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로부터 Vol.1

W

더블유의 안테나에 포착된, 지금 가장 흥미로운 열세 팀의 MZ세대 크리에이터들을 만났다. 세상은 넓고, 하는 일은 모두 다르지만 그들이 조형해가는 세계에서는 범상치 않은 일이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그들에게서 우리를 중력처럼 끌어당긴 발칙한 ‘무엇’을 발견하길. 

@goomheo 허금연 디자이너,30세

자신의 이름 앞에 붙은 ‘최초’라는 타이틀을 스스로 갱신하는 굼허의 디자이너 허금연.

<W Korea>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허금연 런던에서 남성복 브랜드 ‘goomheo’를 운영하고 있다.

2019년, 당신이 센트럴 세인트 마틴 역사상 처음으로 두 번의 우승을 차지했을 때부터 열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남들과 다른 당신만의 비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의 테이스트를 믿는 것. 그리고 작업할 때 새로운 시도를 즐긴다. 그게 무드가 되었든 비주얼 혹은 테크닉이 되었든. 새롭고 신선한 것이라면 작업도 더 재밌게 할 수 있고 더 좋은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다.

그 이후에 또 유례없는 일이 일어났다. 한국인 최초로 ‘Fashion East’의 후원으로 런던 패션위크 쇼에 참여했다. 첫 데뷔 런웨이 쇼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소셜미디어, 인터넷 혹은 잡지로만 접한 런던 패션위크에 내가 서게 됐다는 게 기쁘면서도 실감이 안 났다. 그것도 런던에서! 새로운 탤런트를 찾아 컬렉션을 선보일 플랫폼을 후원해주는 것으로 역사가 깊은 ‘Fashion East’의 일원이 되었다는 게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한국인 최초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더 열심히 임했다. 물론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선보인 컬렉션이라 스타일링부터 전반적인 컬렉션 구성을 혼자 했기에 정신이 없었지만, 런웨이에 걸어나가던 모델들의 모습을 스크린으로 볼 때 벅차오른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다.

Shygirl, CL 등 글로벌 스타들이 당신의 옷을 입었다. 이들 외에도 당신의 옷이 어울릴 것 같은 인물이 있다면?
Tyler the Creator, Rihanna, Asap Rocky, Lady Gaga 그리고 크러시!

일을 추진하는 동력과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
동력은 영감을 받으면 자연스레 나오는 것 같다. 익사이팅한 리서치를 보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얼른 디자인이나 다른 비주얼적인 요소로 풀어보고 싶기 때문에 그것만큼 강한 동력은 없는 것 같다. 컬렉션을 끝내고 잠시 숨을 돌릴 때, 혹은 런웨이에 내 옷을 입고 걸어 나가는 모델을 볼 때의 벅찬 감정이 새로운 시즌을 시작할 동력이 되기도 한다. 영감을 받는 곳은 다양하다. 내 머릿속 상상으로 나오기도 하고, 길에서 본 사람들, 밖에서 본 다양한 텍스처 등 우연한 마주침 속에서 발견하기도 한다. 오래된 책을 리서치하다 받는 영감도 강렬하다. 영국에서 락다운이 풀리고 학교 도서관을 다시 가게 되었는데 너무 신이 나 일주일 내내 갔을 정도다.

본인의 작업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과 그 이유는?
세인트 마틴 BA 졸업 컬렉션. 생애 첫 컬렉션이었고, 백지 같은 상태에서 만들어낸 컬렉션으로 그때만 나올 수 있었던 그 에너지가 좋다.

현재 가장 영리한 브랜드라고 생각하는 것은?
디자이너로서 Demna Gvasalia.

당신에게 팬데믹 시대의 새로운 숙제는 무엇이었나?
컬렉션 시작부터 끝까지! 리서치부터 컬렉션 샘플을 만드는 과정까지 스튜디오 내에서 다 해결했어야 했기에 여러 제약이 많았다.

동시대에 가장 끔찍하게 싫은 것이 있다면?
SNS.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브랜드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홍보를 위해 혹은 작업을 보여주기 위한 플랫폼으로서 필수는 아니지만 필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다만 실제 작업에 쏟는 에너지보다 SNS에 더 치중하고 보여주기 식으로 이용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 SNS에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좋아요, 팔로워 수 등).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SNS가 내 작업을 보여주는 유일한 플랫폼이 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전히 온라인 플랫폼의 매거진이나 SNS보다 출판되는 매거진, 아티스트들의 작업에 내 옷이 노출되는 게 더 좋다.

