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노동자를 위한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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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빼는 피트니스에서 몸매를 조각하는 보디 토닝을 거쳐 현재 헬스 트렌드 최전선에 있는 것은 ‘살기 위한 운동’이다. 스트레스 개복치, 지식노동자를 위한 새로운 서바이벌 가이드.

나의 게으름이 민폐가 되지 않는지 끊임없이 경계하는, 성실한 지식노동자들의 생활은 대부분 이러하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 근무하고 여가 시간에는 모바일로 돌발 업무를 처리하며, 다양한힐링 콘텐츠 -낄낄거릴 수 있는 것, 감동적인 것, 혹은발전적인 것-를 소비한다. 그러다 옷 버튼이 빠듯해진느낌이 들면 ‘칼로리 버닝 홈트’, ‘죽음의 타바타’ 등을검색해 몸을 꼼지락거려본다. 의지박약, 혼자서는 안되는구나 싶어 전문가를 찾아가 플렉스를 하고 나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변종 바이러스가 까꿍을 한다. 시국의 족쇄는 참 좋은 핑계지만 재택근무를 마치고침대에 비스듬히 기대앉으니 ‘현타’가 온다. 스마트폰이 말해주는 오늘 하루 걸음수는 500보 남짓. 움직임이 적으면 피곤이라도 덜해야 할 텐데 왜 이리 힘든 것인가? 일하며 뒹굴며, 쉴 만큼 쉰 거 같은데 어째서 밤을 새운 듯 머리가 무거운지. 움직임이 적어져 식사량을 줄였는데도 더부룩함은 쉽게 가시지 않고 체중계 숫자만 올라간다.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해답을 물었더니그들은 모두 같은 이야기를 했다. “지식노동자의 운동은 달라져야 하며 최고의 운동법은 숨 쉬고 걷고 명상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서서 운동할 자격

콘텐츠 크리에이터 에이전트 H는 언제 어디서든 노트북을 끼고 목에는 이어폰을 걸고 있다. 룩앤필 자체가 ‘셋, 레디, 고’의 반복이다. 특유의 에너제틱한 바이브로 강단 있게 일을 처리하는 그녀는 참으로 호감이었고 많은 사람이 주말 스케줄을 함께하길 청했지만 대답은 언제나 노. 저질 체력 탓에 내일의 에너지를 빌려서 오늘 일을 처리하는 패턴이라 주말에는 방전되어 침대를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던 H의 SNS에 주말 여가 생활이 포스팅되기 시작했다. ‘시체를 일으켜 세운명의’가 누구냐 물으니 PT를 시작했단다. “재야의 고수, 숨은 PT 명인이니 꼭 한번 만나보세요. 가르침이남달라요.”

논현동 지하에 위치한 ‘윤짐’에 들어서자 무게를 칠 수있는 운동 장비가 즐비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아드레날린이 솟고 몸에 힘이 들어갔다. 의욕을 불태우는 내게건넨 김성민 트레이너의 첫인사는 “위로 올라가서 누우시죠”였다. 복층 구조의 계단을 올라가니 치료용 베드와 매트가 깔려 있다. 트레이너는 누워 있는 내 몸을 스캔한 후 “적어도 한 달은 운동화 가지고 오지 않아도 됩니다”라고 한다. 왜냐고 묻자 “지금 몸으로는 서서 운동할 수 없습니다”란다. 납득이 안 됐다. 장르 불문, 그간 만난 모든 트레이너들은 나를 두고 ‘운동 센스가 있다. 특히 정신력이 국대’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단 말이다. 그런 내가 서 있을 자격도 없다는 말인가? “운동을처음 시작하면 ‘영점’이 없어요. 해부학적으로는 중립 상태라고 표현되고, 저는 그걸 정상적인 순환 대사와 밸런스라고 설명하죠.” 영점 상태에서 운동하면 효과가 빨리 나타나고 몸의 회복도 빠르다. 중립이 안 된 상태로 운동을 한다면? “근육 사이즈만 커져요. 관절에 무리가 가고요. 몸의 균형이 잡히지 않는 상태에서 인터벌 트레이닝 등의 고강도 운동을 한 후 사지가 경직되어 오는 회원들이 여기서 재활을 하곤 합니다.” 흔히 ‘싹 다 불태워주겠다’는 고강도 운동은 영점을 지나야만 비로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지금 이 몸으로 중력에 대항해 운동한다는 건 스케이트도 못 타는데 트리플악셀을 배우는 꼴이다.

