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위키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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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키미키는 20대를 통과하는 자신들의 눈물 밴 일기장을 꺼내 펼쳐보기로 했다. 그 속에 담긴 혼란, 두려움, 설렘, 기쁨, 즐거움 등의 감정의 소용돌이는 오롯이 다섯 번째 미니 앨범 <I Am Me.>에 담겼다. 어쩌면 가장 위키미키다울 앨범이 겨울의 문턱에서 세상에 가 닿았다. 

엘리가 입은 리본 장식 재킷은 꼼데가르송, 김도연이 입은 베어백 드레스와 부츠는 알렉산더 맥퀸 제품. 지수연이 입은 검정 마린 원피스와 레터링 삭스는 꼼데가르송, 슈즈는 닥터마틴 제품. 루아가 입은 노칼라 재킷은 코스, 리본 슬릿 팬츠는 듀이듀이, 슈즈는 닥터마틴 제품.

루시가 입은 크롭트 재킷, 슬릿 롱스커트, 캡 모자와 메리제인 슈즈는 모두 미우미우 제품. 최유정이 입은 검정 바 재킷과 셔츠, 시폰 미니스커트는 모두 디올 제품. 리나가 입은 크롭트 터틀넥 톱과 카디건, 시폰 도트무늬 스커트는 프라다, 슈즈는 미우미우 제품. 세이가 입은 터틀넥 톱은 코스, 주름 스커트는 꼼데가르송 제품.

“질투 무슨 웃겨. 내가 대체 그런 걸 왜 해.” 2017년 위키미키는 데뷔 타이틀곡 ‘I Don’t Like Your Girlfriend’에서 말했다. 좋아한 남자에게 여자친구가 생기자 애써 아쉬움을 감추는 대신 “암만 봐도 근데 안 어울려 너네”라고 딱 잘라 말해버리던 여덟 소녀들. 이들의 음악은 ‘틴 크러시’라는 장르로 불렸다. 데뷔 앨범인 <Weme>는 약 5만 장 판매되며 그해 데뷔한 걸그룹의 음반 중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성공의 뒤에는 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 1에 참가해 아이오아이로 먼저 데뷔한 멤버 최유정, 김도연의 존재감도 물론 한몫했다. 어쨌든 산뜻하게 막을 올린 레이스, 이후 본격적으로 위키미키만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나를 좋아하는 상대에게 “대담하고 적극적인 게 내 스타일이야”라고 말하고(‘Oopsy’), 통통 튀는 펑키한 사운드 위 “이러쿵저러쿵 날 막는 참견 부담스러워”라며 고개를 젓고(‘Picky Picky’), 정해진 규범을 깨고 나만의 길을 가겠다며 외친 “겁이 없는 편. 뭐든지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 나야”(‘Cool’)까지. 10대만의 당당함,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을 보여주고자 무대에 오른 이들은 4년이란 시간을 경유하며 어느덧, 팀의 막내인 루시까지 올해로 20대를 맞았다. 그리고 올해 이들은 20대이기 때문에 방황하고, 자주 넘어지고, 쉽게 다칠 수밖에 없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말해보기로 했다. 1년 1개월의 공백을 지나 올해 11월 발매한 다섯 번째 미니 앨범 <I Am Me.>가 바로 그것이다. 앨범 발매에 앞서 공개된, 자신 안에 감춰진 어두운 감정을 내밀하게 속삭이는 무드 필름에서 여덟 멤버는 말한다. “끝없는 생각의 끝은 결국 낭떠러지였다. 누군가 날 잡아주길 바랐지만 날 따라온 발자국조차 없었어”(세이), “마음을 비우고 비워도 또다시 잿빛으로 채워지는 그런 날이 있다”(리나). 톤다운된 화면 너머 들려오는 내레이션은 모두 여덟 멤버가 직접 작성했다. 어쩌면 데뷔 4주년을 맞이한 위키미키의 새로운 전화점이 될, 가장 위키미키 그 자체일 앨범 <I Am Me.>의 발매 일주일을 앞둔 어느 날, 여덟 청춘을 만났다.