흔히 말하는 MZ세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당신이 속한 세대에 대해 책도 나오고 말도 많은데, 이 세대가 기성세대와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상대와 소통하는 방법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MZ세대는 온라인, 소셜미디어 등 실제로 만나지 않아도 소통하는 데 익숙하고, 기성세대는 실제로 만나고 무언가를 직접 알아가는 데 더 익숙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당신에게 한 가지를 바꿀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바꾸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없다, 한 가지 가지고 싶은 게 있다면, 순간 이동. 한국과 영국을 자유롭게 오가고 싶다.

롤모델 혹은 존경하는 사람은?
우리 부모님, 디자이너에서의 롤모델은 릭 오웬스.

지금 세상에 일어나는 일 중 가장 관심 있는 일은 무엇인가?
1월 초에 한국에 가야 하는데 한국에 갔을 때 격리해야 되는지 면제인지. 정책이 매번 바뀐다.

최근 SNS에서 관심 있게 본 사람이 있다면?
@isywod

인생 00000 하게 살자.
인생 나답게 살자.

살면서 힘든 일(상황)을 버티게 해준, 당신에게 힘이 되었던 말이 있다면?
Everything happens for a reason.

앞으로의 꿈, 작은 꿈, 중간 꿈, 큰 꿈
작은 꿈 – 한국에 자주 오갈 수 있는 여유와 상황이 생기는 것. 중간 꿈 – 브랜드가 더 성장해서 같이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들과 작업하고, 스튜디오를 확장하는 것. 큰 꿈 – 패션 하우스의 디렉터가 되는 것.

에디터 | 김민지

@borachx최보라 스타일리스트,26세

@keemjwook 김재욱 스타일리스트,28세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니, 좋아하는 것을 잘하게 된 김재욱&최보라 듀오 스타일리스트의 아카이브 @kncstudios.

<W Korea>본인이 하는 일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김재욱 새로운 비주얼을 제시하는 일.
최보라 문화와 스타일과 대중의 흐름을 읽고 새로운 것을 제시하는 사람.

둘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팀으로서 각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김재욱 의상 공부를 하다가 만나게 되었고, 비주얼 측면에서 전반적인 업무 및 작업에 필요한 모든 일을 상황에 맞춰 나눠서 맡고 있다. 대체로 의견이 잘 맞는 편.
최보라 패션 공부를 하다가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었는데, 자연스레 함께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조금 더 즉흥적이면서 트렌드 흐름에 예민한 편이고, 재욱 오빠는 더 계획적이고 세심한 편이라 합이 잘 맞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취향이 비슷하다.

한 뮤지션에게 포트폴리오와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는 말을 듣고서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멋지다고 생각했다. 어떤 마음과 생각이었는지 궁금하다.
김재욱 어떤 일이든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행동으로 옮기는 편이다.
최보라 초반에는 하고 싶은 것이나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무조건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우리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 의지가 지금의 kncstudios를 만든 것 아닐까.

CL이나 릴체리 등 다양한 뮤지션과의 작업을 인상 깊게 봤다. 그들과의 작업 과정은 어떤 재미와 에너지를 주나?
김재욱 매번 새롭게 배운다. 그 과정에서 재미와 에너지를 동시에 얻는다.
최보라 각 아티스트마다 에너지가 정말 달라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운다. 특히 강한 정신력과 긍정적인 바이브, 그리고 어떤 순간에도 프로페셔널하게 행동하는 태도 같은 것들.

또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인물이 있다면?
김재욱 박찬욱 감독님.
최보라 벨라 하디드와 프랭크 오션.

본인들의 작업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과 그 이유는?
김재욱 @pusspussmag 커버 에디토리얼.
최보라 나 또한 최근 작업한 @pusspussmag 커버 작업이다. 스타일링뿐 아니라 기획에서도 고민을 정말 많이 했고 그만큼 만족도도 높았다.

반대로 계속 생각날 만큼 힘들었던 작업은?
김재욱 의상감독으로 참여한 겨울 바다가 배경인 독립영화.
최보라 적은 시간 안에 최대치를 뽑아내야 하는 작업들.

