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몸을 망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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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기롭게 시작한 운동이 오히려 몸에 독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째 점점 비대해지는 듯한 몸 때문에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길고 가녀린 근육을 만드는 일에 앞서 코어 근육을 단련하고 가뿐한 몸을 만들기 위해서다. 하지만 운동을 해도 몸은 여전히 천근만근이고 멀쩡하던 등까지 쑤시기 시작했다. 그동안 운동이라곤 하지 않았으니 통증이 생겨도 잘못된 일인지 알 턱이 없는 일. 부지런히 새해 목표를 실행하고 있는 몸에 생긴 영광의 상처쯤으로 여기며 지내왔다. 그러던 중 대한민국 스포츠의학 전문가이자 운동과학 박사인 홍정기 교수의 서적 <운동 말고 움직임 리셋>을 발견했다. 그는 저서에서 “운동인지, 근육 학대인지 확인하라” 고 경고한다. 재활운동으로 인식돼 맹목적인 지지를 받는 필라테스, 매력적인 역삼각형 몸매를 만들기 위해 근육이 터지고 재생되는 과정을 반복하는 ‘벌크업(Bulk Up)’ 운동 등 인기몰이 중인 운동에 작은 함정이 존재한다는 것. 분명 장점이 큰 운동들이지만 자칫 근육 손상은 물론 심할 경우 디스크까지 초래할 수 있다. 살려고 시작한 운동이 비수가 되어 날아올 수 있다니! 그럼에도 운동을 하고 싶다면? 앞으로 소개할 운동 종목별 주의사항을 숙지할 것.

근육을 길게 늘이는 요가와 필라테스

굽은 몸의 구석구석을 늘여 시원함을 느끼는 찰나, 어쩌면 그 시원함이 몸을 찢고 있을지도 모른다. 몸의 균형을 맞추고 유연성을 키워주는 요가, 필라테스 등이 오히려 관절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고관절 손상이다. “요가를 한 사람 중 고관절 수술을 받는 사례가 종종 있죠. 우리 몸의 탄력 범위가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홍정기 교수는 관절이 움직일 수 있는 유연성에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한다. “한 자세를 30초 정도 유지한다고 근육이 늘어나지 않아요. 근육을 과하게 늘이면 인대나 힘줄, 근막이 원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되고 관절 주머니가 손상될 수 있죠. 관절 주머니가 손상되면 관절이 뻣뻣해지고 통증도 생기고요.” 스트레칭이나 요가를 할 때 닿지 않는 손바닥, 발바닥을 땅에 터치하려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 억지로 몸을 더 늘이기 위해 누군가의 힘을 빌릴 필요도 없다. 한 자세로 오래 버티는 것보다 자연스러운 범위 내에서 팔이나 허리, 무릎을 돌리는 동작이 안전하게 유연성을 키울 수 있는 방법. 또 필라테스에서 이야기하는 코어근육(속근육)을 단련하는 것은 좋지만 속근육만 지나치게 강화하면 근육이 경직될 수 있다. 근육은 움직임을 만드는 겉근육과 움직임이 일어나게 지탱해주는 속근육으로 나뉘는데, 속근육만 단련할 경우 유연성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 시간이 날 때마다 호흡과 함께 어깨를 위아래 혹은 옆으로 돌리거나 계단을 오르는 등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통해 겉근육과 속근육을 함께 강화하는 것이 현명하다.

체력의 한계를 극복하는 크로스핏

“크로스핏 센터 주변의 정형외과가 잘된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단시간, 고강도로 운동하는 크로스핏은 한계를 뛰어넘으며 엔도르핀을 발산하는 매력적인 운동임에는 분명하지만 많은 크로스피터들이 디스크를 앓고 있을 정도로 주의가 필요하다. 동작의 안전성이 중요하므로 숙련된 전문가와 함께하는 것이 최우선. 자신에게 맞는 중량을 선택해 동작이 무너지지 않을 속도로 운동하는 것이 중요한데, 움직이는 몸의 변화에 집중해야 근육을 지배하고 있는 신경의 문이 열리고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 온전히 활성화되며 운동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체력이 극명하게 다른 사람끼리의 운동은 자제하길. 무릎이 약한 사람은 스쿼트 자세를 할 때 움직임의 각도를 줄여 다리의 변형을 막고, 근육통이 생겼다면 강한 압박 대신 피부를 가볍게 마사지해 근막을 이완시킨다.