처음에는 릴랙스하게 누운 자세부터 교정을 시작해 앉고 서는 과정을 거쳐 몸을 만들어야 소위 말하는 ‘코어’ 가 잡힌 내실 있는 몸이 만들어진다. 설명을 듣다 보니인간의 발달 단계와 비슷하다. “저는 아기 단계네요.” 트레이너는 의기소침해진 나를 위로했다. “요즘 바로 서서 운동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예쁜 구두 신고출근해서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지식노동자들은 특히 더그렇죠. 몇 달 후부터는 ‘마라맛’ 운동을 맛보게 될 테니지금을 즐기세요.”

구해줘 발바닥

두 발로 땅을 딛고 운동할 수 있게 된 건 약 2개월 후였다. 눕고 앉아 0점을 잡아가는 과정은 매우 새로운 경험이었다. ‘힘 빼라’, ‘너무 열심히 하지 마라’는 잔소리를 들으며 전혀 어려워 보이지 않는 동작으로 깨작깨작 움직이는데, 심부 근육을 쓰기 때문에 정말 너무 힘들다. 시키는 대로 몸을 배치하고 힘을 넣으면 복부를 중심으로 몸 전체로 부들부들 떨림이 퍼져 나가기도 한다. 그러면 여지없이 ‘진동 굿’이라며 칭찬을 해준다. “몸의 주파수와 맞은 거죠. 코어를 제대로 쓰게 되면 그 진동값 내에서 에너지가 발생하며 몸이 떨리게 됩니다.” 지쳤다는 사인이 아니고 운동이 잘되고 있다는 표식이니 어서 일어나라며 다음 세트를 독려한다.

훈련 중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데 티가 안 나 억울했던 것이 바로 발 교정이다. 발가락만 지면에 붙인 채로 무릎을 꿇고 앉아 체중을 실으면 발가락이 끊어져 나갈 것처럼 아프다. 발바닥 아치를 볼 위에 두고 올라서서 발가락만 들어 올릴 때는 열패감마저 든다. 첫째, 둘째 발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세 발가락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질 않고 50%의 힘도 들어가지 않는다. 수의근이 불수의근처럼 굴면 마치 과거의 나에게 조롱당하는기분이다. ‘예쁜 하이힐을 신고 천릿길을 걷더니 꼴좋다.’ 칭얼거리는 내게 김 트레이너는 ‘몸의 중심을 회복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이라고 단호하게조언했다. “근육의 존재 이유는 직립이에요. 발바닥 기저면이 안정성을 갖추고 중력에 반응하지 못하면 운동은커녕 일상생활에서도 힘을 낭비하게 됩니다. 근육의 예민함을 떨어뜨리는 예쁜 신발과 이제는 그만 안녕하세요.” 운동화를 신고, 시킨 대로 책상 밑에서 끊임없이 발가락을 꼼지락대는 습관을 들인 지 2주 정도 지나자 하체의 부기가 눈에 띄게 가시기 시작했다. 같은 동작을 해도 고통 대신 시원함을 느끼고 골반 운동을 위해 한 다리로 중심을 잡을 때도 덜 허우적댄다.

