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Never Ends 도쿄 올림픽의 막은 2021년 여름 내렸지만, 그 열기는 아직 채 식지 않았다. 모두를 넘어서 마침내 꼭대기에 오른 선수부터 당당한 ‘영 파워’를 보여준 선수,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때 자신이란 원석이 존재함을 증명해 보인 선수까지. <더블유>가 그라운드 밖에서 이들과 함께 특별한 레이스를 펼쳤다.
#W올림픽 히어로즈_축구
JUNG SEUNG WON
‘실력이 외모에 가린다’는 이야길 들어도 개의치 않는다. 누구보다 열심히, 부지런히, 왕성하게 뛰는 축구선수 정승원은 팀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다. 다가올 전성기를 기다리는 새 시대, 새 얼굴의 플레이어.
한국 축구선수 중 손흥민 선수 다음으로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많다. 약 65 만 명이더라.
올림픽 전에는 41만 명 정도였는데, 출전한 후 팔로워가 확 늘었다. 일본분들이 많이 팔로우해주셨더라. 2020년 AFC U-23 챔피언십 경기 이후 태국, 말레이시아에 가면서 팔로워가 급증했는데, 그때 이상으로 늘어난 것 같다. DM도 많이 보내주셔서 내가 큰 대회에 나갔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이번 도쿄 올림픽 루마니아전에서 중거리 슛으로 골문을 두드렸지만, 부상으로 나머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팀으로선 8강에서 떨어져 국민들에게 아쉬운 소리도 들었다. 어떤 경험이 됐나?
뉴질랜드전에선 누구나 다 우리가 이길 거라고 생각했을 거다. 한국이 뉴질랜드에 져본 적이 없으니까. 그런데 졌고, 경기가 끝난 후 나를 비롯한 1997년생 형 라인 선수들이 팀원을 모두 모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내가 한 이야기는 ‘체력 분배를 생각할 때가 아니라 한 경기, 한 경기만 보고 상대보다 많이 뛰어야 할 때다. 죽어라 뛰자’는 것이었다. 그 후 루마니아전부터 대승을 거두며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는데, 부상으로 경기를 뛰지 못해 정말 아쉬웠다. 이번 경험에서 서구 선수들의 피지컬과 힘이 좋다는 것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다. 밀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웨이트를 많이 하자고 소속팀 선수들에게도 권하고 있다. 큰 경기를 경험해본 덕에 시야도 넓어졌고,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별개의 성과도 있다. 터키 언론에서는 ‘잘생긴 도쿄 올림픽 스타 10인’ 중 하나로 당신을 꼽았다. 팔로워들의 국적을 보면 동남아, 중동, 중남미까지 각양각색이다.
팬들이 있다는 건 너무 좋은 일이다. 엄청난 힘이 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해주고, 안정감을 준다. 해외 팬분들이 한글까지 배워서 마음을 표현해주시는 게 정말 뿌듯하다.
셀피나 일상 포스팅도 자주 올리고 팬들과 소통도 잘하더라. 본인만의 시그너처 브이도 있던데?
좋아해주시는 만큼 많이 올리려 한다. 평범한 브이는 형식적으로 보여서 ‘공룡 브이’라는 걸 만들어봤다. 손가락을 구부리면서 브이 자를 만드니 공룡처럼 보이지 않나? 이렇게 SNS로 소통해서 인기를 얻은 점도 있지 않을까(웃음). 멀리서 경기장에 와 사진 찍어 주는 분들도 있고, 그들이 나를 태그해 사진을 올리면 다 보는 편이다. 굉장히 고맙지. 경기가 끝나면 형들이 빨리빨리 들어가자고 하지만, 홈경기 때는 최대한 사인을 해드리거나 같이 사진을 찍으면서 팬 서비스를 해드리려고 한다. 여자 팬만 많은 건 아니다. 남자들도 좋아해준다, ‘얼굴처럼 축구 안 한다’고(웃음).
필드에서 열심히, 부지런히 뛰어서 그런가?
맞다. 투지 있게 뛰는 스타일이다. 몸싸움도 많이 하고, 볼을 뺏겼으면 내가 다시 뺏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그런 면을 알아봐주는 분들에게 감사하지.
잘생겨서 받는 오해도 있지 않나?
‘얼굴로 떴다’는 이야기 많이 들었지. 축구 실력보다 외모로 떴다고. ‘정승원은 일부러 관중석 앞에 와서 물 마신다’라는 댓글도 봤다! 그런 말을 들어도 ‘그렇게 보였다면 죄송하다’거나 ‘아, 좋습니다!’ 하고 마는 성격이다. 나는 그런 걸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기자분들은 내 실력이 외모에 묻혔다고도 하는데, 그냥 내가 열심히 더 잘하면 되는 문제다.
