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처음의, 없어서는 안 될 개인의 취'향'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인생에 남을 향기 16

2022-06-24T17:17:52+00:002022.05.11|BEAUTY, 트렌드|

 향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잊을 수 없는, 처음의, 없어서는 안 될향기를 물었다. 

여자는 여리여리한 향을, 남자는 강한 향을 뿌려야 한다는 건 이제 옛날 얘기죠. 저는 우디, 베르가모트, 히노키 계열의 이른바 중성적인 향을 선호합니다. 이 중 주변인들에게 ‘오송화 향’으로 인식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르 라보 ‘어나더 13’은 몸에 뿌리고, 두 번째로 좋아하는 향수 반클리프 아펠 ‘문라이트 파촐리’는 옷에 뿌려요. 사람들에게는 몸에 뿌린 향이, 저에게는 옷 섬유에 스며든 두 번째 향이 더 강하게 나더라고요. -오송화(모델)

초등학생 때 유도 선수 생활을 했는데, 그 당시 감독님이 도복에서 진동하는 땀냄새를 가려주려고 포도 향 향수를 뿌려 주셨어요. 그 달달한 향이 좋아서 문방구로 달려가 강력한 향의 향수를 산 기억이 나요. 조 말론 런던 ‘블랙베리 앤 베이 코롱’을 쓰면 바로 그때가 떠오르죠. -이승찬(모델)

지친 출퇴근길에 웃음을 주는 지하철의 대표 간식, 델리 만쥬 냄새를 매우 사랑합니다. 델리 만쥬를 실제로 사 먹은 적은 별로 없지만, 고소하고 달콤한 델리 만쥬의 향을 맡으려고 약수역의 긴 환승 구간을 일부러 지나간 적도 있다니까요! 가구를 만들기 전발주 넣은 나무가 도착했을 때 가공되지 않은 거친 향 또한 마음을 설레게 해요. 나무의 향을 맡으며 어떻게 가공해 나갈지 영감을 받기도 하죠. -서수현(아트 퍼니처 작가)

옷에 둘러싸여 지내다 보니, 이너와 아우터에 각각 다른 향의 향수를 뿌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우터 안에 숨어 있던 향이 또 다른 스타일을 구현해주기 때문에 애용하는 향수 방법이에요. 가끔 흡연이나 음주에 시달린 날에는 체취를 지워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럴 땐 샤워 후 짙은 향의 보디크림을 꼼꼼히 발라주면 어제의 흔적들이 비밀스럽게 감춰지죠. -정성묵(편집숍 ‘아이엠샵’ 대표)

꽃을 활용한 케이크를 선보이기 때문에 아네모네, 장미, 국화 등 다채로운 꽃향기를 스튜디오에서 한껏 즐기는 편이죠. 꽃 향은 디퓨저나 인센스보다 공기를 밀도 있게 채우는 느낌이 들고, 정제되지 않은 러프한 매력이 있어요. 따뜻한 빵 냄새와 어우러진 꽃향기 사이에서 매일매일 지내다 보면 ‘나는 지금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정원에서 케이크를 먹으며 여유를 즐기고 있다’라는 행복한 최면에 걸리기도 하죠. -이지은(커스텀 케이크 스튜디오 ‘아네모네시’ 대표)

외출 전 그날의 옷차림과 날씨에 맞는 향을 미리 골라 둡니다. 향수를 뿌리지 않고 외출하면 어딘가 완성되지 않은 기분이 들거든요. 집에 있을 땐 향수 대신 캔들로 향을 만끽해요. 방 안 테이블 위에 향이 각기 다른 5가지 캔들이 있는데, 그날의 무드에 따라 골라 피워요. 비가 내리는 축축한 날에는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파우더리한 향의 캔들을 사용하는 식으로요. 샤워 후 캔들에 불을 붙이면 하루를 차분히 마무리하는 느낌이 들죠. -김정숙(부티크 퍼퓨머리 ‘메종 드 파팡’ 매니저)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빈티지 향수들을 모으다 보니 어느새 스무 개가 넘었어요. 빈티지 향수는 50여 년 전 것이라 이미 내용물이 변향되어 실제로 사용할 수는 없지만, 특별한 디자인 덕분에 숍 인테리어 오브제로 사용하기 좋아요. 4년 전에 이탈리아 로마 플리마켓에서 산 영롱한 빛깔의 빈티지 향수는 뚜껑에 달린 유리 막대로 향수 주스를 톡톡 찍어 사용하는 형식으로 굉장히 특별하죠. LA 빈티지 숍에서 산 나비 모양 스토퍼가 인상적인 향수도 좋아하는 아이템이고요. 특히 요즘 향수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분무용 펌프 디테일이 매력적이에요. -조은희(리빙 편집숍 ‘샬롬클럽’ 디렉터)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안쪽에서 진행되는 종교 의식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장소를 감돌던 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유적에 고인 물과 이끼의 향, 제단 위 인센스 향이 어우러진 묘한 분위기를 잊을 수 없죠. 그 이후로 절 냄새의 인센스라면 무엇이든 수집합니다. 인센스가 꿉꿉한 냄새를 쾌적하게 정리하더라고요. 특히 스피아민트 향이 강한 헴 ‘인센스 스틱 안티타바코’는 절대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열댓 개씩 쌓아둡니다. -이예지(‘탬버린즈’ 컨텐츠 크리에이터)

