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과 사과껍질, 포도씨에 이르기까지··· 당신뿐 아니라 지구의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친환경 바이오 소재가 지속가능한 패션을 꿈꾸는 명민한 브랜드들의 레이더에 포착되었다.
지난 3월 15일, 뉴욕에서 열린 알렉산더 맥퀸의 F/W 컬렉션의 주제는 ‘마이셀리움’, 즉 균사체였다. “우리 인간보다 훨씬 전부터 이 지구에 존재해 생명의 탄생을 도운 ‘균사체’의 공동체 개념에서 컬렉션의 영감을 얻었습니다”라는 알렉산더 맥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라 버튼의 말은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맞이한 우리에게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는 ‘공동체’의 가치를 일깨운다.
지난해 브랜드 창립 20주년을 맞이하며 ‘A to Z 매니페스토’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선명히 한 스텔라 맥카트니. 그녀는 2022년 여름 컬렉션을 위해 ‘프레이미 마일로(Frayme Mylo™)’ 백을 선보였다. 이 백은 비건 소재로 각광받는 볼트 스레드사의 마일로™ 인공 가죽, 즉 재생 가능한 균사체로 제작한 것. 바이오 기반 인증을 받은 부드럽고 내구성이 튼튼한 소재일 뿐 아니라 과학과 하이패션 디자인을 접목해 완성한 이 백은 차세대 소재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소재 개발에 필요한 최첨단 기술은 환경에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되었으며, 수년 동안 키워야 하는 가축과 달리 단 며칠이면 완성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2022년 여름 컬렉션은 우리의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놀라운 가능성을 지닌 균사체로부터 영감을 받았습니다. 프레이미 마일로™ 백은 그 미래에 대한 희망을 상징합니다. 여러분이 런웨이에서 보는 것이 바로 책임감 있는 패션 업계의 미래입니다”라는 맥카트니의 말은 큰 울림을 남긴다.
지난 3월 초, 올버즈가 한정판 스페셜 에디션으로 선보인 트레일 러너 시리즈 중 포라저 역시 버섯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된 것. ZQ 메리노울과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립스탑, 사탕수수를 기반으로 한 그린 EVA로 만든 스위트폼 미드솔, 재활용 플라스틱병으로 만든 신발끈 등 지속가능한 소재가 다채롭게 사용되었다.
한편 톰 포드는 에코 프렌들리 제임스 스니커즈를 선보였다. 빈티지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블랙과 화이트의 두꺼운 스니커 솔이 인상적인 이 스니커즈 라인은 전체 소재의 26%를 사과껍질을 PU 가공 코팅으로 가공한 가죽을 사용하였으며, 사이드 스트라이프와 힐 부분은 천연 베지터블 가죽을 사용해 제조 공정에서 유독 물질을 만들지 않는다고. 내부 안감은 스판덱스와 면, 재생 폴리에스터를 사용하고 DMF FREE 제조 기술로 제작했다.
발렌티노 가라바니는 올봄, 친환경 소재로 제작한 ‘Open For A Change’ 스니커즈를 출시했다. 가죽 대신 옥수수에서 유래한 폴리올스 성분으로 바이오 소재인 폴리우레탄과 비스코스를 기본 소재로 활용했고, 특히 스니커즈의 윗부분과 측면 밴드에는 바이오 소재를 사용했다. 신발끈은 완전한 재생 폴리에스터 소재를, 스터드 또한 재생 나일론 소재를 활용한 것이다.
포도껍질 섬유, 씨앗과 와인 제조 과정에서 버려지는 줄기로 만든 혁신적인 비건 가죽 소재인 비제아(Vegea™)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H&M. 이번H&M 스튜디오 S/S 컬렉션의 앵클부츠와 클로그 역시 비제아 소재로 제작되었다. 그러니 식탁을 넘어 당신의 옷장을 넘보는 신소재 아이템들을 흥미롭게 눈여겨볼 것.
- 패션 에디터
- 박연경
- 아트워크
- 허정은
- 사진
- COURTESY OF ALEXANDER MCQUEEN, ALLBIRDS, H&M, STEALLA MCCARTNEY, TOM FORD, VALENTINO GARAV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