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체앤가바나 2022 오트쿠튀르

W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듀오 디자이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의 여성 오트쿠튀르 컬렉션, ‘알타 모다(Alta Moda)’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이탈리아의 풍요로운 문화와 여유, 숙련된 장인정신이 빚어낸 작품은 시칠리아의 아름다운 도시, 시라쿠스에서 마법 같은 순간을 선사했다. 

기원전 5세기경 지어진 아테네 신전 위에 세운 두오모, 로마 원형극장, 요새, 그리스 극장…. 장엄한 고대 유적과 화려한 바로크 양식 건물이 빼곡하고 아르키메데스 후예들이 유레카를 외친 시칠리아의 아름다운 도시, 시라쿠사(Siracusa). 이곳에서 7월 8일부터 10일까지 돌체앤가바나의 오트쿠튀르 10주년을 기념하는 축제가 열렸다. 하우스의 쿠튀르 주얼리를 선보이는 ‘알타 조엘레리아(Alta Gioielleria)’부터 오트쿠튀르 컬렉션 ‘알타 모다(Alta Moda)’, 남성 오트쿠튀르 ‘알타 사토리아(Alta Sartoria)’를 선보이며 하우스의 창조성을 계승하는 쇼를 개최한 것. 천년의 역사와 인류의 문화유산이 살아 숨 쉬는 이곳은 돌체앤가바나 듀오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불어넣은 곳이기도 하다. 2012년 알타 모다 컬렉션을 선보인 돌체앤가바나는 타오미나를 시작으로 밀라노, 베니스, 카프리, 팔레르모 등 이탈리아의 상징적인 도시를 순회하며 컬렉션을 선보여왔다. 이탈리아의 풍요로운 자연과 문화, 숨겨진 미학, 인간의 손길이 빚은 가장 고귀하고 숭고한 작품을 담아내는 돌체앤가바나 쿠튀르 컬렉션은 디자이너의 장인정신과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최고의 판타지를 선사한다. 아주 긴 세월 이 도시의 심장부에 존재해온 고전과 바로크, 귀족과 서민, 카타르시스와 기도라는 모순적인 요소들은 이탈리아 장인의 창작물에 영감을 불어넣어준 요소다. 오르티자의 역사적인 두오모 광장에서 열린 컬렉션은 한 쌍의 삼각 관계에 관한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단막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무대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마을의 수호자, 사제의 본격적인 행렬과 함께 안무가이자 아티스트인 줄리아노 페파르니의 리드미컬한 퍼포먼스로 흥미진진한 쇼의 시작을 알렸다. 파워 숄더를 장착한 구름처럼 하얀 퀼트 드레스를 오프닝으로 웨딩드레스의 다채로운 행렬이 이어진 가운데 하우스의 아이코닉한 코르셋 블랙 드레스는 만개한 꽃장식을 아플리케하거나 손으로 덧칠한 듯 다양하게 해석되었다. “누군가에게 과거의 시칠리아 여성을 떠올려보라고 한다면, 그들은 블랙 컬러를 떠올릴 것입니다. 블랙은 관능적인 컬러입니다.” 브랜드의 DNA이자 정체성을 상징하는 블랙 컬러와 시칠리아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경외감을 가감 없이 드러냈음을 엿볼 수 있다. 검은 베일과 봉긋하게 솟아오른 어깨, 몸에 딱 붙는 레이스 장식, 퍼프 소매가 풍성한 코트가 줄지어 나왔고, 파베르제 달걀처럼 눈부시게 화려한 금박 재킷이나 벨벳과 실크, 베일과 브로케이드의 금빛 향연이 이어졌다. 존재감 넘치는 주얼리와 3D처럼 보이는 헤드피스, 태피터와 자카드 드레스, 로브는 쇼에 드라마를 더했다. 대망의 피날레 룩은 붉은 태피터 오페라 망토였는데, 블랙 드레스 위 시라쿠사 장미를 상징하는 3.5m 길이의 롱 레드 가운, 그리고 얼굴을 가리는 블랙 자수 베일은 하우스가 표현하고자 한 쿠튀르 그 자체였다. “단순한 드레스가 아니라 삶의 스타일입니다. 알타 모다에서는 자신이 드라마의 주인공이죠.” 어느 해외 인터뷰에서 밝힌 그들의 대답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편, 알타 모다 쇼가 열리기 전날,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그로타 데이 코르다리 동굴에서는 쿠튀르 주얼리, 알타 조엘레리아(Alta Gioelleria)를 선보이는 자리가 마련됐다. 그리스 비극의 무대로 꾸민 동굴 속 공간은 마치 보물 상자를 숨겨놓은 신화 속 마을 같은 신비한 인상을 남겼다. 자수정으로 장식한 화이트 골드 네크리스, 멀티 컬러 스톤과 태평양 진주를 품은 핑크 골드 초커, 다이아몬드와 천연 보석을 담은 골드 브레이슬릿과 이어링 등에서 볼 수 있는 정교한 세공 기술과 예술적 장식성은 이국적인 환상의 세계에서 빛을 발했다.

