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안에서 NFT는 과연 신기류일까, 신기루일까?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신기류 VS 신기루

2022-02-01T21:13:22+00:002022.02.02|FASHION, 뉴스, 트렌드|

지난해 디지털 경제를 뒤흔든 NFT라는 세계. 패션 안에서 NFT는 과연 신기류일까, 신기루일까? 

‘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토큰’. 유무형의 대상의 진위 여부를 알려주는 증명서. NFT는 지난 한 해 디지털 경제를 뒤흔든 말이다. 예술, 음악 등 무형의 가치에 NFT를 통해 가치를 부여해 자산으로서 수익화할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NFT가 코인인가? 원초적인 질문에 답하자면 그렇다. 토큰이라 하니, 비트코인과 같은 코인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엄밀히말해 NFT는 디지털 코인과 완전히 같지는 않다. 디지털 코인은 체인을 형성하기 위한 연결된 블록에 거래 데이터를 저장하는 독립적인 블록체인에 구축된다. 그러나 토큰 자체에는 블록체인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더리움이나 네오 같은 기존의 블록체인 위에 생성하게 되는 것. NFT는 가치가 생기기 때문에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판매가 가능하다. 또 NFT로 판매할 수 있는 작품의 종류는 어떤 것이든 가능하다. 하다못해 최근 NFT로 방귀 소리를 파는 미국의 아티스트까지 등장했으니까.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걸까? 미국의 영화감독 알렉스 라미레스 말리스는 최근 NFT가 광기처럼 팔려 나가는 걸 보며 세상을 비웃듯이 방귀 소리를 팔기로 결정했다. 그는 친구 4명의 방귀 소리 1년 분량을 녹음해 편집했고, 믿기지 않겠지만 10만원에 팔려 나갔다. 이런 현상을 보면 NFT는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하찮고, 기행 같은 일이지만 디지털 세상 속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다른 누군가에게는 희소성 있는 ‘상품’으로 여겨지는 코믹한 상황이 진지하게 펼쳐지는 세상이다.

최근 NFT 시장은 MZ세대를 중심으로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누구든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사진, 영상, 그림, 아이템, 음악 등 디지털화된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다른 자산에 비해 높은 차익 실현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이 바로 MZ세대를 이끄는 요인이다. NFT가 가진 희소성 또한 그들을 끌어당긴다. 한정판 신제품을 추첨제로 판매하는 래플 마케팅, 한정판 중고상품을 웃돈을 주고 사고파는 리셀 시장의 활성화 등 희소성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MZ세대의 소비 형태를 보면, NFT는 바로 오직 나만의 제품을 갖길 원하는 MZ세대의 그 욕구를 파고든 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렇게 NFT를 통해 얻은 디지털 자산은 고유의 개성을 가진 유일무이한 것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현상은 과연 패션에서 지속가능하게 통용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척이나 그렇다.

명품 브랜드들이 NFT를 활용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실제 제품과 연계한 NFT, 그리고 메타버스에서의 NFT. 전자의 방식은 최근 지방시와 돌체&가바나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지방시는 지난해 11월 NFT 마켓 ‘오픈씨(OpenSea)’에 NFT 아트 컬렉션을 내놨다. 일러스트레이터 치토(Chito)와 협업한 2022 크루즈 컬렉션을 선공개한 후, 디자인에 쓰인 디지털 일러스트 15개를 NFT로 만들어 경매를 통해 판매한 것. 그들은 이 협업을 위해 현실에서 입을 수 있는 옷으로 만들고, 디지털세상에서 소장할 수 있는 예술 작품으로 분리해 영리하게 활용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9월 돌체&가바나는 크리스털, 금, 은등으로 화려하게 디자인한 드레스, 재킷, 왕관 등 아홉 개의NFT 작품을 익스클루시브 컬렉션으로 만들어 가상과 현실의경계를 넘나드는 컬렉션을 선보였다. 돌체&가바나의 NFT 데뷔 컬렉션 ‘콜레치오네 제네시’를 경매에 부쳤고, 그 중 5개는 실제 옷과 액세서리를 디지털 상품으로, 4개는 온전히 새로운 것을 디지털 아이템으로 선보였다. 이는 모두 메타버스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총 56만 달러에 팔려 나갔다. 한편 NFT 세상에 입성해 다양한 일을 벌여온 구찌에서는 MZ세대의 소비 패턴을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일이 일어났다. 지난해 8월 창사 100주년을 맞아 한정판 ‘퀸 디오니소스’ 백을 로블록스(게임회사)의아이템으로 5.5달러에 판매했는데, 이것이 NFT거래소에서4,115만 달러에 재판매된 것. 한정판에 웃돈을 얹는 ‘리셀’ 현상이 현실을 넘어 메타버스 세계에서도  일어난 것이다. 실제 제품은 3만 달러 정도이니, 현실에서 들 수 있는 가방은 가상세계에서 1만 달러의 가치가 더 높은 셈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현실에서 퀸 디오니소스 백은 수십 개 혹은 수백 개지만, 가상세계에선 오직 1개뿐이기 때문이다. 이는 ‘희소성’이 모든 제품 의 가치를 높인다는 경제학의 공식을 정확하게 따르고 있다.