모델에게 메이크업을 진행할 때, 제 향이 너무 강하면 모델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은은한 향을 골라 상의 아래 안쪽에만 두 번 정도 가볍게 뿌려주는 편입니다. 대신 집에 있을 때는 곳곳에 디퓨저를 두어 아늑하고 편안한 향을 오래 즐깁니다. -이숙경(메이크업 아티스트)

지인들 사이에서 소문난 ‘바이레도 덕후’입니다. 하나둘 모으다 보니 바이레도 제품이 무척 많아요. 깔끔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이라 줄 세워놓고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져요. 요즘은 바이레도 ‘발다프리크’의 평온함이 좋아 애용합니다. -류수민(텍스타일 디자인 스튜디오 ‘리즘’ 디자이너)

향수를 온몸에 쏟아 붓듯이 아낌없이 뿌리는 것을 좋아해요. 어느 공간에 가도 제 향기로 가득 차도록요. 그런데 의외로 중요한 스케줄이나 캐스팅 자리에 갈 때는 어떤 향도 나지 않길 바라죠. -정하준(모델)

매일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모델들과 함께하는 촬영은 긴장감과 집중력을 요합니다. 르 라보 ‘베르가못 22’의 향은 긴장을 풀어주고 평온을 선사하죠. 시트러스와 우디 계열이 어우러진 은은한 잔향의 매력에 빠져 벌써 8년째 사용하고 있어요. 타인이 의식할 정도로 너무 달거나 무겁지도 않고요. -안주영(포토그래퍼)

크리스마스 시즌에 런던의 향수 매장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크리스마스 장식과 캐럴로 가득한 런던 길거리와 너무나도 어울리는 진저 쿠키 향 향수를 발견했죠. 일반적이지 않은 향이라 여전히 기억 한켠에 남아 있습니다. 이후 갓 구운 진저 쿠키 향을 맡으면 행복했던 런던의 연말 분위기가 절로 떠올라요. -윤혜린(니치 향수 편집숍 ‘리퀴드 퍼퓸바’ MD)

스스로 나의 향이라고 처음 인정한 프라다 ‘아이리스 세더’의 부드러운 아이리스 향을 시작으로 꽃향기에 매료됐습니다. 조향사의 인터뷰를 보고 알게 된 장미와 가죽이라는 뜻의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 ‘로즈 앤 뀌흐’는 기존의 장미 향과 차원이 다른 향수예요. 장미 향이라면 질색하던 저도 이젠 이 향수 없이는 외출이 불가능하죠. 쇼룸에서는 로브제 ‘룸 스프레이 로즈 누아르’를 사용해요. 검은 꽃들로 가득한 궁전으로 들어가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해주죠. -김인태(패션 브랜드 ‘김해김’ 대표)

휴일에는 침구의 편안한 향에 빠져 종일 침대에 누워 쉽니다. 그래서 향수보다도 홈 프레이그런스 제품에 관심이 많죠. 독창적인 향을 선보이는 아포테케 프라그란스의 ‘룸 미스트 스프레이’를 이불이나 담요에 뿌려요. 그중 브랜드의 시그너처 향인
‘포세스’를 애용합니다. 스파이시한 우디 향이 매력적이고방 인테리어와도 잘 어울리죠. -조영준(패션 브랜드 ‘디스이즈네버댓’ 디자이너)

휴양지의 향들이 그리워요. 특히 코코넛과 바닐라의 달달하고 이국적인 내음요. 집에서라도 휴양지 분위기를 내기 위해 코코넛 향의 헴 ‘인센스 스틱 코코넛’을 피우고, 가볍고 시원한 보디크림을 발라주며 하루를 시작해요. 잠들기 전에는 묵직한 로라 메르시에 ‘바디크림 앰버 바닐라’를 바르고, 휴양지의 선선한 밤공기를 닮은 슬밋 ‘소울 인센스 스틱 솔 소울 서울’을 피웁니다. -황희정(메이크업 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