현재 가장 영리한 브랜드라고 생각하는 것은?
김재욱 Gucci
최보라 @nodaleto나 @heavn 같은 인스타그램의 운영, 홍보 방식이 키치하고 쿨하다고 생각한다. 인스타만 봐도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이 보인다.

SNS는 어떻게 활용하고, 또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재욱 투자 대비 가장 효과적인 포트폴리오.
최보라 길티플레저. 나라는 사람을 원하는 모습으로 잘 포장해서 보여주는 공간이다 보니, 에너지 소비가 크지만 안 할 수는 없는 존재. 그렇지만 많은 기회를 열어주기도 해서 밸런스를 잘 유지해야 할 듯.

동시대 한국에서 가장 끔찍하게 싫은 것은?
김재욱 너무 빠른 유행의 변화.
최보라 새로운 것들에 대해 처음에는 경계하지만, 유행이 시작되면 우후죽순 뒤따라 생겨나는 현상들.

흔히 말하는 MZ세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당신이 속한 세대에 대해 책도 나오고 말도 많은데, 이 세대가 기성세대와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김재욱 새로운 세대는 필연적으로 생기기 마련이다. 차이는 피할 수 없고. 빠르게 디지털화되어가는 세상에서 계속해서 나를 필요로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야 하는 세대라고 생각한다.
최보라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치는 걸 지양하는 편인데, 얼마만큼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는지는 세대 불문하고 중요한 것 같다.

지금 당장, 당신에게 한 가지를 바꿀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바꾸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김재욱 시력이 좋아졌으면.
최보라 학생 때 준비했던 미국 유학 떠나기.

롤모델 혹은 존경하는 사람은?
김재욱 어머니.
최보라 리한나.

지금 세상에 일어나는 일 중 가장 관심 있는 일은 무엇인가?
김재욱 한류.
최보라 자아실현.

최근 SNS에서 관심 있게 본 사람이 있다면? 아이디만 태그.
김재욱 @balenciaga
최보라 @carljinjacobs @gabbriette

인생 00000하게 살자
김재욱 도전적으로.
최보라 현재를 즐기면서.

살면서 힘든 일(상황)을 버티게 해준, 당신에게 힘이 되었던 말이 있다면?
김재욱 나를 위해 기도해주겠다는 말.
최보라 남자친구가 말없이 1시간가량 내 얘기를 들어준 것.

앞으로의 꿈, 작은 꿈, 중간 꿈, 큰 꿈
김재욱 단기적으로는 해외 진출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큰 목표로는 영화 의상감독.
최보라 내가 꿈꿔왔던 것을 조금씩 이뤄가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의 목표는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가 더 많은 것을 경험하는 것.

팬데믹 시대의 새로운 숙제는 무엇이었나?
김재욱 프리랜서 입장에서 기회의 폭이 줄어든 것.
최보라 실질적인 경험의 부재와 디지털 세상의 진보. 앞으로 빠르게 변화할 세상에 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에디터 | 김민지

@SUNGERMONE 이름과 나이는 비공개,작가 및 디자이너

형태학에 기반하여 자기의 세계관을 입체 조형물과 의상으로 표현하는 선점원.

<W Korea>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해달라.
선점원 원단을 이용하여 입체 조형물 또는 의상을 제작한다.

이 작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머릿속에 있는 것을 만들고 싶었고 할 줄 아는 게 봉제였다.

본인을 모티프로 한 작업물을 하는 거로 아는데, 그럼에도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작품을 볼 때 작가의 얼굴이 꼭 필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작품과 자신의 어떤 부분이 닮았는가?
직설적이다.

어떤 인터뷰에서 작품을 보는 이들이 불쾌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한 것을 봤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이 많은데, 왜 불쾌함에 흥미를 느끼는지 궁금하다.
인터뷰에서 말했던 불쾌함은 단순한 불쾌함이 아닌 일정 호감도를 넘어설 때 느껴지는 불쾌함을 이야기한 것이다. 나도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 아름다움과 불쾌함이 공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부분에 흥미를 느낀다.

브랜드 점원은 선점원의 세계와 얼마나 다르고, 또 어떻게 연결되나?
점원은 내 작업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지만 상업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이었다. 지금은 운영하지 않고 있다.

SNS는 어떻게 활용하는지, 또 어떻게 생각하는지?
SNS에는 작업물만 올리고 있다.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

많은 일을 지속적으로 하다 보면, 소비되기만 하고, 채워지지 않을 때도 있을 듯하다. 어떤 식으로 재충전하나?
나에 대해 생각을 한다.

