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라의 시작 [산다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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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산다라박은 누구보다 바삐 여러 무대를 누볐다. 4편의 예능 프로그램, 뮤지컬, 새로운 소속사와의 만남까지. 이 모두가 2021년 한 해 동안 그녀에게 일어난 일이다. 한 계절이 저물어가는 이때, 그녀는 새로운 출발선에 서서 앞으로의 날들을 기분 좋게 점치는 중이다. 

검정 터틀넥은 준지 제품.

<W Korea> 오늘 촬영장에 당신의 반려견 캔디도 왔다. 몸집이 너무 작은 치와와라 스태프들이 행여나 밟을까 봐 다들 조심하며 촬영했다.

산다라박 하하. 낯도 안 가리고 짖지도 않아 서 촬영장에 종종 데려온다. 3개월째 친구와 공동 육아 중이다. 나와 외모가 닮았다고 해서 사람들이 다라 조카라고 부른다. 가만 보면 하는 짓도 닮았다. 쉴 새 없이 빨빨거리면서 잘도 돌아다닌다.

며칠 전 SNS에 예능 <비디오스타>의 종영 소식을 알렸다. MBC 간판 예능 <라디오 스타>의 스핀오프로, 매회 다양한 게스트를 초대해 ‘매운맛’ 토크를 펼치는 프로그램이었다. 2019년 MC로 시작해 3년 가까이 출연한 방송이라 아쉬움이 클 것 같은데.

정말 ‘3년씩이나 했다고?’ 싶은 생각이 든다. 지나고 보니 프로그램이 내 삶이 되어버린 기분이랄까. 처음 몇 달은 ‘나 언제 잘리고 다른 사람이 들어오려나’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웃음).

돌이켰을 때 지난 3년이란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나, 더디게 흘렀나?

너무 빠르게 흘렀다. 사실 이전에도 예능에 출연하긴 했다. 그런데 뭐랄까, 이렇게 독하고 본격적인 토크쇼는 처음이었다. 패널이 아닌 MC 경험도 처음이었으니까. 매주 10명에 가까운 게스트가 초대되고 꼬박 12시간을 들여 촬영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사람이 바뀌더라고. 예전엔 소극적이어서 남들에게 말도 잘 못 붙였다면 요즘엔 어딜 가든 누구를 만나든 대화를 잘 나눈다. 이젠 다른 프로그램에 가면 칭찬도 받는다.

김숙, 박나래, 박소현과 공동 MC였으니 정말 ‘예능 하드 트레이닝’ 같은 느낌이었겠다.

그렇지. 워낙 베테랑 예능인들이 출연한 프로그램이라 나는 간혹 박수 치거나 리액션하는 게 전부였다. 별로 배운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방송에서 언니들의 예능 스킬을 써먹는 내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많이 배웠구나.’(웃음) 방송 하나가 사람을 바꿨다.

올해만 고정 예능 프로그램이 4개였다. <비디오스타>, <복면가왕>, <아이돌리그 시즌3>, <셀럽뷰티3>까지. 올해는 방송 녹화만으로도 일주일이 훌쩍 지나가는 해였을 것 같다.

너무 신기하게도 동료들은 코로나19로 일이 끊겼다며 다들 고민하는데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쁜 1년을 보냈다. 올해 9월까지는 일주일에 고작 하루 휴가를 낼 수 있을 정도였다. 예전만 해도 1년에 한두 번 예능에 나갈까 말까 했는데 이제는 예능 자체가 익숙해진 기분이다. <비디오스타>가 끝나면서 김숙 언니가 내게 해준 말이 있다. 진행 실력 많이 늘었다고, 늘 쭈뼛대기만 했는데 이제는 치고 들어오는 것도 잘한다고. 그 말을 듣고 나니까 ‘헛된 세월은 아니었구나’ 싶더라고.

펜던트 미니드레스는 산쿠안즈 by 아데쿠베, 검정 앵클부츠는 디올 제품.

올봄엔 뮤지컬 <On Air – 비밀계약>에도 주연으로 참여했다. 작년 <또! 오해영> 이후 두 번째 뮤지컬인데, 어떤 경험이었나?

사실 처음엔 출연을 고사했다. 고정 방송만 4개인데 일주일에 네댓 번 공연할 짬이 도저히 안 났으니까. 그런데 제작사에서 내 일정에 전부 맞춰주겠다고 하더라고. 항상 꼬드길 땐 그렇게 얘기들 한다(웃음). 두 달을 코피 쏟으며 공연한 것 같다. 막상 해보니 너무 재미있기도 했지만.

<On Air – 비밀계약>은 극장형 라이브 시트콤을 표방한다. 정통 뮤지컬과는 또 다른 볼거리가 있는 무대였을 텐데.

