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의 ‘세계에서 가장 얇은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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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에 대한 뜨거운 갈망이 빚어낸 걸작. 불가리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시계’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하우스에 가져다준 옥토 피니씨모 시리즈의 8번째 작품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Octo Finissimo Ultra)’를 선보이기 위해 제네바 스프링 타임을 개최했다. 워치 메커니즘의 패러다임을 부순 혁신의 주인공, 불가리 제품 제작 최고 책임자 파브리치오 부오나마사 스틸리아니 (Fabrizo Buonamassa Stigliani)를 만나 얘기를 나눴다. 

이탈리아 파인 주얼러이자 파인 워치메이커 불가리가 ‘워치스 앤 원더스 2022’가 열리는 제네바에서 별도의 행사 ‘제네바 스프링 타임’을 통해 인사를 건넸다. 매번 시선을 사로잡는 강렬한 신제품들로 눈도장을 찍어온 불가리가 다시 한번 이룬 업적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를 공개하기 위해서였다. 유로 동전 20센트의 두께인 1.80mm, 이 수치가 시계 몸통의 두께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지난 7년간 거의 매년 울트라 씬 워치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이 분야 절대 강자로 군림해온 불가리는 올해도 어김없이 8번째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절정의 기술력을 과시했다. 발레드주(Vallée de Joux)와 뉴샤텔(Neuchâtel)의 불가리 매뉴팩처, 라쇼드퐁의 진보적인 무브먼트 개발 전문 업체 컨셉토(Concepto)가 이끄는 이 모험에 함께한 몇몇 기술팀은 이 시계를 위한 기술 개발 연구에만 3년의 시간을 투자했다. 그들은 샌드블라스트 티타늄, 40mm 사이즈의 팔각형 케이스, 시계만큼이나 얇은 통합된 브레이슬릿 등 모노크롬 스타일의 시그너처를 고수하면서, 혁신을 위해 기꺼이 모든 부품을 새로운 규격에 맞게 재조정하고 다시 디자인했다. 얇으면서 견고한 시계를 위해 극도로 견고한 고밀도 소재인 텅스텐 탄화물 사용, 배럴 래칫 휠에 인그레이빙한 QR코드를 통해 시계 소유주를 NFT 세계로 초대하는 싱귤래리티 기술 등 총 8개 특허가 출원된 이 시계는 기계적 탁월함과 디지털 세계를 접목한 유일무이한 시계로 주목할 만하다. 다음은 세계에서 가장 얇고 정확하면서 견고한 기계식 시계를 완성하겠다는 궁극의 야망을 실현한 주인공, 파브리치오 부오나마사 스틸리아니와 나눈 이야기다.

인터뷰의 주인공인 불가리 제품 제작 최고 책임자 파브리치오 부오나마사 스틸리아니.

<W Korea> 대단한 신기록이다. 우선 이런 경이로운 시계를 탄생시킨 것을 축하한다.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는 ‘세상에서 가장 얇은 기계식 시계’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8개 특허를 가진 시계다. 많은 것들 이 모험이었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챌린지를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

파브리치오 부오나마사 스틸리아니 우선 고맙다. 우리는 무브먼트, 케이스, 다이얼 등이 가진 기존의 모든 규율을 철저히 깨야 했다. 일단 우리는 카운터와 평행을 이루는 커다란 부품들을 다른 쪽으로 펼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울트라 미니어처 시계에서는 일부 부품이 4개 기능까지도 수행해야 하는데 모든 무브먼트와 부품을 새로운 방식으로 고안하는 점이 가장 어려웠다. 두 번째 어려움은 브레이슬릿에서 마주했다. 브레이슬릿이 너무 얇다 보니 첫 티타늄 버전처럼 브레이슬릿 안에 버클을 숨기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그래서 버클이 보이도록 브레이슬릿을 아예 열고, 그 일부가 되도록 했다.

특허 중에선 배럴 래칫 휠에 인그레이빙된 QR코드로 NFT 세계와 연결해주는 불가리 싱귤래리티(Bvlgari Singularity)의 실체가 가장 궁금했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

QR코드 아이디어는 기술적 이유에서 떠올랐다. 어떤 지점에 다다르자 배럴이 다이얼의 가장 큰 요소로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QR코드에 대한 아이디어가 등장하는 순간 폭넓은 기회의 장이 열렸다. QR코드와 함께 시계, 그리고 소유주를 위한 미니 웹사이트, NFT 등에 대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우리는 제작한 예술 영상을 NFT화했고, NFT로 시계에 대한 소유권을 인증하는 역할도, 공간도 만들고 싶었다. 그곳에서 당신은 무브먼트 안에 들어갈 수 있고, 살짝 몸을 돌리면 이 걸작의 다양한 부품을 발견할 수도 있다. 당신을 디지털 세계로 인도하며, 이 놀라운 기계식 시계에 대한 경험을 선사하는 풀 패키지라고 할 수 있다. 향후 메타버스 같은 트렌드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지켜봐야겠지만, 옥토 피니씨모가 이러한 놀라운 세계를 담아낸 최초의 시계라는 점만큼은 확실하다. 마치 불가리 세계로 입성하기 위해 열게 되는 콘도티(Condotti)의 문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얇은 기계식 워치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의 옆모습. 두께 1.80mm를 자랑한다.

