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가 이런 것도 만들어?

장진영

에르메스가 대단한 이유.

잠시 눈을 감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 잔잔한 호숫가에서 카누를 타고 낚시를 즐기는 상상. 한참 여유를 즐긴 당신이 돌아온 베이스 캠프에는 자전거가 놓여 있다. 자전거에 연결해 둔 캠핑 트레일러에 누워 포터블 스피커를 켜고 눕는다. 당신은 트레일러 한 켠에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게 둔 서핑 보드를 바라보며 잠에 든다.

이 상상 속에 등장한 모든 오브제가 에르메스 제품으로 실존한다면, 믿어지겠는가?

놀랍게도 실화다. 에르메스는 고객들의 상상력에 하우스의 장인 정신을 곁들여 멋진 꿈의 아이템을 만들어준다. 그 중엔 스케이트 보드부터 서핑 보드, 카누, 낚싯대, 낚시 찌, 캐빈, 롤러스케이트, 주크박스까지 있다.

코팅한 캔버스, 고온 가습 공정으로 구부린 후 못 없이 조립한 나무 판자, 등나무로 엮은 벤치 좌석으로 구성된 카누. 프랑스 모르비앙 만 (Golfe du Morbihan)에서 전통적인 공법으로 제작했다.

이 서핑 보드의 화룡점정은 에르메스의 향수 총괄 디렉터 크리스틴 나이젤이 물보라에서 영감을 받아 조향한 향이 첨가된 왁스에 있다.

패들 보드와 패들

너무 단단하거나 너무 부드럽지 않도록, 적절한 균형을 주는 아마섬유 소재의 낚싯대. 손잡이를 가죽으로 감쌌다.

낚시 용품(낚시찌)

낚시 용품(낚시찌)

자전거와 피크닉 가방

운행 시 접어 두었다가 원할 때 펼쳐서 카나페나 침대로 사용할 수 있는 '러브 캐빈'. 유압 실린더 시스템이 있어 트레일러를 낮춰 바닥에 펼칠 수 있고, 텐트에 방수 기능을 더했다.

롤러 스케이트. 신발의 밑창에 고정 장치가 있어 보드와 탈착이 가능하다. 단풍나무와 브라이들 가죽으로 덧씌운 보드에 에르메스의 실프 스카프 컬렉션에서 선보인 '사바나 댄스' 디자인을 양면으로 프린트했다.

100시간의 정교한 조립을 통해 제작한 주크박스. 목재 구조물을 매끄러운 카프 스킨으로 감쌌고, 레코드판을 10장까지 재생할 수 있다.

1980년대 라디오 카세트 플레이어에서 영감을 받은 포터블 턴테이블.

포터블 노마드 스피커. 스피커를 내부에 고정하면 두 배로 증폭된 하이파이 몰입형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놀라긴 이르다. 모형 비행기, 요트, 자동차, 모터 바이크도 만들어 주니까. 이름하야 ‘에르메스 비스포크’다.

1993년 야마하 모터 주식회사의 요청을 받아 제작한 특별한 모터 바이크.

모형 항공기

모형 항공기 내부

모형 항공기 내부

항공 좌석. 11개의 좌석과 침대, 카라오케 공간으로 구성된 이 항공기 내부는 1950년대 감성으로 디자인되었다.

트렁크에 맞춤형 커버 주문이 가능한 R.M.S-Rolling Mobility Suitcase 서비스. 불어식으로 발음하면 에르메스로 들린다. 외관을 원하는 그림으로 디자인할 수 있다.

에르메스 비스포크의 역사는 1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두가 알다시피, 메종 에르메스는 마구 용품에서 시작되었다. 19세기 말, 한 여배우가 허리에 메고 대본을 넣을 수 있는 작은 가방을 의뢰했는데 이것은 에르메스가 마구 용품 외의 제품을 주문 받은 첫 가방이다. (오르세 박물관에 전시된 뷔야르(Vuillard)의 작품에서 볼 수 있다.) 이는 세월이 흘러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는 유니크한 오브제를 만드는 팀이 만들어지기에 이르렀다. 고객이 요구하면, 디자이너의 창의력과 소재의 품질, 장인들의 재주, 엔지니어의 기술을 총집합한 오브제가 만들어진다. 매 프로젝트를 위해 디자이너, 항공 엔지니어 또는 테크니션, 조선 기사, 장인들이 서로 협업한다.

지금 에르메스 도산 파크에서는, 일반적으로 경험하기 어려울 비스포크 프로젝트를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앞서 말한 오브제 뿐만 아니라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새롭게 탄생시킨 가방도 만날 수 있다.

파인애플에서 영감을 받은 파밍 아나나스 가방

그림 또는 자수 기법으로 재탄생한 가방

백문이 불여일견. 이 전시는 직접 가서 봐야 한다. 서두르자, 5월 31일까지.

콘텐츠 에디터
장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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