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노이의 첫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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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이의 첫 정규 음반 <In My Room>이 나왔다. ‘킹받는’ 미노이의 또 다른 50퍼센트를 보여줄 음악이자, 미노이의 전부다. 

트렌치코트, 앵클부츠는 보테가 베네타 제품.

<W Korea> 최근 복잡하고 어려운 맘이 생겼나? 신보 <In My Room> 라이너 노트에 ‘복잡하고 어려운 감정들이 괜찮아지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을 솔직하게 풀어낸다’라고 쓰여 있다.

미노이 처음엔 몰랐는데 근 2년 정도 맘이 너무 안 좋은 상태였다. 시간이 흐르며 차차 불안정한 맘이 하나씩 제자리를 잡아갔고. 그런 흐름에 대한 이야기다.

그동안 뭔가가 쌓이고 있었던 건가?

내가 하는 일과 관련이 있다기보다, 나 자신에 관한 복잡한 생각에 가까웠다.

감정을 곡으로 풀고 나면 좀 낫나?

이제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거다. 정규 1집이니 내게 의미가 아주 큰데, 안 좋을 때부터 좋아지는 과정의 여러 모습을 담고자 했다.

그 말처럼 앨범에는 다양한 미노이가 담겨 있다. 강렬한 가사의 ‘Fish’나 ‘Fuxk off’, 인털루드지만 그 이상의 감정이 실린 듯한 ‘In my room’, 힘을 다소 뺀 ‘우리사랑을만들어’와 ‘지갑에게’까지 골고루. 첫 정규 음반이니만큼 그런 지향점이 있었나?

그건 아니다. 정규 음반이니 많은 걸 보여줘야겠다기보다, 내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음반을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니 콘셉트를 잡는 게 큰 의미가 없었다. 틀에 갇히지 않은 채 작업했고, 그 과정에서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게 된 것들이 자연스럽게 풀어지며 다채로운 음악들이 완성된 듯하다.

플라워 패턴의 오버사이즈 재킷은 제이든 초 제품.

유튜브 시리즈 ‘미노이의 요리조리’의 평균 조회수가 1백만을 훌쩍 넘는다. ‘미노이 상담소’ 또한 상당한 인기를 끌었고. 유튜브를 통해 당신을 주로 접한 이들에겐 이런 이야기가 생소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또한 내 모습이기에 걱정하진 않는다. 음악가로서 진지하지 않아 보인다는 의견도 있다는 걸 알지만,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음악을 하는 건 아니니까. 내가 표현하고 싶고 의도한 것들을 담아내고, 그걸 들어주는 분들께 감사할 뿐이다.

당신이 출연한 유튜브 콘텐츠는, 보고 있으면 은근히 ‘킹받는’ 것으로 유명세를 탔다. 댓글 역시 그런 언급이 많고. ‘재밌는데 킹받네?’ 식으로. 살면서 미노이를 제일 ‘킹받게’ 하는 건 뭔가?

내가 뭘 해도 ‘킹받는다’고 하는 거(웃음). 농담이고, 배가 정말 고플 때 밥 먹으면 또 너무 배가 불러지는 게 삶에서 가장 킹받는 점이 아닐까 싶다.

MBTI도 E(외향형)와 I(내향형)를 오간다고 알려졌다. 유튜브의 미노이와 실제 미노이는 얼마나 일치하나?

50퍼센트. 그 이유는, 내겐 두 가지 모습이 있어서다. 진지한 나와 장난꾸러기인 나. 유튜브에서는 장난꾸러기 면만 보여주는 거다.

이번 음반을 들으면 나머지 50퍼센트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걸까?

오, 그런 셈이다.

니트 소재 드레스는 보테가 베네타 제품.

유튜브의 반응이 이 정도로 좋을 거라곤 예상했나?

조회수 3할 중의 1할은 내가 봐서 생긴 게 아닐까….

출연분을 많이 돌려보나?

계속 본다. 모니터도 하고.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나?

웃기다, 어이없다, 이거 잘 쳤다, 이렇게 좀 말할걸. 댓글 구경하려고 찾아보기도 한다.

‘대댓글’도 다나?

가아끔. 내 충동을 막지 못하는 댓글이라면.

영상 돌려보듯 자신이 발표한 음악도 자주 듣나?

발매 전에 충분히 많이 듣기 때문에, 발매 이후엔 거의 듣지 않는다.

니트 소재 드레스, 사이하이 부츠는 보테가 베네타 제품.

한 인터뷰에서 피처링 참여 기준으로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느냐가 첫 번째’라고 했다. 유튜브 프로그램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출연하나?

음… 이건 좀 고민이 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같은 느낌. 음악에만 집중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시대가 시대인지라 대면 공연도 어렵고 유튜브라는 채널을 무시할 수도 없다. 그래서 많이 노력한다.

유튜브에 게스트가 출연하는 포맷이 많다. 어떤 사람과 당신의 ‘케미’가 폭발하나?

나는 짓궂다. 그걸 받아칠 수 있는 사람과 잘 맞는다. 유들유들하게.

음악을 만들 때는 어떤가? 대부분의 곡을 직접 쓰지만, 협업도 즐기는 편이니까.

지조 있는 사람? 단, 나와 다른 의견이 있을 때,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 보통 그런 아티스트들이 예민하다. 꼼꼼하고.

미노이도 그런 음악가인가?

그렇다.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 그걸 귀찮아하거나 회피하면 엄청 싫다. 좋으니까 좋은 거지, 라는 식으로.

다른 이들과 의견을 주고받아도 ‘이 부분은 무조건 내 것’이라 여기는 요소는 뭔가?

가사, 가사인 것 같다.

지금까지 쓴 가사 중 본인의 경험이 몇 퍼센트 정도 되나?