동시대 가장 끔찍하게 싫은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일상이 제재받는 것.

흔히 말하는 MZ세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당신이 속한 세대에 대해 책도 나오고 말도 많은데, 이 세대가 기성세대와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이전 세대보다 여러 면으로 과감한 것 같다.

지금 당장, 당신에게 한 가지를 바꿀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바꾸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나이.

롤모델 혹은 존경하는 사람은?
Jim Carrey.

지금 세상에 일어나는 일 중 가장 관심 있는 일은 무엇인가?
가상현실.

최근 SNS에서 관심 있게 본 사람이 있다면? 아이디만 태그.
@pinkbeanieboiboi.

인생 00000하게 살자.
원하는 대로.

살면서 힘든 일(상황)을 버티게 해준, 당신에게 힘이 되었던 말이 있다면?
힘들었던 적이 없다.

앞으로의 꿈, 작은 꿈, 중간 꿈, 큰 꿈.
(질문처럼 나누기가 어려워 하나로 묶어서 답변했습니다.) 작업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더욱 더 다양한 사람과 작업하고 싶다.

당신에게 팬데믹 시대의 새로운 숙제는 무엇이었나?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만드는 것.

에디터 | 김민지

@summerskythunderstorm 신호승 아트디렉터, 30세 

키워드로 말하는 아트디렉터 신호승.

<W Korea>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신호승 공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작게는 소품 제작과 배치부터 크게는 공간 전체의 분산과 통합을 아우르는 디자인 일을 한다.

지금의 신호승 아트 디렉터가 되기까지 과정이 궁금하다. 공간 구성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아트 디렉터 일의 시작은 나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20대 중반부터 그래픽 디자인을 해왔다. 2017년에는 인테리어 현장에서 근무했고, 2019년에는 정부지원사업을 1년간 수행하였는데, 이런 일들은 궁극적으로 나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그래서 하던 일을 모두 중단하고, 그간 벌어둔 돈으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그런 작업물이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트 디렉터라고 인정받게 된 것 같다.

기존 세트 디자인과 신호승의 작업이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실 나는 손으로 만들어내는 재주도 없고, 몸을 움직이며 하는 작업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반면에 기획하는 일만큼은 잘하고 좋아했다. 그래서 나는 작업을 시작할 때 기획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그런 과정에서 나만의 이야기가 담긴 조금은 새로운 결과물이 나왔고, 이를 외부에서 좋게 평가해주는 것 같다.

보통 작업 과정은 어떻게 되나?
하나의 키워드로 시작된다. 그 단어가 뿌리를 뻗어가며 이루는 생각을 적어 나간다. 보통 A4 용지 1~2장 분량 정도로 글을 쓴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며 생각이 계속 팽창하는데, 생각이 무르익을 즈음 이를 다시 한 단어로 압축시킨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 대체로 만족할 만한 작업물이 나온다.

당신에게 가장 영감이 되는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단어다. 일상생활에서 그냥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단어들이 나의 작업에 가장 큰 영감이 된다. 단어는 시대의 흐름, 상황, 각기 다른 맥락을 반영하며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이 하는 생각의 집약체다. 그렇기 때문에 내 작업물을 한 단어 혹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는지를 가장 염두에 둔다. 그리고 그 한 단어로 대중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신호승의 작업을 세 단어로 정의한다면?
은유, 공감, 포착.

그간 했던 작업 중 가장 좋았던 것은?
모든 작업물에 애착이 크다. 그럼에도 굳이 하나를 꼽는다면, 제일 처음 작업한 ‘Light Phenomena’다. 지금의 나를 출발시켜준 작업물이기도 하고, 그 당시 절박함, 설렘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MZ세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당신이 속한 세대에 대해 책도 나오고 말도 많은데, 이 세대가 기성세대와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언론에서 MZ세대의 특징으로 의사표현이 분명하고, 고집이 세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난 잘 모르겠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주장이 있고 의사표현을 하는 동물 아닌가. 역사를 돌아보면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갈등은 늘 있었다. 이러한 갈등을 시대마다 지칭하는 단어가 바뀔 뿐인 것 같다.