걸어야 잡히는 것들

고통받는 목과 허리를 케어하기 위해 흉추 자체를 강화하는 방법, 숨을 깊고 편안하게 쉬기 위한 호흡도 다시 배워야 했다. 그리고 매일의 숙제를 받았다. 15분이라도 걷기, 누워서 숨쉬기 같은 난도 하의 과제였다. 특히 걷기를 거듭 강조했다. 몸이 스스로 영점을 잡아가기에 그보다 더 좋은 트레이닝은 없다는 거다. “지식노동자의 가장 큰 문제점은 활동량이 너무 적다는 거예요. 병원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데 어깨와 목이 아프고 온몸이 무기력하다면 움직임이 적어서 생긴 문제인 경우가 많아요.” 인간이 기본 물리적으로 써야 할 몸값이 있는데 그만큼 움직이지 않으면 그 빚이 모두 몸으로 돌아온다. “최소 5,000보 걷기를 추천해요. 아참, 음악 듣지 마시고요.” 처음 ‘고요한 워킹’을 숙제로 받았을 때는 ‘몸의 움직임을 인지해야 운동 효율이 올라간다’는 신경정신과 전문의의 조언을 떠올렸다. 운동 효과 극대화를 위한 처방이구나 싶어 처음으로 산책을 하며 이어폰을 끼지 않았다.

아파트 사이를 지그재그로 걷고 있자니 숨이 찼다. 마스크를 쓰고 나서 입으로 숨 쉬는 구호흡이 늘어났지만 그건 영점 찾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였으니 코로 숨 쉬도록 주의하며 걸었다. 단지를 벗어나 초등학교로 이어지는 인적 드문 길에 접어들자 숨이 안정됐고 마스크 안으로 들이치는 겨울 산책 냄새에 기분이 좋아졌다. 귀에 들리는 것은 내가 휘저은 팔이 패딩을 스치는 소리와 운동화가 지면을 밀어내고 다시 딛는 리듬뿐이다. 문득 ‘내가 내는 소리를 들어본 게 언제였더라?’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혼자만의 휴식이라고 믿고 소비한 것들을 복기했다. 나의 오감에 담겼던 음악, 소설, 만화, 영화는 누군가의 의도된 메시지인지라, 콘텐츠를 소비하는 내내 나는 그들의 생각과 함께 있었다. 혹사당한 뇌를 위해 필요한 건 아주 잠시라도 완벽하게 혼자가 되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동안 트레이너가 “잠깐이라도 걸었냐”고 질문한 것은 운동의 여부가 아니라 삶의 안위를 물었던 것임을 깨닫게 됐다. 정신이 맑아지며 익숙해서 몰랐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지나쳤던 샛길, 왼쪽이 좀 더 가파른 경사길의 불균형 그리고 집에서 채 3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불을 밝히고 있는 요가 센터 등 말이다.

치유의 멍때리기

나는 요가에 좋은 기억이 있다.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 요가가 처음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 인생 최고로 에너지 넘치고 예쁜 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후에 영점을 잡지 못한 상태에서 혼자 동영상을 보며 요가를 하다 무릎 부상을 당한 이후 잠시 잊고 있었는데 마치 계시와도 같이 눈에 띈 ‘젠요가’를 보며 의욕이 샘솟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힐링 테라피를 경험했다. 시작은 요가 동작을 잘하고 싶어서. 보디 프로필에서 흔히 보는 곧고도 유연한 자세에 빨리 도달하고 싶다는 욕심 말이다. 우리 몸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형태가 변형되면 차크라가 막히게 되는데 이것이 열리면 안 되던 동작도 훨씬 수월히 되고 체력도 좋아진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시술은 엎드린 상태에서 시작됐다. 이곳저곳을 손으로 눌러 흔들자 온몸이 좌우로 흔들렸다. 마치 진자가 된 느낌이다. 호흡과 함께 흔들흔들 기분 좋은 이완이 시작될 즈음 윽 소리가 절로 나오며 찌르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척추뼈 양쪽을 파고든 것이다. “신장 부위인데 스트레스 많은 사람이 고통을 느끼는 곳”이라는 게 ‘젠요가’의 김은진 인스트럭터의 설명이다. 식은땀을 훔치며 몸을 바로 뉘었고 다시 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흑!” 이번엔 가슴이다. “4 차크라가 단단히 막혀 있네요.” 차크라는몸 구석구석 자율신경계와 직접 연결되어 있으며, 그중 4 차크라는 감정의 채널이다. 스트레스 개복치, 끊임없이 머리를 쓰고 인간관계에 부대끼는 지식노동자가 막히기 쉬운 곳이기도 하다.

