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고 지친 일상에 기분 좋은 활기와 흥분을 전해줄 ‘도파민 컬러’ 퍼레이드.
BEAUTY NOTE
눈 주변 전체에 파스텔 핑크의 맥 ‘아이섀도우(스시 플라워)’를 질감이 느껴지게 브러시로 넓게 바른 뒤, 채도 높은 연두색 ‘아이섀도우(왓츠 더 와이파이?)’를 가루 내어 눈두덩 중앙과 언더라인에 두껍게 얹었다.
BEAUTY NOTE
매트한 레드 오렌지 컬러의 시세이도 ‘모던매트 파우더 립스틱(플레임)’ 을립 라인에 맞춰 볼드하게 바른 뒤, 입술 안쪽에 ‘나스 어데이셔스 립스틱(릴리)’을 더하고, 밝은 코럴색 립 피그먼트를 그러데이션해 파우더리하게 마무리했다.
대책 없이 낙관적인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닌 코로나 팬데믹. 새로운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와 거리마다 빼꼼 머리를 들이밀고 알록달록 만개하고 있건만, 그러거나 말거나! ‘코로나 블루’를 앓으며 전 지구적으로 우울감과 무기력이 만연한 지금, 더는 두고 보지 못하겠다는 듯 디자이너들이 긴급 처방을 내렸다. 우리의 도파민 수치를 팍팍 올려줄, 이 낙관적인 컬러들을 허하라! 그 결과 2022 S/S 시즌 런웨이는 눈이 번쩍 뜨일 만큼 환하고 밝은 컬러들로 출렁거렸고, 구명복에나 쓰일 법한 선명한 주황색, 횡단보도의 노란색 방지턱보다도 짱짱한 채도의 코럴, 오렌지, 핫 핑크 컬러가 인스타그램을 도배했다. 입기만 하면 시선 집중 200%를 보장하는 이런 ‘도파민 드레싱’ 트렌드는 ‘도파민 뷰티’로 확장되어 이제 메이크업 팔레트까지 기분 좋게 물들이고 있다. 도파민이 뭔가. 도파민은 우리 뇌의 신경 전달 물질 중 하나로, 에너지, 의욕, 동기부여, 흥미, 쾌감 등에 관여하는 중요한 물질! 부족하면 우울감이나 무기력한 증상과 함께 주의집중력 이 떨어지거나 갖가지 중독에 빠지기 쉬운 상태가 되며, 과다하면 망상이나 환각 등의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 더없이 지루한 일상에 기분 좋은 활력을 선사하는 것에서 착안해 명명된 밝고 따뜻한 ‘도파민 컬러’는 우리 뇌에서 마치 도파민이 생성될 때처럼 시각적인 자극을 전달해 처진 기분도 순식간에 산뜻하게 전환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지리멸렬한 일상에 대한 반작용으로 부상한 도파민 컬러의 인기는 자신만의 개성 표현을 위해 다양한 컬러를 과감하게 소비하는 Z세대의 취향과 만나 앞으로도 고공행진할 전망!
1. Dior 어딕트 립 글로우(코랄 핑크) 기분 좋은 투명함으로 입술을 물들여주는 코럴빛 립밤. 3.2g, 4만6천원.
2. Burberry Beauty 키세스 매트 립(TB 오렌지) 생동감 넘치는 다홍빛 오렌지 컬러가 긍정적인 무드를 전파한다. 히알루론산이 풍부하게 담겨 매트 텍스처임에도 부드럽고 촉촉하게 발린다. 3.3g, 4만5천원.
3. Gucci Beauty 루즈 드 보떼 브리앙(에이미 페탈) 촉촉한 텍스처의 화사한 코럴 컬러가 또렷하게 발색된다. 1.8g, 5만2천원.
4. YSL Beauty 루쥬 볼륍떼 샤인(핑크 브로더리) 생생한 컬러가 입술에 미끄러지듯이 발려 반짝임을 더한다. 3.2g, 4만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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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스틱의 ‘누디스 매트 올 오버 페이스 컬러 블러쉬&브론저(누드 피치)’ 크림 블러셔를 양볼에 얼룩진 듯 넓게 터치하고, 눈매와 콧대에도 가볍게 발랐다. 카나리아 옐로 컬러의 나스 ‘싱글 아이섀도우(도우로)’를 브러시 터치를 살려 그 위에 매트하게 연출하고, 입술엔 시어한 제형의 샤넬 ‘루쥬 알뤼르 라끄(베쥬 꽁피덩씨엘) ’를발라 투명함을 살렸다.
