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low the Flow (송민호 더블유 9월호 커버 화보 풀 스토리)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Follow the Flow (송민호)

2021-08-17T22:22:18+00:002021.08.25|FASHION, FEATURE, 피플, 화보|

의식의 흐름을 따라, 2021 F/W 루이 비통 맨즈 컬렉션의 바이브에 맞춰, 춤을 추는 송민호. 

파자마 스타일 실루엣에 LV 왁스 패턴이 장식된 셔츠와 재킷, 넉넉한 실루엣의 파자마 팬츠, 슈즈, 링크 체인 패치 목걸이, 체인 하드웨어 팔찌는 모두 Louis Vuitton 제품.

요즘 어떤 날들을 보내고 있나?

계속 바빴다. 스케줄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도 많이 하고. 내가 일을 좀 벌이는 스타일이다.

 

부지런한 사람인가?

부지런하려고 애쓴다.

LV 음각 로고 티셔츠와 검정 팬츠, LV 트레이너 스니커즈는 모두 Louis Vuitton 제품.

최근에 어떤 일을 벌였는지 말해줄 수 있나?

벌여놓은 일을 슬슬 수확할 때가 왔다. 우선 올 10월쯤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다시 전시할 기회가 생긴지라 그것 관련해서 바빴고.

 

10월에 전시를? 코앞이네!

어제도 새벽까지 마무리 작업을 했다. 지금쯤 그림을 픽업하고 있을 거다. 이번 ‘코리안 아이’에서는 작년보다 좀 더 큰 규모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전시를 더 풍성하게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추가 피스를 작업하거나 교체할 수 있는 건 교체하는 식으로 해보려고. 작가 노트 쓰는 일도 남았고…. 요즘 거의 작업실에서 살다시피 한다.

 

‘코리안 아이’는 사치갤러리에서 한국의 신진 작가를 위주로 소개하는 프로젝트다. 10년 만에 재개한 작년에 당신이 참가해서 놀랐는데, 올해 또 하다니. 요즘 머릿속에 있는 ‘이런저런 생각’ 도 그 작업 관련한 부분이 큰가?

전반적으로, 새로 시작하거나 더 진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라 그렇다. 직업적으로든 인간적으로든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이미 변화 중인 부분도 있을 테고. 남들은 몰라도 내 안에 자리 잡은 계획들이라는 게 있잖아. 사치갤러리 전시 건만 해도 작년과는 또 다르게, 조금이라도 진화하고 싶어서 나름 도전을 했다.

타탄체크 엑스트라 라지 코트, 안에 입은 오버사이즈 줄무늬 셔츠, 링크 체인 패치 목걸이는 모두 Louis Vuitton 제품.

작년 가을에 낸 <TAKE>가 솔로로 낸 두 번째 앨범이다. ‘송민호’라는 영화 가운데 12개의 인상적인 ‘#테이크’를 만들어간다는 콘셉트가 마음에 들었다. 12곡을 수록한 데다 콘셉트에 따라 음악의 스펙트럼도 꽤 넓었기 때문에 음악적으로 크게 한 번 게워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 후에 남은 건 뭔가?

이제는 다음 스텝을, 또 다른 ‘넥스트 레벨’을 찾고 있지. 그 앨범을 내던 즈음과 지금의 상태는 확실히… 다르다. 달라야 하는 게 맞고. 뭐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앞서 얘기한 것처럼 좀 더 진화한 무엇을 스스로 만족할 만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다.

 

음악 작업을 할 때와 그림 작업을 할 때 당신의 마음이나 상태에 차이가 있나?

‘무언가를 나로부터 꺼내 표현한다’는 본질적인 면에서는 같지만,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일단 작업 방식부터 다르기도 하고, 매개체도 다르니까. 작업을 하면서 결과를 미리 예상할 때 아무래도 음악은 더 많은 대중이 들을 수 있게끔 하기 때문에 피하거나 고려할 것이 따른다. 물론 미술이라고 해서 완전한 자유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이제부터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림에 관해서 뭔가가 잡혀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서다.

 

지금까지는 그리고 싶은 대로 분출하듯이 했다면, 이제는 다듬고 정제해야 할 필요를 느끼나?

그렇다. 주제를 잡고 메시지를 담기 위해 어떤 구상을 한다든가, 색채는 어떻게 쓴다든가.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확실해져야 한다.

초록색 밍크 퍼 스웨터와 안에 입은 셔츠, 넉넉한 핏의 데님 팬츠, 체인 하드웨어 팔찌, LV 트레이너 스니커즈는 모두 Louis Vuitton 제품.

