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 투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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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이후 맞이하는 첫 홀리데이 시즌. 약간의 설렘과 들썩이는 마음을 증폭시켜줄 2021 F/W 파티 드레스 코드를 준비했다. 

원 나잇 온리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을 즐겨라! 그 순간을 빛내줄 글래머러스한 파티 룩은 시퀸, 스팽글, 주얼처럼 장식성이 화려할수록, 볼륨이 클수록 그 존재감은 증폭된다. 메탈릭한 미니드레스 자체로 섹시함을 뽐낸 베르사체, 흥을 돋우는 글래머러스한 비즈 드레스를 입은 드리스 반 노튼, 화끈한 쇼츠에 커다란 패딩을 입은 톰 포드, 사교계의 미스터리 걸을 연상케 하는 메탈릭한 트렌치코트를 선보인 샤넬, 스팽글과 깃털, 스톤 등 온갖 화려한 장식으로 치장한 드레스로도 모자라 풍성한 아우터를 입힌 지방시는 파티의 지배자가 되기 충분할 듯. 현란한 스팽글 드레스에 모피 퍼 스톨을 앞섶에 쥐고 등장한 프라다는 아이템 하나하나의 매력뿐만 아니라 애티튜드마저 본받을 만하다. 그간 무채색에 파묻혀 지냈더라도 크리스마스와 홀리데이 시즌에는 힙합 전사가 입을 것 같은 거대한 모피와 블링블링한 룩의 화려함에 도취되어 반전의 날을 즐겨보는 건 어떨지.

블랙은 못 참지

클래식은 유행과 계절을 넘어 늘 그 자리를 지키듯 파티 룩 하면 무조건반사로 떠올리게 되는 게 블랙이다. 가장 안전하고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지만 늘 입던 대로 입다가는 무개성으로 몰락할 수 있으니 이 또한 까다롭게 다뤄야 한다. 블랙이라는 코드 아래 뭉친 2021년 메트갈라를 떠올려보자. 로제가 입은 생로랑의 리본 장식 LBD나 탈리아 라이더의 시퀸 재킷,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깃털 레이스 드레스는 물론이고 카이아 거버의 우아한 오프숄더 드레스와 카다시안의 코스튬 플레이까지, 파티 룩의 다양한 스펙트럼만 봐도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이번 시즌 런웨이에서 눈여겨봐야 할 예를 짚어보면, 디올이나 로에베, 시몬 로샤, 아크네 스튜디오처럼 리틀 블랙 드레스에 투박한 레이스업 슈즈로 펑키한 무드를 더하거나 돌체앤가바나처럼 타이포 티셔츠에 최대한 많은 금속 장신구를 휘두르고, 펜디식으로 가죽 롱 글러브와 부츠로 살갗의 빈틈을 없애는 것. 점프슈트에 셔츠를 레이어드한 샤넬 스타일링은 그 자체로 지적인 애티튜드가 발산된다. 그리고 블랙 룩에 새빨간 레드 립은 확실한 드레스업 효과를 준다는 사실은 절대 불변이다.

침대에서 거리까지

슬립 드레스에 은근한 로망이 있는 나로서는 폭풍 수다를 떠는 아기자기한 파자마 파티보다 스파게티 스트랩 드레스를 입고 밤새도록 샴페인과 독주를 즐기는 쎈 여자들의 모임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특히 코로나 19 이후 집에서 사람을 만나고 음식과 술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은 이 시대의 홀리데이는 한층 더 세련된 홈웨어 파티를 기대하게 한다. 위아래 같은 색 트레이닝복이나 셋업 파자마 스타일 대신 고전적인 실크 드레스를 입어보는 건 어떨지. 드리스 반 노튼처럼 섹시한 슬립 드레스에 테일러드 재킷을 걸치거나 베트멍처럼 캐주얼한 모피 점퍼에 레이스 슬립 드레스로 룩의 완급을 조절해볼 것. 팔뚝살을 드러내기 쑥스럽거나 춥지 않냐는 핀잔을 듣는 게 두렵다면 미우미우나 알테인처럼 캐주얼한 톱에 레이어드하면 겁날 게 없다.

팝 프린세스

튀어야 직성이 풀리는 이들은 다가오는 연말을 위해 톡톡 튀는 패션 아이템들로 장바구니를 채워두었을 터. 요즘은 기상천외한 아이템으로 치장하는 별난 코스튬 플레이가 아닌 정제된 디자인에 컬러풀한 색으로만 승부수를 띄운다. 눈이 알싸한 네온 파워를 보여주는 뮈글러의 원숄더 드레스나 90년대 트레이닝복을 연상시키는 베트멍의 비비드 핑크 운동복, 디스코 열풍을 몰고 <토요일밤의 열기>에 등장할 법한 플레어 팬츠를 선보인 블루마린은 복고 콘셉트를 위한 최상의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티아라와 반짝반짝한 크리스털 스톤을 장식한 디스퀘어드2 드레스는 망가 캐릭터를 완성하기 안성맞춤. 타이다이 무늬를 스팽글로 수놓은 아시시 미니드레스나 샤넬의 크롭트 팬츠 슈트, 루이 비통처럼 샤 스커트를 매칭하는 방식은 평범하지 않은 세련된 스타일링 감도를 발산한다.

일상인 듯 아닌 듯

연말에는 예상하지 못한 약속이 널을 뛴다. 칼퇴하고 집에 와서 쉬겠다는 다짐은 해 질 즈음 울리는 카톡에 어느새 사라지고 마음은 내내 둥실거린다. 회사에서 곧장 가기에는 그럴 옷차림이 아닌데, 집에 들렀다 가자니 시간이 안 되는 난감한 상황을 몇 번 겪어본 이들이라면 일단 출근길에 데님을 꺼내자. 무작정 편하자고 후디나 스웨트셔츠를 입는 게 아니라 자신의 옷장에 가장 화려한 피스를 매치하는 거다. 셀린느나 톰 포드, MSGM, 록(ROKH)처럼 비즈가 붙어 있거나 볼륨 있는 블라우스만 입어도 화려한 조명 아래 부끄러울 일이 없다. 디올처럼 애니멀 프린트의 코트를 입어도 좋고, Y프로젝트나 샤넬의 옷 입기 방식대로 헐렁한 배기 스타일의 팬츠에 크롭트 톱이나 트위드 재킷을 입으면 MZ세대의 파티를 위한 최상의 교본이 되어줄 것이다.

패션 에디터
이예진
아트워크
허정은
사진
JAMES COCH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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