위키미키 멤버들이 입은 남색 재킷과 셔츠 타이는 모두 톰 브라운 제품.

최유정 Main Dancer, Main Rapper

“열세 살에 시작해 4년 7개월 동안 연습생 생활을 했어요. 길고 지난했던 시간을 버틸 수 있던 원동력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하나였어요. 운이 좋게 아이오아이로 데뷔했고, 지금의 위키미키 멤버들을 만났어요. 그런데 재작년 문득 내가 그토록 좋아했던 무대가 갑자기 두려움의 대상으로 다가왔어요. 돌이켜보면 지쳐던 것 같아요. 뭘 해도 만족하지 못했고, 그런 나를 채찍질하다 보니 상처가 너무 깊게 났죠. 그때 나 자신을 돌아보기로 했어요. 처음 제대로 마주한 나는 타인처럼 낯설기만 했는데,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놓치고 있던 것을 스스로에게 하나하나물었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왜 사람들이 제게 ‘너랑 있으면 에너지가 좋아져’, ‘네가 웃으면 기분이 좋아져’라고 말했는지 알겠더라고요. 그러면서 다시 설 힘을 얻고 올해까지달려온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은 특히 만족스러워요. 그 어느 때보다 멤버들이 많이 참여한 앨범이에요. 밝지만 새침하고, 어두운 내면도 기꺼이 꺼내 보여줄 수 있는 저희만의색깔이 잘 담겼어요. 이번 앨범이 좋았기 때문에 다음 앨범도 기대가 돼요. 앞으로 저희만의 ‘포텐’을 터뜨릴 일만 남았어요.”

위키미키 멤버들이 입은 남색 재킷과 셔츠 타이는 모두 톰 브라운 제품.

김도연 Lead Vocal

“저에게 2021년은 무척 뜻깊은 한 해예요. 올 초 문득 내 안에 있는 것을 마구 분출하고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어요. 그렇게 도예, 꽃꽂이를 배웠고 몇 년 동안 수강해온 현대무용도 수업 방식을 바꿔봤어요. 평소 성격이 나 자신을 내려놓지 못하는 편이거든요. 그게 연기 활동을 할 때도 제약을 주는 것 같아서 즉흥 안무도 배웠어요. 과감하게 나를 표현해보기로 한 거죠. 처음엔 헤맸는데 이제는 몸과 정신이 너무나 자유로워졌음을 느껴요. 이번 앨범의 재킷, 뮤직비디오 촬영 때도 확실히 달라졌음을 느꼈어요. 나를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이어져 이번 앨범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 같아요. 회사에 제가 생각한 비주얼 콘셉트, 스토리라인을 제안했고 감사하게도 그게 수용됐어요. 내년엔연기자로서의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올해 드라마 <원더우먼>, <지리산>에 출연했는데, 비록 아역이었지만 모두가 주목하는 작품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로도 감사했어요. 촬영을 하면서 많이 배우고, 내가 가지고있던 막을 하나씩 깨고 있다는 걸 계속해서체감해요. 연기자로서의 김도연이 저도 궁금해지는 것 같아요. 빨리 보고 싶어요.”

위키미키 멤버들이 입은 남색 재킷과 셔츠 타이는 모두 톰 브라운 제품.

