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 작가 오스틴 위너 인터뷰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89년생 회화 작가 오스틴 위너 인터뷰

2022-06-24T17:14:24+00:002022.05.05|FEATURE, 컬처, 피플|

캔버스 속 추상적 소용돌이가 휘몬다. 1989년생의 젊은 회화 작가 오스틴 위너는 로맨스, 거절, 고립 등을 주제로 과격하고, 혼란스러우며, 지적이면서 관능적인 화면을 만든다. 그녀의 첫 개인전 <Honey High>를 앞두고 인터뷰를 나눴다. 

<W Korea> 지금 어떤 상황에서 이 인터뷰에 답변하고 있나?

오스틴 위너 작업실 바닥에 앉아 당근을 먹으며 답변지를 쓰고 있다(웃음).

 

최근 LA 프로그타운으로 작업실을 옮겼다 들었다. 루비 네리, 릴리 스토크먼 등 동시대 여성 예술가 5명과 함께 작업실을 셰어한다고 들었는데, 그곳에서의 생활은 당신에게 어떤 영감을 주나?

매일 아침 작업실에 도착해 그림을 그리는 일상은 한결같지만, 이곳에서 하루하루 일어나는 일들은 ‘한결’과는 거리가 멀다. 어떤 날은 작업실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바로 어떤 일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아는 반면, 또 다른 날엔 혼란스럽고 내가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이런 모든 날들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마치 매일 알을 낳으려는 닭과 같은 기분을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창조성은 대개 그런 식으로 발동하지 않지. 어쩔 수 없이 작가로서 매일같이 어려움과 동시에 자유로움을 느끼며 지내는 것 같다.

 

쾨닉 서울에서 당신의 첫 국내 개인전 <Honey High>가 5월 22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추상화 신작 12점이 소개되는데, 전시의 시작점은 무엇이었나?

두 달 동안 전 세계를 돌며 여행을 했다. 여행지에서만 찾을 수 있는 재료들, 예를 들어 로컬 호텔에 비치된 문구라든지 비행기 티켓, 식당 메뉴판과 같은 것들에 그린 150개의 작업을 챙겨 LA의 집으로 돌아왔다. 어쩌면 여행에서 경험한 것이 녹아든 이 드로잉들이 이번 전시의 시작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That Flight We Took’, ‘A Garbage Pale For My Sickest Feelings’ 등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명이 돋보인다. 당신의 작업은 ‘단어’로부터 시작하여, 당신만의 시각 기호를 직조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편인가?

맞다. 나는 작업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글을 쓴다. 작품의 제목은 내가 사람들과 나눈 대화, 언젠가 들었던 노랫말, 순간순간 겪는 감정, 현재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잠재적 반응 등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그리고 작업이 마무리되면 그 글들을 모두 모아 방에 걸린 페인팅과 짝을 맞추며 어떤 조화를 찾아낸다. 그래서 작품의 제목은 나에게 페인팅만큼이나 중요한, 하나의 작업으로 다가오는 편이다.

 

패션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과거 마이클 코어스, 안나 수이 등 패션쇼 백스테이지 전문 포토그래퍼로도 활동했고, 2020년엔 프랑스 패션 브랜드 ‘Each X Other’와 함께 캡슐 컬렉션을 선보인 적도 있다. 패션과 순수 예술의 교집합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패션과 미술은 굉장히 다른 프로세스로 움직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연결되어 있다. 몸은 회화의 ‘캔버스’라 할 수 있다. 그러니 몸에 덧씌우는 패션은 대단히 조각적이다. 나는 패션을 하는 모든 사람을 매우 존경한다! 디자인의 매 단계마다 몸의 형태를 고려하는 동시에, 기발한 창작을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니까. 패션은 계속해서 내가 탐구할 또 다른 매체처럼 다가온다.

당신에게 영감을 준 예술가로 필립 거스턴, 프랜시스 베이컨, 트레이시 에민 등을 꼽았다. 시대와 작업 스타일이 서로 다른 이들에게서 당신은 어떤 영향을 받았나?

당신의 말처럼 내가 영감을 받는 예술가들은 그 연령, 시대, 매체 및 스타일이 아주 다르다. 하지만 내 작업과 관련된 작가들만 참조하는 것은 지루하고, 나와 접근 방식이 크게 다른 아티스트에게서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중 필립 거스턴과 프랜시스 베이컨, 트레이시 에민! 이들과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데, 이들이 작품에 담는 감정과 붓놀림은 정말 폭발적이다. 나는 그런 것들에 깊이 공감하는 것 같다.

 

‘동시대 젊은 여성’이라는 자의식은 당신의 작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동시대 여성이라는 사실은 이 땅에서의 내 존재이자 경험이기 때문에 나를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그것이 자연스럽게 작품에 각인되는 것 같다. 여성으로서의 자의식과 투쟁의 문제는 시대를 초월한다고 생각하는데, 내 작품 역시 그런 것들을 이야기하길 바란다.

 

지금 자신에게 가장 자주 던지는 질문은 무엇인가?

‘내가 진짜 이것을 원하는가?’

 

당신을 캔버스 앞에 서게 만드는 것들 사이엔 어떤 공통점이 있나?

‘탈출’, ‘놓아주는 법’이 담긴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