과연 손으로 몸을 흔들어주는 것만으로 막힌 차크라가 뚫릴 수 있을까? “단순한 진동이 아니에요. 에너지의 전달이죠.” 그러면서 몸의 파장과 떨림에 대해 설명한다. ‘윤짐’에서 코어 잡는 운동을 했을 때 느낀 바로그 진동과 같은 맥락이다. “만약 몸이 약해지거나 차크라가 막혀 있다면 진동이 약해져 장기도 느리게 움직이고 제 기능을 하지 못해요. 힐링 테라피는 가벼운흔들림을 통해 몸이 원래 자기 리듬을 찾고 막힌 것을뚫어주는 요법입니다. 그 과정에서 노폐물 배출과 순환이 일어나고요.” 김은진 인스트럭터는 이를 창문이닫힌 건물을 환기시키는 것에 비유했다. “통로와 창이뚫리니 이제 공기의 흐름이 달라질 겁니다. 혹시 손발에 저릿한 느낌이 드시나요?” 아니나 다를까, 사지로어떤 흐름이 느껴지고 손가락 발가락이 간질간질하다. 테라피의 말미에 이르자 숨을 쉴 때마다 혓바닥에서 아리고 쓴맛이 느껴진다. 이게 제대로 된 디톡스의맛인 건가? 처음 두 번은 시술받은 다음 두들겨 맞은것처럼 온몸이 아팠다. 테라피 직후에는 부드럽게 장기가 풀어지는 것 같더니 다음 날이 되자 배에 손가락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땅땅하게 복압이 올라갔다. 배 안에서 용암이 트위스트를 하는 듯 뜨겁고 아찔한감각이다. “회복 사인이에요. 몸이 다시 굳어졌다가 나른하게 졸리고 풀리는 과정을 거칠 겁니다.” 실제 그다음 테라피부터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편안함을 찾아갔다. 새벽녘에 깨어나 쉽게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하는현상도 없어졌다.

엉망진창 감정 상태로 차크라가 막혀 호흡이 얕고 소화가 잘되지 않는 지식노동자에게 ‘젠요가’ 인스트럭터들이 권하는 셀프 테라피는 명상이다. “멍때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비워내고 하나에만 집중하는 거예요. 그것이 숨이 된다면 좋겠어요.” 바르게 누워 무릎을세운 채 한 손은 가슴에, 다른 한 손은 복부에 두고 공기가 가슴을 지나 복부까지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을느끼기만 하면 된다.

애쓰지 않고 앉기

PT와 힐링 테라피 전문가들은 모두 숨쉬기를 지적했다. 원래 호흡은 가슴을 거쳐 복강을 지나 골반 기저면까지 깊게 들어갔다 나와야 하는데 긴장과 스트레스 상태로 의자에 앉아 일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복압이 높고 숨이 얕아진다는 거다. 이 과정에서 장기는 경직되고 기능이 떨어진다. 그러니 장기를 풀어 자율신경계의 안정까지 꾀한다는 ‘더클리닉’의 장기 도수 시술 론칭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가지 않을 수 없었다.

박재만 치료사의 첫마디는 ‘숨을 쉬어볼까요’. 역시나 가슴 쪽이 잠겨 있어 숨이 횡격막을 지나 깊이 내려가지 못하고 있었다. 배를 부풀려 복식호흡을 시도했다. “이건 복식호흡이 아니에요. 배만 볼록 나왔다 들어가는 움직임을 보일 뿐이죠. 혹시 요즘 복부 형태가 변하지 않으셨나요? 호흡의 형태가 잘못되면 허리 주변 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약해져 종국에는 살이 찌게 되거든요.” 치료사가 연속으로 뼈를 때리기에 다 내려놓고 고백했다. 요즘 몸통 전체가 두터워지며 점점 덩어리화되어 간다고. “그럴 수밖에요. 갈비뼈가 자연스럽게 열렸다 닫혔다 하며 숨을 쉬어야 하는데 흉곽 중앙과 주변이 막혀 있으니 공기를 담을 공간을 확보하려 상체 윗부분, 즉 갈비뼈를 들어버리거든요. 몸통이 커지는 것처럼 보일 거예요.” 그리고 지식노동자의 대표 질환인 거북목과 라운드 숄더는 숨쉬기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덧붙인다. 목과 어깨의 근육은 폐를 감싸고 있는 갈비뼈의 움직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이 근육들이 긴장하고 있다면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다는 것이다.