지금 당장, 당신에게 한 가지를 바꿀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바꾸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한 가지에 과다하게 몰입하는 성격. 때로는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사소한 문제도 나에게는 굉장히 큰 파도로 다가올 때가 많다. 그런 생각들에 순간순간 휩쓸리지 않고 일을 하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세상에 일어나는 일 중 가장 관심 있는 일은 무엇인가?
공간의 다중화이다. 공간이라는 것은 사전적 의미로는 어떤 물질이나 물체가 존재할 수 있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영역이다. 이제 우리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현실과 동시에 다중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 과연 우리가 현실 공간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하루 24시간 중 얼마나 될까.

최근 SNS에서 관심 있게 본 사람이 있다면?
@fenglee313

살면서 힘든 일(상황)을 버티게 해준, 당신에게 힘이 되었던 말이 있다면?
절망감 속에서 절박함이 나온다. 항상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스스로 되새기는 말이다. 살아오면서 절망감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사이에 눈에 보이는 성장을 이뤘던 것 같다.

앞으로의 꿈, 작은 꿈, 중간 꿈, 큰 꿈.
작은 꿈은 세계여행을 하며 세계 각지에서 나와 뜻이 맞는 작업자들과 한 번씩 다 일해보고 싶은 것. 중간 꿈은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 보다 폭넓은 의미의 공간을 디자인하고 싶은 것. 가장 큰 꿈은 과감하고 참신한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변화를 이뤄내고 싶은 것이다.

에디터 | 이예지

@m1mipark 박미정 키네틱과 시각예술, 사운드 아트를 배우는 학생, 아티스트, 모델, 26세

키네틱 시각예술과 사운드 아트를 공부하는 학생이자, 모델, 지금은 베네수엘라 푸들 나방 로봇을 만들고 있는 스물여섯 살 박미정.

<W Korea> 지금 뉴욕에 있다고 알고 있는데 그곳에서 어떤 일을 하나?
박미정 지금 대학원 2학년 졸업반이다. 조교 생활과 각종 전시 준비, 또 학생으로서 그리고 인턴, 파트너, 친구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

어떤 공부를 했고,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지.
캐나다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후 한국에서 잠깐 지내다 그 이후로는 쭉 미국에서 지내고 있다. 예중, 예고, 미대를 거치고 현재 미술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항상 시각예술 근처에 있는 것들을 배우며 자라왔다. 학부생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문화인류학과 프로그래밍 공부를 병행하며 요새는 여러 분야를 연구 중이다. 꿈 관련 질문은 범위가 넓어 대답하기 어려운데 시시각각 변화하는 내 흥미가 반영된 진솔한 작업을 오랫동안 할 수 있는 것. 주변 사람들과 같이 성장하며 공생하는 것 정도를 소망하며 자라왔던 것 같다.

로봇을 공부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정확히 어떤 분야인가?
여러 가지 움직이는 것들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지금은 Hod Lipson이라는 교수님의 ‘Robotic Studio’ 수업에서 팀원 William Xie(@badinkajink)와 함께 베네수엘라 푸들 나방 로봇을 만들고 있다. 키네틱과 시각예술, 사운드 아트, 그 너머의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설치 전시도 여러 번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에선 취미가와 수장고에서 같이 작업했고, 뉴욕에선 Lubov, Real Pain, Chasama, Wallach Gallery에서 그룹전, 그리고 시카고 New Works에서 개인전을 했다.

모델로도 일하고, 다양한 브랜드와 작업도 했다. 어떤 경험이었나?
학부 졸업하고 운이 닿아 모델로 여러 경험을 해본 것에 감사하고 있다. 다수의 패션지, 미우미우, 유니프, 센스, 헤인서, 반스, 샌디 리앙 등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수룩한 나를 모델로 써줘서 정말 고마웠다고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전하고 싶다.

모델 커리어도 계속 이어갈 생각인가?
모델로서의 나와 대학원생인 나의 경계가 매우 희미하기에 확실한 답을 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 둘 다 박미정이기 때문이다. 좋은 기회가 닿으면 감사한 마음으로 승낙하겠지만 지금은 나의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다른 갈래가 생겼기에 그 길들을 더 깊이 탐험해볼 생각이다.