그건 잘 모르겠다. 몽상가라기보다 현실적이고 감정적인 부분을 가사로 쓰는 편인데, 결국 다 내 생각이 담긴 거라 이게 내 경험인지 아닌지 헷갈린다.

기하학 패턴의 터틀넥 톱, 하늘색 니트 톱, 핀스트라이프 재킷과 스커트, 플라워 패턴의 니트 소재 부츠는 모두 프라다 제품.

가사도 가사인데, 미노이의 음악을 들으면 아이디어가 재미있다는 느낌을 줄곧 받는다. 눈부셔 쓴 선글라스를 사랑에 빗댄 ‘Sunbeam’이나 제목 자체가 아이디어인 ‘우리집 고양이 츄르를 좋아해’처럼. 그런 음악들에서는 발상이 먼저인가, 곡과 가사가 우선인가?

곡이나 가사에 아이디어를 담는 듯하다. 아이디어부터 떠올리면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 난 처음부터 끝까지 이 주제로 전개해야지, 하고 쭉쭉 나가는 천재가 아니기 때문에 쓰면서 주제를 완성하는 편이다. 살을 덧붙여가며.

이번 음반 <In My Room>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싶은 가사나 주제는 뭔가?

너무 많다. 하나하나 다 의미가 있는 곡이어서. 그래도 타이틀곡 ‘Fuxk off’와 ‘살랑살랑’을 빼고 고르자면 ‘우리사랑을만들어’?

왜 그런가?

사랑을 요리에 빗댄 곡으로, 사랑이 엄청 이기적인 맘이라 여기고 가사를 썼다. 사랑에는 이해와 존중과 배려도 있지만, 그냥 이기적인 나 그 자체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걸 비유적으로 잘 표현한 기분이라 이번 인터뷰에서는 그 곡을 추천하고 싶다.

곧장 눈에 띄는 건 ‘Fish’와 ‘Fuxk off’가 아닐까 싶다. “원해? Baby Ma Pussy(‘Fish’ 중)” 같은 가사나 “Everybody Get The Fu*k Off Please(‘Fuxk off’ 중)” 등의 표현에는 전에 없던 과감함이 있다.

과감한 건지는 모르겠다. 안 보여준 모습일 뿐이다. 실생활에서 욕을 아예 안 하는 것도 아니고, 나라고 특별히 다르지 않으니까. 다만 굳이 그런 표현을 내세웠다기보다, 자연스레 쓰고 싶은 단어를 사용한 거다. ‘Fish’에 대해 설명하자면, ‘Pussy’란 말에는 고양이란 뜻도 있다. 섹슈얼하게 들릴 내용인 동시에 그냥 고양이 얘기이기도 하다. ‘나를 더 재미있게 해줘, 그러면 관심을 줄게.’ 중의적인 거다.

마지막 곡 ‘Smooth’의 노랫말도 어딘가 낯설다. 보통 강한 표현일 때 어미를 귀엽게 바꾼다든가 돌려 말하는 식의 트릭이 있었는데, ‘들쑥날쑥 답답한 날들에 너는 뭐 했어’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이모티콘도 느낌표도 없는 문자 메시지처럼.

예리한 캐치인데, 이 곡을 마지막에 넣은 이유가 있다. 일단 그 구절은 과거의 내게 하는 자문이기도, 듣는 사람에게 묻는 말이기도 하다. 코로나도 그렇고 여러모로 사람들의 맘이 안 좋을 수 있는 때라 생각하는데, 나 역시 아주 답답했다. 너무 들쑥날쑥하고 숨도 쉬기 불편하고. 그런 시간에 뭐 했느냐고 질문하는 거다. 이제는 나도 괜찮아지고, 상황이 좀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복잡하고 어려운 감정의’ 미노이가 괜찮아졌듯, 어쨌든 정규 음반 말미에서 ‘이제야 So Smooth’ 라고 긍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될까?

그렇다 (웃음).

발매의 기분이라면 정규 음반은 EP나 싱글과 확실히 다른가?

완전히. 예전엔 ‘이걸 내가 해낼 수 있을까?’나 ‘다음에 뭔가 더 해낸다고?’ 같은 부담이 있었다. 지금은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도 너무 많고, 음악을 정말 소중히 대하게 됐다. 엄청 성숙해진 기분이다.

첫 돌을 제대로 쌓았다?

그보다는 첫수를 뒀다.

화이트 셔츠, 재킷과 튤 소재 스커트, 장미 펜던트 목걸이는 모두 디올 제품.

2021년이 두 달 남짓 남았다. 얼마나 만족스러운 해였나?

진짜 짱, 짱!

최고의 해라 말하고 싶나?

최고라기보다는 열심히 했다.

특히 올해 대중과 접점을 많이 만들었다. 맘에 꼭꼭 담아둔, 하고 싶은 음악 같은 것도 있을까?

맘에 담고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거다. 보여줄 수 있는 역량의 크기가 부족했던 거지. 예를 들어 내가 노래를 이만큼 부를 수 있지만, 그걸 전부 활용하는 곡을 창작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니까. 점점 힘을 받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좋아한다고 밝힌 에리카 바두처럼은 어떤가?

뭔가 지향하기보다 내가 즐기면 좋은 거 아닐까? 음, 근데 그런 맘도 한쪽에 있는 것 같다. 더 많은 것을 표현하는 곡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쌓고 싶은 맘.

지금 미노이에게 제일 중요한 건 뭔가?

건강. 그래야 건강한 생각을 하고, 건강한 생활을 하고, 건강한 것들이 나올 테니까. 건강하지 않은 부분에서 생기는 예술적 요소도 있겠지만, 내 장점은 건강했을 때 만드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이 미노이를 ‘무해하다’고 하는 걸까?

나 유해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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