맞다. <SNL>에 가까운 시트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보통 뮤지컬은 두 달 연습하고 두 달 공연하는 식인데, 이번 작품은 대본이 그날그날 수정되고 관객이 실시간으로 공연에 참여하는 형태였다. 배우에게 순발력이 없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무대다. 음악 방송처럼 드라이 리허설하고, 곧바로 카메라 리허설 후에 본방에 들어가는 식이다. 그래서 두 달 동안 호텔을 잡아 합숙을 했다.

보통 합숙은 해외 투어에서나 하는 거 아닌가?

맞다. 그런데 도저히 연습할 시간이 없었으니까. 뮤지컬 배우인 친구를 납치했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호텔에 감금시키다시피 했다(웃음). 친구가 리허설하는 걸 봐주고 호텔에 돌아와 이것저것 지적해주고. 다행히 내가 디렉션을 잘 수용하는 편이다. 그 긴박한 상황에서 오히려 연기 칭찬을 받은 최초의 작품이었던 것 같다.

마지막 공연 때 눈물 찔끔 났겠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라 그럴 여유도 없었다. 빨리 칼퇴하라고 해서(웃음). 아무런 사고 없이 잘 끝냈다는 뿌듯함은 있었다. 함께한 남자 주인공들이 아이돌 선후배였는데, 이 힘든 공연을 무사히 치른 걸 보고 새삼 느낀 것도 있다. ‘케이팝 아이돌 뭐지? 다 하네?’ 멋있더라고. 왜냐하면 정말 불가능한 일정이었거든.

작년 당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브이로그 영상을 보니 <또! 오해영> 마지막 공연 때는 정말 목놓아 펑펑 울던데.

내가 이별을 힘들어하는 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첫 뮤지컬이었으니까. 평생 뮤지컬은 시도조차 하지 않을 장르라고 생각했다. 나와는 정말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다 우연히 뮤지컬 무대에 서게 된 거다. 다행히 첫 작품에서 만난 사람들이 너무 좋았다. 그 흔한 텃세도 없었다. 왠지 모르겠는데 동생들까지 내가 뭐만 하면 귀여워해줬다. 단체생활도 처음이라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두 달 같이 생활하며 보여줄 거 못 보여줄 거 다 드러내니까 너무 친해졌다. 처음엔 ‘민낯도 보여줘야 하나?’라고 벽을 세울 정도였는데.

두 달 공연이라면 가족보다 더 가깝게 되지.

맞다. 작품 전후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이 친구들을 만나 새로 경험해본 게 너무 많다. 사실 이전까지는 세상과 그다지 친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배우들과 지하철 타고 대학로에서 동대문까지 가보고, 다이소에서 쇼핑도 해보고. 사실 너무 사소한 경험들이지 않나. 그런데 여태 연예인 동료들과는 함께 나누지 못한 경험들이라 너무 감사하고 소중했다.

처음 뮤지컬에 도전했으니 난관도 많았을 것 같다. 기존에 섰던 무대와는 여러모로 다르니까.

아니나 다를까 처음엔 엄청나게 헤맸다. 뮤지컬에서 하면 안 되는 것들, 예를 들면 눈 감고 필 받으며 노래를 부른다거나 발을 끌면서 걷는다거나 모르기 때문에 하는 실수가 많았다. 배우들과 친해지고 나중에야 이런 얘기를 들었다. 솔직히 다들 ‘풉’했다고, 마치 <쇼! 음악중심> 보는 것 같았다고(웃음). 연기를 해야 하는데 나는 음악 방송 무대처럼 했던 거다.

검정 터틀넥은 준지, 질감이 독특한 스커트는 알렉산더 왕, 흰색 부츠는 닥터마틴, 체인 목걸이는 카우기 제품.

이제는 나에게 ‘버튼’ 하나가 더 생긴 기분이겠다. 가수라는 버튼에 이어 뮤지컬 배우라는 버튼이.

그렇지. 고작 두 작품밖에 올리지 않았지만 이제는 어딜 가면 사람들이 ‘뮤배’ 대우를 해준다. 나도 뮤지컬 얘기가 나오면 끼어들기도 한다. ‘아, 그 공연장이 좀 그렇죠?’ 하면서 (웃음).

자신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면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오랜만에 ‘무대’를 만날 수 있었기에 뜻깊은 경험이었을 것 같다

그게 최고였지. 사람들이 어떤 장르가 제일 좋은지 자주 묻는다. 연기, 노래 등등. 그런데 그저 무대에 서는 자체가 가장 좋다는 걸 이번 뮤지컬을 하며 깨달았다. 처음엔 다를 줄 알았거든. 가수로서 서는 무대와 뮤지컬 무대가. 그런데 올라가기 전의 설렘이나 무대에 섰을 때의 짜릿함은 너무 똑같더라고.