즉시 갈비뼈 닫는 훈련과 치료가 시작됐다. 호흡에 유리한 몸으로 세팅을 시작한 것. 목 아래 손을 두고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목의 C커브를 유도한다. 다음은 쇄골 근처 흉근을 살짝 위로 당겨주는 동작에 맞춰 숨을 쉬기만 하면 된다. 횡격막의 긴장도를 체크하며 갈비뼈 사이로 손을 넣어 풀어주자 숨이 더 편해졌고, 누른 손가락을 호흡으로 튕겨내는 훈련을 하자 순식간에 배 아래까지 숨이 내려갔다 올라오는 것이 느껴지며 머리가 맑아졌다. 마치 멘톨 공기를 마신 듯 시원한 바람이 코를 통해 가슴으로 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동안 내가 했던 호흡은 숨도 아니었구나 싶다. 호흡이 편안해지자 이제 복부와 장기를 만질 차례. 따뜻한 온열감이 느껴지는 기계를 이용해 눌러 풀어주자 전신이 이완됐다. 목의 긴장감이 한층 덜어지며 편안한 안정감이 찾아온다. 엄마손은 약손이라더니 배를 만져주니 세계평화가 찾아왔다. ‘더클리닉’ 김명신 원장은 “삶의 형태가 달라지면 치료가 달라져야 한다” 고 말한다. “오래 앉아서 생활하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생활을 반복하면 속이 망가집니다. 얕은 호흡, 피로, 소화불량 등 장기가 보내는 SOS를 캐치해 해결해야 건강을 지킬 수 있어요.” 심장을 제 위치에서 바르게 운동하게 하는 것 또한 근육이고 몸속 장기를 감싸고 있는 것 역시 근막임을 인지한다면 재활의학과 도수치료로 장기를 이완시킬 수 있고, 나아가 장기의 움직임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자율신경계까지 안정시킬 수 있다는 건 너무나 이치에 맞다.

치료의 마지막은 앉는 법을 배우는 것. “중요한 것은 바르게 숨 쉴 수 있는 자세를 뇌에 인지시키는 것입니다.” 허리를 곧추세우고 어깨를 뒤로 젖히는 지금의 자세는 복부 겉근육에만 힘을 쓰고 있어 쉽게 체력을 소모시켰다. 다리를 쭉 뻗어 발을 멀리 두는 습관 또한 상체에 힘이 들어가게 만드는 힘든 모양새. ‘숨쉬기 좋은 앉기’의 시작은 두 발이 안정적으로 땅을 디디면서 시작된다. 어깨, 목, 가슴, 배가 일직선에 놓이게 상체를 바로 세우되 그 무게중심을 살짝 앞으로 옮겨 발을 의지하는 것이다. 자세를 바꿨더니 어라, 배에 힘을 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상체가 바르게 정렬되고 숨이 매우 깊이까지 쉬어졌다. “커브를 돌려준다는 인체공학 의자를 사지 마시고 높낮이 조절이 되는 발판을 사세요. 그것이 돈과 체력을 절약하는 길입니다.”

운동에도 트렌드가 있다. 유행이 바뀐다는 건 환경과 삶이 변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금은 제대로 숨 쉬고 앉고 걷는 훈련을 통해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고 있는 나를 0점으로 데려올 때다. 깨어진 멘탈은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회복될 테니 원인 모를 우울과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면 기본으로 돌아가자.

컨트리뷰팅 에디터
백지수
사진
CRAIG CUTLER/TRUNK 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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