지수연 Leader, Main Vocal

“공백기가 길었다 보니 오롯이 곡 작업에 매진할 수 있었어요. 꼬박 1년 동안 12곡을 쓴 것 같아요. 이전에도 ‘The Paradise’, ‘우리라는 이유’에 작곡으로 참여한 적이 있는데 이번 앨범에선 제가 작사, 작곡한 ‘One Day’ 란 곡이 수록되었어요. 미디엄 템포의 신스팝 장르예요. ‘백일몽’을 키워드로 현실에 지친 사람들에게 꿈에서만큼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은 노래예요. 컴백을 기다리며 지쳐 있는 위키미키 멤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했고,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듯해요. 가사를 이틀 만에 쓴 것 같아요. 노래를 들은 누군가가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고, 좋은 에너지를 얻어 간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훗날 저만의 보컬 스펙트럼을 보여줄 수 있는 솔로 앨범도 작업하고 싶어요. 최근엔 일본 애니메이션 <목소리의 형태>를 보고 영감을 얻어 곡을 작업하기도 했어요. 소리를 형태로 표현하는 음악인 셈인데, 그 또한 제가 좋아하는 잔잔하고 듣기 편안한 음악으로 완성될 것 같아요. 제가 느끼는 사소한 것들을 담은 앨범, 언젠가 꼭 팬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위키미키 멤버들이 입은 남색 재킷과 셔츠 타이는 모두 톰 브라운 제품.

엘리 Lead Vocal

“모든 케이팝 걸그룹이 실력과 외모가 출중하지만, 저희는 한 단계 나가 인간적으로 봤을 때 한 명, 한 명의 진가가 드러나요. 특유의 선함, 팀워크가 위키미키만의 장점이죠. 5년에 가까운 연습생 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전부 멤버들 덕분이었고요. ‘꼭 이 친구들과 데뷔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힘들어도 잘 견딜 수 있었어요. 여덟 명의 매력이 모두 다른데, 저는 팀에 긍정적이고 밝은 기운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장난기가 많아서인지 사람들이 유독 저를 편안하게 느끼거든요. 이런 저의 모습을 언젠가 연기로도 보여주고 싶었는데, 11월 방영한 웹 드라마 <청춘향전>에서 마침내 보여주게 되었어요. 멤버 세이가 맡은 주인공 ‘성춘향’의 고민을 속 시원하게 해결해주고 어떤 상황에서도성춘향을 웃게 만드는 친구 ‘한다니’로 등장해요. “한다니 그 자체네”라는 감독님의 피드백을 들었을 땐 정말 기분이 좋았죠. 첫 연기도전이라 서툰 점이 많았지만, 대본을 해석해 내 입맛대로 표현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연기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언젠가화려한 액션이 담긴 영화나 스포츠 드라마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위키미키 멤버들이 입은 남색 재킷과 셔츠 타이는 모두 톰 브라운 제품.

세이 Vocal

“활동 공백이 있던 1년간 불안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거예요. 어딘가 공허했고 걱정도 됐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전부 필요한 시간이었구나’란 생각이 들어요. 비로소 나를 돌아보고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었지’ 깨닫게 된 1년이었거든요. 제 인생 멘토라 할 수 있는 중학교 은사님이 해준 말씀이 있어요. “서정아, 젊은 지금 누리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살아봐.” 그 말을 듣고 용기가 생겨 5월에 혼자 제주도로 훌쩍 떠나기도했어요. 4박 5일 동안 제주도 서쪽을 정처없이 걷는 시간을 보냈죠. 제주도에서의 시간이 제게 완벽한 리프레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 힘으로 웹 드라마 <청춘향전>도 촬영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몽룡과 변학도 두 남자와의 삼각관계에서 고민하고 로맨스를 이어가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았어요. 주인공 성춘향으로 참여한 첫 드라마 현장이었는데 감독님, 작가님, 스태프분들이 모두 잘 챙겨주셔서 즐겁고 행복하게 촬영했어요. 내년도 올해만 같았으면 좋겠어요. 과감히 도전하고 후회하지 않는 것, 내년 버킷리스트의첫 줄에 적힌 문장이에요.”

위키미키 멤버들이 입은 남색 재킷과 셔츠 타이는 모두 톰 브라운 제품.