올해 씨엘이 <더블유>와 나눈 인터뷰에서 본인에게 무대는 가장 ‘피스풀(Peaceful)’한 공간이라고 했는데, 당신에게도 그런가?

나에겐 숨구멍이라고 해야 하나? 사실 예능이든 연기든 무얼 할 때면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는데, 무대에서 공연할 때만큼은 내가 아닌 모습까지 나오면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그게 관객이 주는 힘인지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뮤지컬을 하며 무대에 설 때 친구들에게 이런 얘기도 자주 들었다. ‘요즘 무대 하니까 얼굴 좋아 보인다.’

그게 남들 눈에도 보이나 보다.

정말. 타고난 건가 싶다. 중학생 시절 필리핀에서 학교 다닐 땐 이런 일도 있었다. 당시 친구들과 말도 못 섞을 정도로 낯가림이 심했는데 우연히 학교 축제에서 노래를 했다. 무대에서 내려오니까 이런 의문이 들더라고. ‘무대에선 왜 괜찮지?’ 하나도 쑥스럽지가 않았다. 그때가 아주 선명히 기억난다. 한글날처럼 타갈로그어가 만들어진 날을 기념해 열린 축제라 필리핀 전통 의상을 입고 그 당시 필리핀에서 제일 핫하다는 가요를 불렀다. 그것도 엄청난 고음의 발라드를. 마이크 상태도 너무 좋았고, 그 소심하던 애가 무대 밑에도 내려가는 쇼맨십까지 부린 기억이 생생하다.

그토록 ‘무대 체질’인데 5년 가까이 음반 활동이 없었다. 앨범 작업에 대한 갈증이 있을 것 같다.

당연히 있다. 가수를 하려고 데뷔했고 그걸 위해 여태 달려왔으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고, 팬들도 기다린다는 걸 잘 안다. 본업이 가수인데 자꾸 다른 일만 하니까. 마치 남자 아이돌 팬들이 ‘우리 오빠 본업 언제 하지?’란 느낌으로 팬들이 목말라 하는 걸 알고 있다.

네이비색 드레스는 손정완, 체인 네크리스는 미우미우 제품.

올해 9월 새로운 소속사로 옮겼다. 배우가 아닌 가수 전문 매니지먼트인데, 음악 활동에 대한 갈증이 이번 소속사를 선택한 이유가 되기도 했나?

너무 큰 이유였다. 사실 여러 곳에서 연락이 왔다. 그중 배우 회사도 정말 많았고. 한동안 가수 활동을 안 하다 보니 내가 배우로 전향한 줄 아는 사람이 많았나 보다. 배우 회사와도 몇 번 미팅을 해봤는데 이게 뭐랄까, 다르다. 뮤지션 매니지먼트와 시스템 자체가. ‘이 회사가 좋은 것 같지만 해소가 안 되는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아’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지금 회사를 만났다. 사실 첫날 미팅했을 때 생각했다. ‘여기네.’

어떤 이유에서였나?

그냥 다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왜 느낌이란 게 있지 않나.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의견도 주고받았는데, 모든 게 내가 상상해온 것들이었다. 사실 배우 회사와 미팅했을 때 음악 활동에 대해 전부 서포트해줄 수 있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정작 ‘A&R팀은 있나요?’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이 ‘그게 뭐예요?’였다. 그런데 지금 회사는 소속된 뮤지션만 봐도 마음이 놓인다. 선미 씨나 뱀뱀 씨처럼 그룹 활동을 하다가 성공적으로 솔로로 전향한 케이스들이니까.

사실 가수 활동을 하다 배우로 전향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당신의 기준은 확고히 ‘음악’이었나 보다.

맞다. 주변에서 뭐라 한들 기준은 음악뿐이었다. 내가 옛날부터 고집 세기로 유명하다. 연애할 때도 그렇다. 내가 좋아야 만나지, 암만 나 좋다고 백 번 찍어도 안 넘어간다. 그 좋아하는 슈프림을 사다 내게 바친다 해도(웃음).

소문난 슈프림 마니아 아닌가. 슈프림에도 끄떡없는 것 확실한가?

안 흔들리더라고(웃음). ‘내가 사고 말지?’ 생각한다.

어느덧 새 회사와 함께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여태까지의 궁합은 어떤가?

사실 계약하고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고들 하는데 나는 아주 만족하고 있다. 내가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찍어 회사에 넘기면 바로바로 편집해서 업로드해준다. 그래서 팬들이 어리둥절해한다. ‘언니 이런 거 너무 좋은데 익숙지 않아요.’(웃음) 지금은 서로 맞춰가는 시간인 것 같다. 이를테면 지극히 현실적인 것들. 매니저분에게 ‘저는 에비앙보다 삼다수를 좋아합니다’라며 내 취향을 공유하는 것들 말이다 (웃음).