스타일이 무척 독특하다. 어떻게 지금의 스타일을 확립했는지?
사물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관찰하는 행위 그리고 그것을 내 성향에 맞게 합성하는 것이 내 작업 전반에 걸친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고, 일상생활에서도 잘 쓰인다. 그것은 내 스타일을 찾아가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나를 스쳐 간 셀 수 없이 많은 인연들, 예를 들면 교수님들의 머플러, 친구들의 신발, 그라임즈, 아오이 유우, 만화 캐릭터, 지하철 맞은편에 직접 뜬 스웨를 입고 계신 노인, 아침 일찍 일어나 채도 높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러닝하는 사람 등 이런 이미지의 조각들이 모여 내 스타일에 활용되는 것 같다.

좋아하는 것들, 사랑하는 것들을 단어로 늘어놓는다면?
문어가 피부세포의 색을 하나하나 바꾸듯 내 흥미는 계속 움직이고 형태를 바꾸는 편이지만 그래도 한번 ‘현재’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나열한다면, 스우파 댄서들 유튜브 영상 보기, 공부왕 찐천재, 애플워치에 만들어놓은 플레이리스트, 작은 유리병에 담긴 숲들, 이북리더기, 새로 산 고양이 모양 카메라, 매일 영양제를 챙겨 먹는 내 모습, 열심히 작업하는 학생들, 학교 근처 스무디 카페 ‘오아시스’의 티셔츠 머천다이즈 등. 사랑하는 것들은 배우는 것, 호기심이 드는 순간, 질문들, 정보를 습득하는 모든 행위, 얇고 섬세한 언어로 교류하는 것, 자기 전 살 부대끼며 껴안는 투박한 시간들, 페탐으로 재문이의 밤 시간에 내 아침을 맞이하는 것, 서로의 말들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순간들, 여러 색이 나열된 모습들, 텍스처와 에너지 그리고 기록과 정리.

최근 소셜미디어의 휴식을 알렸다. 올렸던 사진도 삭제했고.
내가 이미지를 소비하는 방식에 의문이 많았던 이유도 있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꽤 최근에 내린 결정이기에 말로 구체화하려면 관련된 주제로 대여섯 차례의 대화가 필요할 거 같다. 오랜만에 친구들한테 영상통화 좀 걸어야 할 것 같다. 이유를 정확히 알게 되면 그때 또 연락 드리겠다.

영감을 얻는 당신만의 방식이 있다면?
잘 모르겠지만,영감은 늘 내 앞에 있을 거다. 어떤 것들을 내면화할지 선택하는 것이 아마 영감을 얻는 방식인 것 같다. 내가 영감을 선택하는 법은 기록하고 분류하되 마음속에 유동성을 남겨두는 방법인 것 같다. 분류화된 영감이 언제나 움직일 수 있다는 믿음이랄까. 내 몸속에 분류된 개념들은 때에 맞춰 이렇게 글로 표현되거나 시각예술로 혹은 여러 다른 표현 방식으로 발현된다. 최근 감명 깊게 본 것은 전자잉크가 화면에서 변화하는 모습이다. 이북리더기 정말 사랑합니다.

롤모델이 있다면?
인내가 익숙한 사람. 요새는 인내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존경스럽다.

지금 세상에 일어나는 일 중 가장 관심 있는 것은 무엇인가?
확대된 세계. 마이크로코스모스. 개미들의 움직임과 먼지들의 동선에 관심이 간다.

최근 SNS에서 관심 있게 본 사람이 있다면?
@10.gu @uma.shn @kt1ty @choleesop @shay.galla @olive___u @lucky__jewel

인생 000 하게 살자 / 000안에 넣고 싶은 말은?
인생 충만하게 살자.

앞으로의 꿈, 작은 꿈, 중간 꿈, 큰 꿈.
오늘 유키와의 저녁 약속에 늦지 않기, 가계부 성실하게 쓰기, 꿈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부푸는 마음 잘 보존하기.

에디터 | 김신

@eqeqpe 박다솜 주얼리 디자이너, 모델, 29세 

‘Brainmade Jewelery’ 상담사, 박다솜이 만드는 편견을 깬 주얼리.

<W Korea> 인터뷰하게 되어 반갑다. Eqeqpe(이큐이큐피이)는 무슨 뜻인가?
박다솜 1993년 03월 03일생인 나는 어릴 때부터 숫자 3에 애착이 있었다. 그래서 ‘박다솜’이 아닌 숫자로 나를 새롭게 정의하고 싶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숫자이자 생년월일에 많이 쓰인 0/1/3의 조합으로 313103이라는 작명을 하게 되었다. eqeqpe의 작명을 할 때는 숫자가 아닌 알파벳을 사용해서 작명하고 싶었고, 단순하게 313103을 키보드에서 입력할 때 같은 위치에 있는 알파벳 자판을 사용해 입력하게 된 것이 ‘eqeqpe’였다.