톡 터져 나오는 과즙처럼
색이 우리의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아는 얘기다. 작가이자 자연과학자이기도 했던 괴테는 일찍이 저서 <색채론>에서 색은 우리의 정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사람들은 색에서 기쁨을 느낀다고 했다. “흐린 날 태양이 한 부분을 비추어 그곳에 색이 나타나도록 했을 때 느꼈던 상쾌한 기분을 기억해보라!” 그는 특히 노란색, 오렌지색, 주홍색 같은 컬러가 활기와 생동감을 준다고 말한다. 다이앤 애커만의 <감각의 박물학>에는 이런 색채와 관련된 재미있는 실험도 하나 소개되어 있다. 텍사스 대학에서는 피험자들이 색광을 바라보는 동안 손의 쥐는 힘을 측정했는데, 뇌를 흥분시키는 붉은빛을 보고 있을 때 쥐는 힘이 무려 13.5%나 강해졌다는 것. 어떤 색을 보고 ‘힘이 난다’는 것은 그저 비유적인 표현만이 아닌 것이다. 혹자는 우리가 이런 화려한 컬러에 자극을 느끼는 것이 인류가 예로부터 익은 과실에 반응하는 눈을 가졌기 때문이고, 유독성이 있는 동식물(대체로 독이 있는 것은 색이 화려하다)을 경계해야 했기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이제 우리는 달고 맛있는 과일을 입에 베어 물었을 때처럼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또는 독버섯처럼 치명적인 우울감을 떨치기 위해서 도파민 컬러들을 자주 보고 싶어 한다. 밝고 경쾌한 이 컬러들이 우리에게 전에 없던 에너지를 전달한다니 ‘1일 1 도파민 컬러’ 운동이라도 전개해야 하나 싶을 지경.하지만 과즙이 넘쳐흐를 것만 같은 레몬옐로부터 오래 보고 있으면 눈이 멀 것처럼 밝은 핫 핑크 컬러까지, 도파민 컬러는 사실 MBTI에서 가장 외향적인 E 군, 자칭 ‘관종’이 아니라면 쉽게 소화할 수 있는 컬러는 아니다. “블러셔부터 시작해보세요. 밝은 핑크 크림 블러셔를 볼에 물들이는 것만큼 손쉽게 기분 전환이 되는 것도 없죠.” 메이크업 아티스트 오가영이 추천하는 방법은 광대만 소심하게 살짝 밝히기보다는 평소보다 훨씬 넓게 색을 퍼트리는 것. 이 방법은 칙칙한 얼굴에 파운데이션을 여러 번 덧바르는 것보다 안색을 밝히는 데 훨씬 효과적일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홍조 띤 얼굴로 기분 좋은 설렘을 연출할 수 있다. 매트한 립스틱을 하나 골라 풀립으로 꽉 채워 바르는 것도 이 튀는 컬러를 부담스럽지 않게 사용하는 방법이다. 초심자라면 이번 시즌 특히 사랑받는 선명한 오렌지, 코럴, 마젠타나 핫 핑크를 평소 바르는 MLBB 컬러의 립스틱 위에 살짝 터치해주기만 해도 피부 톤이 한결 환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컬러들을 소화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열린 애티튜드다. ‘뭐 좋은 일 있어?’ 같은 질문을 절로 불러오는, 긍정의 기운을 담은 밝은 색은 바르는 나뿐 아니라 나를 보는 주변 사람들의 기분까지 생기 있고 환하게 만들어주는 힘 이 있다. 내 몸에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해주는 비타민처럼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기쁨과 설렘, 약간의 흥분, 낙관적인 전망을 거울 앞에서 섭취해보시길.
- 뷰티 에디터
- 이현정
- 포토그래퍼
- 최문혁
- 모델
- 선혜영
- 스타일리스트
- 임지윤
- 헤어
- 임안나
- 메이크업
- 오가영
- 네일
- 최지숙(브러쉬라운지)
- 어시스턴트
- 신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