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2022 F/W 오트 쿠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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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는 자신의 멘토 칼 라거펠트와 하우스와 얽힌 무수한 기억을 토대 삼아 2022 F/W 시즌 오트 쿠튀르를 완성했다. 

2022 F/W 시즌 쿠튀르 컬렉션의 이튿날, 파리 불로뉴 숲에 위치한 ‘레트리에 드 파리(L’Étrier de Paris center)’ 승마학교로 초대한 샤넬. 브랜드 앰배서더 샬롯 카시라기가 말을 타고 등장한 지난 쿠튀르의 인상적인 오프닝을 떠올리며, 차로 30여 분을 달려갔다. 쇼장에서 처음 마주한 설치물 또한 저절로 지난 시즌을 복기하게 했다. 승마학교의 야외 모래 경기장에 상징적인 풍경(아치, 돌아가는 과녁, 모빌,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한 핑크색 버블검 큐브 등)을 형성하는 일련의 구조물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구성주의 작가 자비에 베이앙(Xavier Veilhan)의 연작으로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는 지난 시즌 이미 그에게 두 시즌에 걸쳐 무언가를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했었다. 비아르는 이 쇼가 지난 쿠튀르 쇼의 연장선으로 구상되었으며, 일종의 실험 속에서 완성되었다고 밝혔다. 둘의 인연은 음악가 세바스티앙 텔리에(Sébastien Tellier)의 집에서 만난 베이앙에게 그녀가 처음 손을 내밀며 시작됐다. “전 그가 15년 전, 방돔에서 샤넬 파인 주얼리를 위해 만든 멋진 설치물을 아직도 기억해요. 늘 그와 함께 일하고 싶었죠. 전 칼의 방식, 칼이 사랑했던 구성주의적 세트 작업을 함께 실현할 누군가가 계속 찾았어요. 칼이 내게 건넨 많은 책과 문서 중에서 러시아의 구성주의 화가인 카지미르 말레비치, 알렉산더 로드첸코에 관한 노트를 발견했죠. 칼은 늘 구성주의 예술가였어요!”라며 이 쇼의 배경에 대해 밝혔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라거펠트 그리고 그녀의 친구들이 이번 쇼의 토대가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자비에 베이앙, 세바스티앙 텔리에, 샬롯 카시라기, 퍼렐 윌리엄스, 모델 비비안 로너 등 내 주변의 아티스트들 덕분에 이번 쇼가 가능했죠.”

2022 F/W CO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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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1932 하이주얼리 컬렉션이 함께 스타일링 되었다.

쇼는 세바스티앙 텔리에가 만든 현대적 교향곡이 깔리는 가운데 거대한 스크린에 샬롯 카시라기와 퍼렐 윌리엄스를 포함한 다양한 출연진을 그래픽적으로 담은 영상이 재생되며 시작했다. 컬렉션은 비아르의 기억에서 채집한 샤넬 하우스의 아카이브, 무수한 참고 자료가 반영됐음을 보여주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1930년대에 샤넬 여사가 디자인한 것 같은 슈트와 롱드레스를 재해석했습니다. 예를 들어 웨딩드레스처럼 어깨에 포인트를 주었지만, 몸에 꼭 맞는 플리티드 드레스가 등장하죠. 컬러는 밝은 그린, 카키, 베이지, 핑크, 그리고 블랙과 실버를 잔뜩 사용했고요.” 그녀가 샤넬 하우스에 합류한 1988년, 샤넬 쿠튀르 쇼의 충격적인 밝은 잔디색과 핑크 재킷, 재즈 뮤지션 프레드 아스테어가 입은 이브닝 코트의 꼬리가 춤을 추다가 번쩍이는 장면, 19세기 중반 유럽 투어까지 할 정도였던 인기 명사수 애니 오클리의 사진, 또 샤넬 아카이브의 1920년대 슬라우치 슈트부터 1930년대의 미끈한 가운, 1960년대의 단정한 테일러링, 2000년대 라거펠트의 강렬한 스케치까지, 다양한 영감의 불꽃은 룩 곳곳에 반영되었다. 예를 들어, 아스테어의 움직임은 종아리 길이의 치맛자락을 걷어찬 것으로 해석될 수 있고, 오클리 이미지는 특유의 단호함을 보여주는 실용적인 주머니가 있는 더들 스커트와 모자로 해석될 수 있으며, 30년대 하우스 아카이브는 교묘하게 잘라서 곧게 떨어지는 야회복에서 연상됐다. 가만히 서 있을 때 바닥에 닿지만, 착용자가 걸을 때 무릎 아래로 소용돌이치는 동작으로 부서지는 것 말이다. 이런 기억의 편린과 그 창의적 해석은 게스트들이 야외에서 실내로 이동하기 전에 구조물을 통과하거나 주변을 걷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 컬렉션에 나타난 드롭 웨이스트 드레스와 나선형 모양에 기하학적인 패턴은 줄무늬와 여러 그래픽 장치를 활용한 무대와 절묘한 매치를 이뤘다. “자연스러운 룩으로 전형적인 그래픽적인 접근법을 깨고 싶었어요. 의상은 가볍고, 여성스러우면서도 착용하기 쉽게 디자인했죠. 다른 방식은 상상도 할 수 없어요.” 또, 버지니 비아르는 1932년 가브리엘 샤넬이 디자인한 유일무이한 하이 주얼리 컬렉션인 ‘비쥬 드 디아망’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제작한 ‘1932’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스타일링에 사용하기도 했다. “플리츠와 잘 어울리기 때문”에 조화로운 페어링이 가능했다.순수한 기억에 의존한 버지니 특유의 절충적 구성주의는 놀라운 직물을 보여주면서 계속되었는데, 수지로 칠해진 레이스, 수많은 나뭇잎이 우수수 수놓아진 하얀 튤 트라페즈 드레스, 얇은 튤 아래 같은 모티프가 수놓아진 것, 르 사주 공방이 구슬로 섬세하게 뒤덮은 벨 스커트의 코트 드레스, 검정 시폰을 정성스럽게 장식하는 흩날리는 타조 깃털, 고급 검정 트위드로 만든 유선형 트렌치코트가 연달아 등장했다.

야외 베뉴에 설치된 자비에 베이앙의 조형물.

구성주의에서 영감을 얻은 자비에 베이앙의 조형물.

왼쪽부터 | 세바스티앙 텔리에, 버지니 비아르, 자비에 베이앙.

기하학적적인 패턴이 사용된 쇼장.

오트쿠튀르는 솟구치는 상상력과 시대정신을 전시하는 플랫폼, 또는 비범한 직물, 액세서리, 장식을 공급하는 아틀리에와 장인들의 절정의 예술성을 찬미하는 쇼케이스에 다름 아니다. 그런 한편 실용성에 큰 근간을 두고 있는 버지니 비아르는 그녀의 컬렉션과 하우스 고객을 위해 환상적인 영감의 원천에 실제적인 필요와 욕망을 투영했다. 일부 외신에 따르면 버지니의 지시에 의해 준비한 방대한 세트의 규모가 크게 축소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남은 것은 매우 숙련된 손에 의해 정교하게 직조된 천의 우아한 흐름이 만든 환상적인 최면 효과였다. 가장 순수한 오트쿠튀르의 형태 말이다.

마리온 꼬띠아르.

매기 질렌할.

하바나 로즈 리우.

왼쪽부터 | 레슬리 만, 수주 박, 올리비아 디종.

샤넬의 니트 웨어

패션 에디터
이예지
사진
COURTESY OF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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