사실 이전 회사에 17년 가까이 몸담았다. 회사를 떠날 때 오랜 연인과 헤어지는 기분도 들었을 것 같다.

방금 연인이라 했는데, 소속사를 옮기는 일련의 과정이 정말 연애처럼 느껴졌다. 오래된 연인은 눈빛만 봐도 서로를 아는 안정감이 있다면, 새로운 사람과 연애를 시작하면 스파크가 막 튀며 설렘으로 가득하지 않나. 사실 소속사를 옮기기 직전까지 정말 괴로웠다. 투애니원 멤버들은 한 명씩 떠나가고 나 혼자 남았으니까. 사실 대형 기획사고 오래 몸 담아온 만큼 내겐 집 같은 곳이었는데.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게 나오지 않을 거란 생각이 있었다. 나도 이제 삶이 편해지다 보니 항상 해오던 것만 하게 되고, 도전이란 걸 잘 안 하게 되더라고.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내가 큰 결정을 내려야겠다고 느꼈다.

보랏빛 터틀넥, 흰색 카디건, 재킷은 모두 프라다, 목걸이는 포츠1961 제품.

이제 새로운 둥지에서, 투애니원의 산다라박이 아닌 솔로 뮤지션 산다라박이 펼칠 음악이 궁금해진다.

투애니원 때 했던 음악 스타일은 당연히 아닐 거다. 그 정도의 파워풀한 무대는 네 명이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서. 지금은 퍼포먼스나 볼거리가 많은 음악을 하고 싶다. 노래에 뮤지컬처럼 스토리가 있을 수도 있고, 패션적으로도 과감한 시도를 하는. 내 취향이 일반적으로 여성분들이 좋아하는 것들과는 좀 거리가 있다. 이른바 ‘센’ 걸 하고 싶다. 엄정화 선배님이 곡마다 콘셉트를 확확 바꾸셨듯이.

‘센’ 거론 당신도 일가견 있지 않아. 투애니원 활동 당시 보여준 파격적 헤어스타일을 지금도 기억한다. 일명 파인애플 머리였지?

하하. 그런데 예전만큼 무서운 건 안 하려고 한다. 엄마가 싫어하신다(웃음).

요즘 당신이 출연한 예능에서 ‘행복하다’는 말을 자주 하더라. 최근 당신에게 생긴 변화인가?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을 내려놓게 되고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과거엔 가장 잘나갔다고 하던 시절에도 사실 행복하진 않았거든. 메이크업 수정이 조금이라도 안 됐으면 대기실 밖으로 나가는 걸 두려워했다. 집 앞 편의점에 갈 때도 비비크림을 발랐고. 너무 갇혀 있는 느낌이었지. 그런데 그 문을 조금씩 여니까 다른 게 아니라 내 마음이 편해지더라고. 사람들에게 연락도 더 많이 오고. 와이지 패밀리와도 오히려 지금이 더 친하다.

올해 당신이 잃은 것과 얻은 것은 무엇인가?

잃은 건 나이 먹은 것밖에 없는 것 같은데?(웃음). 얻은 건 사람인 것 같다. 예능 하면서 인맥이 너무 넓어져서 사람들이 나보고 ‘인싸’라고들 한다. 김숙 언니도 나를 ‘숙라인’으로 완벽히 받아들였다고 하시고. 원래는 내가 ‘호구’ 같아서 속으로 혼자 속상해하던 때가 많았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니까 이 호구스러움을 사람들이 ‘이 아이는 한결같다’고 알아주는 것 같아서 꼭 나쁜 것만으로 아니구나 생각하게 됐다. 나의 호구스러움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보듬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지.

당신을 정의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호구스러움’일 줄은 몰랐다(웃음).

이게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내가 피해를 보더라도 싫은 소리를 못한다. 어떨 땐 ‘그래, 더러워서 피한다’라며 애써 모른 척 넘어가기도 하고. 별로 친하지도 않은 친구인데 소고기 사달라 하면 매번 사주고(웃음). 지인이 공연을 하면 내 몸이 아파도 무조건 보러 간다. 꽃 바리바리 싸 들고.

당신을 정의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의리’ 같은데?

맞다. 내가 여자 김보성이다. 의리녀다(웃음).

내년 당신이 기대하는 것이 있나?

가수 산다라박의 모습. 최근 씨엘의 녹음실에 놀러 간 적이 있다. 간 김에 노래 몇 소절을 불렀는데 씨엘이 말하더라고. ‘완전 뮤지컬 배우인데요? 옛날에 언니 하던 거 있잖아요. 코맹맹이! 그거 해봐요!’ 그런데 그게 안 나오더라고. 충격이었다. 예전 가수 산다라박, 힙한 산다라박을 나도 되찾아가는 중이다. 너무 기대된다.

피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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