NFT는 게임 시장으로도 확대되고 있는데, 버버리와 루이 비통의 행보가 가장 적극적이며 대표적이다. 지난해 4월 버버리는 블록체인 기반의 게임 ‘블랭코스 블록 파티’와 협업해NFT 컬렉션을 공개했는데, 게임 안에서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직접 디자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 모든 종류의 블랭코스 캐릭터를 조합해 사용할 수 있으며, 내가 만든 캐릭터를 마켓에서 재판매할 수도 있다. 버버리가 만든 ‘샤크 B(Shark B)’라 불리는 상어의 NFT 판매 규모는 39만5,000 달러(한화 4억6,000만원)였고, 750개가 30초 만에 완판되었다. 모르는 사람은 계속 모르게 되지만, 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이 세상. 당신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최근 브랜드 탄생 200주년을 맞이한 루이 비통 역시 가상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NFT를 발행했다. 그런데 방식이 좀 새롭다. 아바타의 아이템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더 진화한 모습이다. 모바일 게임 ‘루이 더 게임’을 출시한 뒤 게임을 플레이해서 목표를 달성한 게이머들에게 NFT 작품 아이템을 나눠주는 방식이다. 게임에 참여한 사람에게 예술적으로 가치 있는 작품을 선물하는 방식이랄까. 새롭지 않은가? 이처럼 NFT의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진화하고 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다른 방식으로 둔갑하고 변형되어 다시 통용된다. 많은 명품 회사들을 메타버스 같은 새로운 시장으로 이끄는 동력, 그리고 거대한 금액을 투자하게 한 확신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전략인 걸까? 아직 자본력을 갖추지 못했지만 잠재적인 미래 고객의 소비 패턴에 정확히 부응하려는 몸부림일까? 최근 기사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럭셔리 시장 소비자의 45%는 MZ세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가 기존 세대에게 적용하던 마케팅 방식에서 벗어나, 더 창의적인 마케팅 방식을 개발해야 한 이유다. 또 실제로 입어볼 수 없는 디지털 패션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는 건 ‘가치의 전환’과 맞물려 있다. 주요 소비층인 MZ세대에게 ‘SNS나 메타버스 속의 나’는 현실 세계만큼이나 중요한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MZ세대에게 ‘게임’이라는 형식은그들만의 또 다른 사회이고, 그 안에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게임 속 캐릭터를 나의 일부로 생각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데 적극적인 그들은 게임 속 나를 꾸미는 데도 비용을 지불하는 세대인 것. 그런 의미에서 명품 브랜드에게 메타버스와 NFT는 MZ세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창구다. 이들 세대를 디지털 명품 소비자로 확보할 수 있다면 향후 이들이 경제권을 가졌을 때 현실세계에서도 자신들의 고객이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리고 NFT의 특징 중 하나가 여러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호환성이기 때문에 당장의 수익으로이어지진 않지만, 잠재적 고객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무시할 수없는 시장이긴 하다.

미국의 벤처 기업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공동설립자 마크 앤드리슨은 “사람들이 NFT를 구매하는 것은 어떤 기분을 사는 것” 이라고 말했다. 과거엔 값비싼 미술품을 사면, 집에 걸어두고 흐뭇해하거나, 사진을 찍어 그것을 과시하고, 누군가를 집에 초대해 보여줌으로써 훌륭한 작품을 소유한 기쁨을 만끽했다면, 이제는 가상의 세상에 나를 대변하는 ‘이미지’로 NFT가 사용된다. 마치 ‘나는 꽤 발 빠르게 트렌드에 적응하는 사람이고, 안목있는 사람이야”라는 듯, 유행의 흐름에 함께 가고 있는 듯한 어떤 뿌듯함을 선물하는 용도로 쓰인다. 최근 인스타그램에서도게시물을 NFT로 발행, 이용자끼리 거래하는 기능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그 시장은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누군가는 그 준비를 하고 있다. NFT라는 세상에 직접 발을 담그고 동참하지 않는다면, 이 현상들은 그저 신기루일 뿐이다. 그럼 당신은 NFT의 세계에 발을 담그겠는가? 아니면 관찰자로 남을 것인가? 그래도 이 세상을 알게 된 이상, 보고만 있을 순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