당신이 이렇게 인기 많은 걸 두고 동료 선수들은 뭐라고 하나?
부러워하지 않을까? 하하. 농담이다. 동료들과 팀워크나 우애가 좋은 편이다. 도움이 되는 어시스트와 플레이를 많이 하려고 노력하거든. ‘너랑 같이 뛰고 싶다’ 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내가 있으면 안심이 된다고.
최고의 칭찬 아닌가? 같이 뛰고 싶은 선수.
대구 FC에서 뛰고 있는데,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 리그로 와서 어떻게 하면 나보다 잘하는 형들을 뚫을 수 있을까 고민해봤다. 기술적으로는 부족하겠지만 ‘이거 하나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 누구보다 많이 뛰어서 체력이나 활동량으로 1등을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부지런히 뛰었다. 그러다 보니 볼을 잡는 횟수나 크로스 기회도 늘어났고, 소속 팀이 좋은 성적을 내면서 내 실력도 조금씩 늘었다. 윙백으로서 팀의 날개를 책임지고 있으니 크로스 잘 올리고, 공격 가담도 열심히 하고, 안 되면 될 때까지 해보려고 한다.
언제 축구가 내 길이라고 느꼈나?
아버지 따라 조기축구회 경기를 뛴 초등학생 때부터. 축구가 너무 하고 싶었다. 당시 우리 집 형편이 좋지 않아서, ‘돈이 안 든다면 축구를 할 수 있는 학교로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고등학교 올라갈 무렵에는 다행히 안동고에서 지원을 해준다기에 고향인 전라도에서 경상도로 간 거다. 갔더니 그 학교에서는 머리를 밀라고 하더라. 빡빡 밀었지 뭐(웃음). 지금은 부모님도 날 자랑스러워하신다. 아버지가 자식들 키우느라 처분했던 개인택시도 다시 마련해드리고, 어머니에겐 차도 사드렸다. 내가 잘 살 수 있게 만든 것도, 우리 집이 행복할 수 있게 도와준 것도 축구다. 축구는 이젠 내 삶이다.
남자들만 있는 사형제 중 막내라던데.
형들이랑 나이 차가 많이 나서 아직도 형들에게 존댓말을 쓴다. 첫째 형과 열 살, 둘째 형과 아홉 살, 셋째 형과 일곱 살 차이가 난다. 학교 생활은 편하게 했는데, 그만큼 형들 심부름도 잘하고 그랬다(웃음). 기숙사 생활을 했고, 프로팀에 와서도 나보다 형이 많았기 때문에 형들과 함께 지내고 같이 노는 데 익숙하다.
후배에게는 어떤 선배가 되고 싶나?
돌이켜봤을 때 내가 힘들던 시절, 선배들이 나를 챙겨준 정말 고마운 순간들이 있었다. 어느 정도 성장한 지금, 그런 선배들을 계속 기억하고 연락도 나누고 있거든. 나도 후배들에게 그런 선배가 되어주고 싶다. 힘들 때 밥 먹자고 얘기할 수 있는 대상. 뭐라도 한 번 더 챙겨줄 수 있는 형.
팀을 위해서는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꼭 필요한 선수. 다른 선수가 힘들면 내가 더 뛰면 되고, 빈 곳이 있으면 내가 더 많이 뛰어서 메우면 된다. 나는 팀워크,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 먹을 게 있어도 나만 먹지 않고 사 가서 다 함께 나눠 먹는 그런 사소한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축구 말고 좋아하는 건?
예쁜 카페 가서 커피 마시기. 나가서 사람 구경하는 것도 좋아하고 커피도 좋아한다. 플랫 화이트를 주로 마신다. 요즘 올림픽 대표팀 코치님께 영업당해서 핸드 드립에 빠졌다(웃음). 집에서 커피를 내려 먹으니까 방 안에 향이 퍼져서 기분 좋다. 향에 민감하거든.
요즘 쓰는 향수는?
바이레도 비블리오티크. 누군가 이걸 뿌리고 지나가면 두 번 돌아볼 것 같은 향이다.
정승원은 정승원을 좋아하나?
엄청 좋지. 자기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 자신부터 스스로를 좋아해야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잖아.
정승원의 전성기는 언제인가?
아직 멀었다. 일단은 A대표팀에 선발돼 월드컵 멤버로 나가는 게 목표다. 잘하고 있으면 기회는 언젠가 올 거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을 거다. 그럴 준비가 됐다.
- 컨트리뷰팅 에디터
- 최진우
- 글
- 이예지
- 포토그래퍼
- 윤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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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