과도한 유산소 운동을 촉진하는 시티러닝

과도한 유산소 운동은 무릎과 허리염증을 유발하고 몸속 활성산소를 촉진해 노화를 가속화한다. 더욱이 급성 스트레스를 받으면 분비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 수치를 증가시켜 지방이 연소되지 않고 몸에 쌓이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초래하기도 한다.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시티러닝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남들과 함께 뛰며 에너지를 얻을 수는 있지만 본인의 체력을 고려하지 않고 고강도로 운동해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산소 운동 역시 근력 운동처럼 점진적으로 강도를 높여야 한다. 1단계는 최대 심박수의 60% 이하의 상태로 10분씩 1~2주 지속한 뒤 80% 이하로 뛰는 2단계로 1~2주, 다음엔 90~95%까지 뛰는 3단계로 트레이닝하기를 권한다. 스마트워치나 러닝 앱을 활용해 피로도와 심박수 등을 모니터링하면 보다 체계적으로 운동할 수 있다.

한쪽 팔만 사용하는 골프와 테니스

요즘 드넓은 초원에서 멋지게 몸을 비틀며 골프채를 휘두르는 모습이SNS에서 자주 목격된다. 20~30대에게 인기 있는 스포츠 골프는 몸을 한쪽 방향으로 주로 사용해 보디 밸런스가 깨지기 쉽다. 비거리를 높이기 위해 빠르게 몸을 회전하다 보면 척추가 과도하게 틀어져 부상을 입기도 하고, ‘골프 엘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정도로 많은 사람이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테니스도 마찬가지. 한쪽 팔을 많이 사용하기에 팔꿈치 안쪽이나 바깥쪽, 손목에 통증을 유발하곤 한다. 특히 일명 ‘골린이’, ‘테린이’라 불리는 운동 초보자는 손목이나 팔꿈치 힘으로 운동하고 있지않은지 한 번쯤 확인해보아야 한다. 손목과 팔꿈치, 그리고 어깨와 몸통까지 전체적으로 움직여야 부상을 예방할 수 있지만 초보일수록 작은 부위의 근육만 사용하기 쉽기 때문이다. 운동 시작 전 손목과 팔꿈치, 어깨, 그리고 몸통을 부드럽게 회전해 몸을 이완시키는 것은 기본. 운동 후 엘보가 아프다면 스트레칭 밴드를 활용해보자. 밴드를 양팔로 잡아당겨 버티거나, 팔을 구부렸다 폈다 하는 것만으로 긴장된 근육이 편안하게 이완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상체 벌크업을 위한 벤치프레스

혹시 지금도 피트니스 센터에서 근육이 찢어지는 고통을 감내하며 중량 운동을 하고 있나? 두툼해진 어깨와 가슴 근육을 보며 흐뭇할 수는 있겠지만 특정 근육을 지나치게 트레이닝하면 근막을 과도하게 늘여 근막에 있는 신경이나 혈관을 압박하고 혈액순환을 저하시킬 수 있다. 근사한 역삼각형 몸매를 얻는 대신 힘줄 파열이나 관절 통증, 연골 손상 등으로 집에서는 진통제를 입에 털어 넣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할지도 모를 일. 평생 통증에 시달리고 싶지 않다면 최소 1년 이상 여유를 두고 개인의 뼈 질량과 힘에 맞춘 무게를 사용해 점진적으로 운동 강도를 높이자. 자기 관절의 근력 평가를 받아보는 것도 좋다. 국가 지정 공인 체력인증기관인 ‘국민체력100(nfa.kspo.or.kr)’에서는 전문가와 함께 기구 운동을 통해 개인의 체력을 객관적으로 분석해준다. BMI 지수와 교차 윗몸일으키기, 30초 의자 앉았다 일어서기, 2분 제자리 걷기 등 자가 측정 결과를 보내면 비대면으로 체력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중량 운동을 할 땐 관절의 유연성을 돕는 운동과 맨몸 스쿼트, 윗몸일으키기 등 근지구력 운동도 병행해 건강하게 근육을 키우길 추천한다.

“건강해지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운동에 최적화된 컨디션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의 몸 상태가 어떤지 체크하고 전문가들에게 평가를 받아 내 몸에 맞는 운동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시작하세요. 우울증이나 불면증이 있는 사람은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운동하길 추천합니다. 아침에 운동하면 뇌가 깨끗해지고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하거든요. 천식과 류머티즘 관절염, 허리디스크, 심장질환, 고혈압이 있다면 저녁이나 밤에 운동하세요. 오후가 돼야 뻣뻣했던 관절과 근육이 비교적 유연해지니까요!” -홍정기(차의과학대학교 스포츠의학대학원 원장)

셀럽들의 운동 스폿 4

소유의 급찐급빠 운동 일지

컨트리뷰팅 에디터
정재희
사진
LEVI BROWN/TRUNK 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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