모델 박다솜으로 익숙하다. 주얼리 디자이너는 언제부터 시작한 건지?
둘 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해 많은 사람이 모델 일이 메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꽤 있다. 둘 다 나에게 중요한 일이지만, 미술을 전공하고 새로운 창조물을 통하여 나 자신을 드러내고 개발해가는 일에 유독 보람을 느껴왔다. 예술성과 상업성을 함께 가져갈 수 있는 분야를 고민하다 주얼리 분야가 해답이 되어줄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했지만, 에스모드를 중퇴하게 되면서 2019년 5월쯤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The Brain Made Jewelry’라는 소개글이 인상적이다. 더불어 SNS에 상담사라고 본인을 설정해놓은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보통 사람들의 주얼리에 대한 인식이 다분히 상업적이고 틀에 갇혀 있다고 생각했다. 주얼리에 대한 고정관념과 틀을 깨고 싶었고, 단순히 손으로 만들어내는 주얼리가 아니라 나만의 창조적 영감이 담긴 주얼리임을 강조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런 마음을 ‘Brainmade Jewelery’라는 상징적인 단어에 담았다. 상담사라고 한 이유는 많은 사람들과 ‘eqeqpe’를 통해 가까워지기 위해서다.

주얼리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가?
꼭 반짝이는 보석처럼 비싸고 호화로운 것만이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일상에 있는 익숙한 것들로, 혹은 버려진 오브제들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주얼리로 탄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든 주얼리를 통해 좀 더 열린 마음과 시각을 갖게 되고, 이 넓은 세상을 자유롭게 누리고 경험하길 바란다.

새로운 소재에 호기심이 많은 것 같다.
나는 작업할 때 굉장히 즉흥적이며 단순하다. 그렇기 때문에 전시나 협업 같은 경우를 제외한다면 특별히 리서치하진 않는다. 업사이클링이나 리사이클링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일상에서 흔히 보는 소재에서 그때그때 각각의 오브제끼리 콜라주된 모습을 상상하면서 영감을 떠올린다.

모델 일과 주얼리 만드는 일에 공통점이 있다면?
두 일 모두 가장 나답고 새로운 결과물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가?
대자연의 모습. 존재 자체로 인간에게 무한한 영감을 준다. 신비하고, 격렬하고, 온화한 자연의 모습에 압도될 때가 많다.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더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히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을 선사해주는 것이 항상 영감이 된다. 예를 들면 어떤 흙 웅덩이에서 물이 흘렀을 때 생기는 모습, 그 물이 흘렀을 때의 물줄기의 형상도 그 자체로 너무 멋지다.

어떤 주얼리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은가?
패션 소품에서 더 나아가 웨어러블한 예술 작품을 생산해내는 브랜드로 자리잡고 싶다. 단순히 상업적인 패션 소품이 아니라 예술 작품으로서 평가받고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가치에 중점을 둔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

당시의 주얼리를 구입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미술품 컬렉터들은 작가의 마인드와 작품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함으로써 작품을 소유한다. 나의 주얼리 또한 그들에게 그러한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또 한편으로는 내가 잘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

주 고객층은 어떤 사람들인가?
주로 해외 아티스트 혹은 패션이나 예술에 관심이 있는 20대~30대 젊은 층이다.

흔히 말하는 MZ세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기성세대보다 현재에 충실하고 주관이 뚜렷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일에 대해서 가치나 경험에 중점을 두고 살아가는 것 같다.

최근 SNS에서 관심 있게 본 사람이 있다면?
@ula.lucinska

살면서 힘든 일을 버티게 해준, 당신에게 힘이 되었던 말이 있다면?
세상에 쓸모 없는 경험은 없다. 모든 경험은 스스로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이 모든 게 삶의 자양분이다.

앞으로의 꿈, 작은 꿈, 중간 꿈, 큰 꿈.
좀 더 나답게, 세상에 부딪치며 살자. 몸과 마음이 건강하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가족 모두 몸과 마음이 건강하길. 세상 사람들이 좀 더 열린 눈과 마음으로 건강한 소통을 하길.

에디터 | 김신

패션 에디터
김신, 이예지, 김민지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