루아 Vocal

“긴 기다림 끝에 컴백이라 실감이 나지 않아요.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되는 앨범인 것은 확실해요. 혼란, 두려움, 설렘, 기쁨 등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던 여덟 명의 ‘나’가 ‘위키미키’ 하나로 만나 앞으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는 스토리. 자연스러운 저희의 모습을 담은 앨범이기에 잘 표현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어요. 그동안 주로 사랑을 주제로 한 음악을 발표했는데, 이번 앨범은 그와는 결이 사뭇 달라요. 언젠가 이번 앨범과 같은 내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마이클 잭슨을 동경하는 이유도 그가 생전 사랑, 인종차별, 사회 갈등을 주제로 다양한 메시지를 전해왔기 때문이거든요. 곧 세상에 앨범이 공개될 텐데, 데뷔 4년 차이기에 부담이 크기도 해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만 같고, 혹여 팬들이 실망하진 않을까 걱정되기도 해요. 이렇게 불안해질 때면 혼자 주문처럼 읊는 말이 있어요. ‘나는 정말 대체 불가하다.’ 한창 자존감이 떨어졌을 시기, 멤버 도연 언니가 제게 해준 말이에요. 컴백 일주일을 앞둔 지금, 이 말을 계속해서 되뇌고 있어요.”

위키미키 멤버들이 입은 남색 재킷과 셔츠 타이는 모두 톰 브라운 제품.

리나 Vocal

“2021년을 요약하자면 ‘마음의 근육을 키운 한 해’라고 할 수 있어요. 워낙 어렸을 때 데뷔했고 매사 타인에게 피드백을 받는 직업을 갖다 보니 과거엔 제 주체적인 생각을 갖기 어려웠어요. 사람들의 여러 의견을 들으며 저조차도 혼란스러웠던 나날이 많았고, 스스로에게 날선 화살을 던질 때가 있었죠. 그런데 올해 <나는 불완전한 나를 사랑한다>란 책을 읽으며 많은 힘을 얻게 됐어요. 이제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떤 일이 있어도 마주할 용기가 생겼고, 혹여 삐끗하는 순간에도 스스로에게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는 말을 해줄 수 있게 됐거든요. 책에서 나온 ‘회복 탄력성’을 저도 갖게 된 것 같아요. 겁이 많던 저에겐 굉장한 변화라고 할 수 있어요. 이렇게 제 안을 긍정적 기운으로 가득 채워놓고 앨범을 준비하다 보니 훨씬 수월했던 것 같아요. 저만이 낼 수 있는 잔잔하지만 진한 분위기를 앨범 재킷이나 뮤직비디오에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올해는 스스로를 채우는 시간이었으니 내년엔 그 에너지를 다시 분출하고 쏟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년의 제가 저도 기대돼요.”

위키미키 멤버들이 입은 남색 재킷과 셔츠 타이는 모두 톰 브라운 제품.

루시 Vocal, Rapper

“올해 스무 살을 맞았어요. 마치 성장 소설의 한 페이지처럼 스무 살이 되니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껴요. 21학번으로 대학에서 연기학을 공부하고, 동기들과 교류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사고할 수 있는 넓은 시야가 생긴 기분이에요. 사실 이전까진 뚜렷한 목표가 없었어요. 가수로서 특별히 해내고 싶은 것도 없었고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며 사는지에 무뎠는데, 지금은 나를 보살피게 되고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명확히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제 미래에 대해 적극적으로 그려보기도 하고요. 욕심이 생기니 이번 앨범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어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고, 그만큼 제 열정을 쏟아부은 앨범이에요. 제 미래를 그리다 보면 자연스레 위키미키의 미래도 상상하게 돼요. 저희 여덟 명은 마치 핑클 선배님들이 그랬듯 나이가 든 먼 훗날에도 각자의 위치에서 제 몫을 다 해내는 가수가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처럼 서로 의지하며 끈끈히지내고 있을 거라는 확신도 있어요. 미래를 상상하다 보면, 지금 더 액셀을 밟아 앞으로 나아가야겠다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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