세계에서 가장 얇은 기계식 워치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의 옆모습. 두께 1.80mm를 자랑한다.

무브먼트를 조립하는 모습.

최대 4개 기능까지 하도록 고안된 무브먼트의 부품들.

고밀도 결합 소재의 아주 얇은 시계다. 소재는 어떤 식으로 개발했나?

소재는 이 시계로 받은 특허 중 하나기도 하다. 시계를 위한 충분한 견고함을 보장하면서 한편으로 적당한 두께를 구현할 이중 구조를 활용했다. 사용한 탄화텅스텐은 워치메이킹 업계에서 스틸, 티타늄 소재를 작업할 때 사용하는 도구에 쓰일 정도로 아주 견고한 것 이 특징이다. 이중 구조 또한 특허 중 하나다. 케이스백과 메인 플레이트는 텅스텐, 러그 링은 티타늄으로 제작했는데, 부품 결합과무브먼트를 위한 적합한 피니싱과 구조를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한정판 10개의 시계다. 한 피스당 제작 시간은?

한정 10피스만 제작할 경우 우리는 판매용이 아닌 세 개의 프로토타입을 먼저 제작한다. 시작부터 7~8개월 정도 걸렸다. 10피스는 판매가 완료되었고, 울트라의 상용 버전이 올해 말 매장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한다.

옥토 피니씨모 10주년 기념 워치. 파브리치오의 스케치가 다이얼에 그대로 구현됐다.

10주년을 맞은 옥토 피니씨모 시리즈.

당신이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를 설명할 때 울트라 미니어처화 부문에서 ‘궁극의 컴플리케이션’이라고 설명한 말이 와닿았다. ‘세상에서 가장 얇은’이라는 타이틀을 계속 경신하는 혁신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원동력은 옥토 피니씨모 그 자체다. 10년 동안 7개의 신기록을 경신했고, 특히 7번째 신기록의 주인공 옥토 피니씨모 퍼페추얼 캘린더는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 레트로그레이드 카운터를 적용한 세계에서 가장 얇은 퍼페추얼 캘린더 워치, 세계에서 가장 얇은 기계식 크로노그래프 워치 등 모두가 기계식 시계의 성과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들이다. 옥토의 DNA 안에는 한계를 깨뜨리는 위대하고 색다른 컴플리케이션 워치가 들어 있다.

불가리는 스위스 워치메이킹과 이탈리아 디자인의 융합체다. 순수 스위스 워치와 다른 불가리 워치만의 특장점은 무엇일까?

우리는 DNA부터 다르다. 우리는 로마 태생이다. 스위스 워치메이킹을 접목한 이탈리아 디자인은 다른 시계 브랜드에서 결코 만날 수 없는 특징이다. 우리는 세르펜티 피콜리씨모 무브먼트처럼 새 여성 시계를 위한 기계식 무브먼트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불가리에 아름다움은 절대적 요소다. 하지만 아름다운 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다이닝룸에 놓인 하나의 오브제에 불과할 것이다. 제대로 작동하는 오브제가 아름답길 원하는 것은 이탈리아 문화가 다른 나라 디자인 문화와 다른 점이다. 독일이 ‘기능을 따르는 형태’에 초점을 맞추듯 이탈리아 디자인에는 반드시 아름다움이 존재해야 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모던 워치의 정의란?

솔직히 말하면 난 ‘모던’에 대한 정의가 딱히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이 현대적인가? 단순히 빈티지 시계 혹은 오래된 것의 반대말인가? 우리는 워치메이킹 부문에서 꽤 젊은 편이다. 불가리 워치는 1974년 지아니 불가리의 아이디어와 함께 시작됐다. 우리에게 아카이브란 단순히 빈티지 시계를 따라 하기 위해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할 기회를 찾아 과거를 돌이켜보는 것이다. 그를 통해 우리의 오래된 로열 고객들 혹은 젊은 신규 고객들에게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 있는 시간의 문화를 전하는 것, 현대적인 고객들의 요구 사항을 대변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가장 현대적인 시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패션 에디터
이예지
사진
COURTESY OF BVLG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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