관심 갖도록 만드니, 멋지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RM 같은 유명인이 찾는 전시가 아니어도 관람객으로 북적대는 전시장을 나는 종종 봤다. 일반 대중이 즐기고 좋아하는 전시와 작가가 생긴다는 점 역시 예술 업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성공적인 아트페어란 어떤 모습인가?

나는 아트페어의 중요한 목표가 ‘좋은 작품을 가지고 오는 것’보다 ‘좋은 사람을 초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관계자가 생각하는 ‘좋은 페어’의 조건과 조금 다르지 않나? 갤러리스트로서 나는 단 한 번도 아트페어의 성공을 ‘얼마나 많이 팔았는가, 얼마나 이윤을 남겼는가’에 둔 적이 없다. 내가 아트페어에서 ‘어떤 자질을 갖춘 사람을 만나는가’에 따라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편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트페어와 갤러리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그 기회를 붙잡아 발전적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의 주된 역할은 관람객, VIP 또는 VVIP, 갤러리, 미술관 등에 서로 ‘연결고리’ 를 만드는 일이다. 프리즈 서울이 토론과 대화의 장을 연다면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사람과 관계에 주목하는 이유는 당신이 해외의 여러 아트페어를 다니며 그 중요성을 체감했기 때문인가?

아트페어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온다. 페어는 물론 여러 부대 행사를 통해 만난 사람이 만약 흥미로운 청중이고, 그들 역시 내 이야기에 흥미를 갖는다면, 재밌는 대화가 이뤄진다. 대화를 나눠야 현대미술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나는 그런 데서 에너지를 얻는 편이다. 사람은 결국 남과 소통하며 영감을 받는다. 그런 영감이 ‘아, 이곳에 다시 오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꽤 긍정적인 선순환 아닌가? 나는 누군가 새로운 페어를 경험하거나 갤러리가 새로운 지역에 오픈할 때도 꼭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

‘다시 오고 싶게 만드는 것’. 프리즈 서울에서 VIP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숙소나 갈 만한 식당과 장소를 추천해놓은 자료를 봤는데, 여행자를 위한 정갈한 정보 같다고 느꼈다.

그렇다. 전 세계에서 온 관람객이 좋은 추억을 쌓고 도시에 매료되어, 다음 해 페어 때 다시 방문하겠다고 결심하면 좋겠다. 어느 도시에서 열리든, 프리즈는 아트페어를 목적으로 방문한 이들이 도시 자체를 사랑할 수 있게끔 노력한다. 바로 그 점이 사람들이 프리즈를 찾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트페어의 핵심은 ‘미술’이기에 많은 갤러리가 사전에 준비를 잘해놔야 한다.

프리즈 서울을 앞두고 수많은 갤러리와 미술관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크고 작은 파티를 열거나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한편으로는, 아직 한국에선 다양하고 진정한 파티 문화가 자리 잡지 못했고 정서의 문제도 있다. 해외의 패션위크나 아트위크 때만큼 활기를 띨 수 있을까?

그 문제에 대해 정말 많은 사람과 대화했다. 아트 바젤을 경험한 이들은 프리즈 서울 역시 디너나 파티가 성공적이어야 한다고 좀 걱정을 표하기도 했다. 나는 모든 장소는 저마다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장소에서 ‘기회’를 얻게 된다고 결론 내렸다. 모든 게 내 바람과 계획대로 진행될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저 이번 프리즈 서울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장소와 사람이 뿜는 에너지란 행사마다 다른 법이니까.

해외 유수의 갤러리들이 서울에 지점을 내면서 미술의 장이 커졌다는 즐거움도 있는 반면, 한국 작가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 거라는 우려도 생길 만하다. 굴지의 아트페어 디렉터로서 이에 관해 어떤 말을 남겨주겠나?

그 문제를 두고 걱정하는 갤러리들과도 자주 대화했다. 그럴 때마다 내가 꼭 하는 말 중 하나는 ‘작가들의 재능에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이다. 자신감이 있어야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해줄 수도 있다. 나는 작가가 대중에게 많이 노출될수록 빛을 볼 가능성도 커진다고 생각한다. 엄청난 재능을 가진 한국 작가가 다수라는 점, 그리고 예술이 단지 예술가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다. 여러 요소들을 고려했을 때 나는 한국 미술계가 매우 긍정적인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프리즈 서울을 준비해오면서 어렵고 쉽지 않은 일이 있었다면 어떤 주제인가? 이런 질문에 답하는 일이야말로 어려울 수 있겠지만(웃음).

큰 규모의 행사에는 문제점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저 일상을 살면서도 문제가 생기는데(웃음). 모든 행사는 ‘경험’ 을 토대로 한다. 이제 첫해를 맞는 프리즈 서울이 충분한 토대를 쌓은 런던의 발자취를 금방 따라갈 수는 없을 거다. 프리즈 서울은 팀의 규모도 작은 편이다. 난항이 있었다고 한다면, 서울의 팀끼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런던 본사와 자주 깊게 소통하진 못했다는 점이다. 그 점이 아쉽다.

올해만이 아닌 긴 관점으로 봤을 때, 프리즈 서울을 통해 궁극적으로 꿈꾸는 바가 있다면 뭔가?

아시아와 서양 예술계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이 중요하다. 그 방식은 다양하게 있겠다. 글쓰기가 될 수도, 누군가의 예술을 세상에 내보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작가들이 작품을 보여줄 플랫폼을 늘리는 일도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술이 얼마나 흥미롭고 훌륭한지를 보여줄 수 있는 프로젝트 공간을 만들고 싶다. 프리즈 서울을 둘러싸고 내 꿈과 희망뿐 아니라 갤러리, 뮤지엄, 작가, 그 밖에 누군가의 꿈과 희망이 공존하는 것 같다. 페어가 끝난 후에도 나와 모두의 꿈과 희망을 이룰 수 있도록 움직이려 한다.

피처 에디터
권은경
포토그래퍼
최영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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