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은 이탈리아 남부 아풀리아 지역의 카스텔 델 몬테 성. 19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이 성은 1240년 경 호엔슈타우펜(Hohenstaufen) 왕조의 프리드리히 2세가 세운 것으로, 해발 540m의 높은 언덕 위에 자리해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는 곳이다. 독특하고 기하학적인 이 팔각형의 건축물은 당시 해의 움직임에 따른 계절의 변화를 관찰하는 천문 관측소의 역할을 했다. 실제로 프리드리히 2세는 기하학, 천문학에 관심이 매우 많기도 했다.
눈썰미가 좋은 독자들이라면 이 쯤에서 왜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우주기원론이라는 뜻의 ‘코스모고니’ 컬렉션을 위해 이 곳을 선정했으며,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시퀸 소재가 유독 많이 보였는지 그 이유를 알아챘을 것. 시어한 원단으로 제작된 드레스, 목에 칭칭 감은 진주 목걸이, 르네상스 귀족의 옷차림에서 볼 수 있던 러프 칼라, 화려한 헤드밴드, 성직자의 망토 등, 과거 서양 복식사를 에로틱하게 재해석한 모든 것이 중세의 역사적 건축물 및 별자리에서 영감을 받은 받은 이번 컬렉션의 키 아이템이다.
미켈레는 왜 갑자기 밤하늘로 눈을 돌렸을까? 여기 그가 영감을 받은 또 하나의 요소, 발터 벤야민에 대한 이야기가 숨어있다. 발터 벤야민은 ‘악의 평범성’으로 유명한 한나 아렌트의 친구로, 인용문을 모으고 붙여서 재구성하길 즐긴 독일의 철학가다. 서로 다른 시공간에 흩어져 있던 모든 것들이 연결 고리를 만드는 그의 재능을 통해 한 데 모아지는 셈. 미켈레는 이러한 그의 능력에서 영감을 받았고, 이를 우주적 관점으로 재해석했다.
룩 전반에 걸친 기하학적 패턴과 귀와 입을 연결하는 피어싱도 특히 돋보였고, 이따금씩 눈에 띄는 미켈레 식 재치를 가미한 딸기 가방도 재미있다. 별자리로 뒤덮인 피날레 룩 역시 놓치지 마시길.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선사한 ‘패션 갤럭시’, 구찌의 코스모고니 컬렉션을 만나보시라.
- 콘텐츠 에디터
- 장진영
- 영상
- Youtube @guc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