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ck Owens 2022 F/W Collection

W

릭 오웬스 2022 F/W 컬렉션.

파리의 팔레 드 도쿄에 온통 연기가 내려앉고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이 울려퍼지는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릭 오웬스의 2022 F/W 컬렉션이 진행됐다. 근원적인 아름다움을 향한 디자이너의 여정은 어김없이 이어졌다. 아이보리, 그레이 등 잔잔한 분위기로 다운된 무채색과 극도로 아름답게 정련된 오렌지, 피치, 옐로, 블루 컬러가 은은하게 조화됐다. 어깨 라인이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솟은 티셔츠와 스웨터, 마치 외계인처럼 구부정한 실루엣을 만들어내는 파이톤 소재의 푸퍼 베스트, 할리우드 글래머 스타일을 호전적으로 재해석한 시퀸 드레스 등은 릭 오웬스다운 분위기를 선보이는 한편 알파카 펠트 소재 망토, 소매 부분을 바닥에 닿을 정도로 길게 늘여트린 듀벳 재킷, 볼륨감 있는 블루종, 짧게 크롭한 양가죽 재킷 등 아우터 하나하나도 모두 실제로 입고 싶게 눈길을 끌었다. 

컬렉션은 지속가능하며 윤리적인 소재로 완성했다. 코튼 소재는 국제유기농섬유기준협회(GOTS)의 인증을 받은 것이며, 양가죽은 식품 산업의 부산물을 사용한 것으로 친환경 가죽협회(LWG, LEATHER WORKING GROUP)에서 인증받은 이탈리아 공장에서 공수했다. 가죽과 뱀가죽들은 트레이서빌리티(제조 이력과 유통 과정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프로그램을 통해 공급받는다. 피라쿠루 소재는 브라질 현지에서 직접 조달하며 지역 주민과 협력하여 물고기를 식용으로 사용한 후 비늘을 제공받아 그들에게 추가적 수입원이 될 수 있도록 했다. 릭 오웬스는 이에 대해 ‘나는 이 모든 것을 도덕성으로 치부하지 않는다. 우리 안에는 분명 개선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는다. 나는 그저 패션이 책임감을 가지고 소통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컬렉션 내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연기에서는 좋은 향이 났는데, 이는 이솝(Aesop)과 협업하여 제작한 것으로 동일한 향의 오일과 향초는 실제로 이솝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사진, 영상
Courtesy of Rick Owens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