돌체앤가바나의 패션쇼는 항상 스타 군단이 포진한다. 이번 10주년 기념 쿠튀르 컬렉션에도 반가운 얼굴들이 대거 등장했는데, 시칠리아를 상징하는 블루, 레드, 옐로 컬러와 다양한 패턴이 비즈 장식된 머메이드 라인의 드레스를 입은 머라이어 캐리, 소매와 어깨를 만발한 꽃으로 아플리케 장식한 드레스를 입은 드루 배리모어, 턱시도 재킷과 슈트, 코르셋 톱으로 세련된 블랙 룩을 보여준 모니카 벨루치, 금박 드레스와 흰색 슈트 룩의 시애라(ciara) 패밀리, 알록달록한 꽃을 테일 장식한 팬츠 룩이 돋보인 샤론 스톤 등 기라성 같은 셀럽들이 총출동해 눈길을 끌었다. 웨어러블하고 절제된 쿠튀르의 반대편에 놓인 맥시멀리즘과 하이패션이 주는 상상과 판타지를 충족시킨 돌체앤가바나의 알타 모다 컬렉션은 이탈리아의 낭만적인 여름처럼 마법 같은 순간을 선사했다.

이탈리아의 풍요와 문화에서 얻은 영감을 패션으로 승화시키는 돌체앤가바나의 오트 쿠튀르, 알타 모다 컬렉션이 10주년을 맞았다. 이탈리아를 그랜드 투어하며 쇼를 선보여온 브랜드는 올해 시칠리아로 무대를 정했다. 한 편의 오페라를 보는 듯한 웅장한 퍼포먼스와 함께 시작한 컬렉션은 쿠튀르 패션의 환상과 판타지를 선사했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블랙 컬러는 입체적인 비즈와 브로케이드, 섬세한 레이스 소제와 금박 모티프와 어우러져 화려한 꽃을 피웠다. 플라워 아플리케 장식한 드레스와 검은 베일은 쿠튀르의 숭고한 장인정신이 느껴진다. 

샤론 스톤

드루 배리모어

디자이너 도미니코 돌체와 스네파노 가바나, 머라이어캐리

모니카 벨루치

시애라 패밀리

헬렌 미렌

수많은 셀러브리티의 참석으로 빛을 발했던 현장. 

박수 갈채가 이어졌던 피날레 룩은 붉은 태피너 오페라 망토. 블랙 드레스 위 시라쿠사 장미를 상징하는 3.5m 길이의 롱 레드 가운과 블랙 자수 베일로 드라마의 방점을 찍었다. ‘알타 모다’ 컬렉션과 함께 선보인 오뜨 쿠튀르 주얼리, ‘알타 조엘레리아’에서는 풍성하고 화려한 스톤과 장식성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패션 에디터
이예진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