사치갤러리에 당신의 그림이 걸려 있는 동안 <쇼미더머니 10>도 방영 중일 것 같다. 어쨌든 송민호에게 제1의 재능은 음악이다. <쇼미더머니>는 녹화 진행 시간도 그렇고 체력적으로나 여러모로 에너지를 요하는 성격으로 아는데.

그동안 참여 제안이 들어온 적 있지만, 바쁘기도 하고 여의치가 않았다. <쇼미더머니>는 정말 거기에 깊게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되는 프로그램이다. 말했듯이 워낙 벌여놓은 일이 많다 보니 과연 내가 소화할 수 있을까 고민이 컸지. 걱정을 하면서도 ‘나는 아직 청춘인데 어디 한번 불 질러보자’라는 마음으로 결정을 내렸다.

 

당신이 그 무대에 올라 ‘겁’을 열창한 게 벌써 6년 전이다. 도전하던 출연자에서 누군가를 평가하는 프로듀서로 다시 <쇼미더머니>에 합류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사실 그런 차이에 따른 큰 의미는 없다. 내가 프로듀서로 참여한다는 사실이 공개되고 나서 ‘송민호가 그럴 깜냥이 되느냐’ 하는 말들이 나오는 것도 뭐 예상한 일이다. 딱히 개의치는 않는다. 내가 나를 판단했을 때는 그 정도 깜냥은 된다 싶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100퍼센트로 발휘해야겠다는 목표만 있을 뿐이다.

파자마 스타일 실루엣에 LV 왁스 패턴이 장식된 셔츠와 재킷, 넉넉한 실루엣의 파자마 팬츠, 링크 체인 패치 목걸이, 체인 하드웨어 팔찌는 모두 Louis Vuitton 제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어느 순간 당신에게서 풍기는 느낌이 꽤 달라졌다. 무대 위에서나 사진에서나 ‘사람’ 자체가 달라진 듯한 인상이랄까? 아주 자유로워 보이기도 하면서 묘한 기분이 있었다. 아티스트로서 도약했다고 스스로 느끼거나 심적으로 변화를 맞았다고 할 만한 시기가 혹시 있었나? 2017년 말, 2018년 초쯤. 그때부터 생각이 많아졌다. 그저 순수하게 흘러가는 대로 살고, 즐기기만 하면서 음악 생활을 하다가…. 이제는 워낙 많은 사람이 겪는 증상이지만, 그때 나에게도 정신의 불안정함이나 우울감 같은 게 찾아왔다. 굉장히 많은 생각을 했고, 그로 인해 나의 사고에도 변화가 생긴 듯하다. 그즈음부터 바뀐 것 같다.

 

그즈음만의 일로 끝난 게 아니라 좀 다른 방향으로 접어든 건가?

어떤 시작이었다. 지금까지 계속되는 여정이고. 건강한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는 느낌인데, 너무 괴롭기도 하고.

비판, 비난과 악플, 혹은 칭찬 같은 세간의 목소리와 시선으로부터는 얼마나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의미 없는 비난은 귀 기울일 가치가 없다고 여기지만, 그 외 건강한 비판은 주의 깊게 들을 의향이 있고, 들을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것들을 흡수할 때 내 안의 기둥이 단단해야 한다. 흔들려버리면 이도 저도 안 되는 것 같다. 단단하게 만드는 노력을 계속 하는 중이고. 무엇보다 내가 하는 일은 나를 봐주는 사람과 들어주는 사람, 공감해주는 사람 등등이 있어야 의미가 생긴다. 그 상호관계가 아주 중요하다는 걸 어느 순간 알았다.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뿌듯함과 어떤 갈증이 있나?

예전에는 예능으로 얻은 이미지와 뮤지션으로서의 이미지가 분리되긴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예능에 나가 한창 인기를 얻기 시작할 때 그 인기가 고마우면서도, 동시에 거기서 오는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예능은 예능대로, 내 음악은 음악대로 잘하려면 어떻게든 분투해야 했다. 그 결과 지금은 어느 정도 이룬 것 같다. ‘송민호’ 하면 ‘<신서유기>의 그 모자라고 웃긴 친구’라고 불려도 맘 편히 ‘오케이, 감사합니다’ 할 수 있다. 음악적으로는 물론 그림이든 뭐든 내 다른 탤런트도 인정받고 있으니까. 여러 영역에서 함께 인정받는 캐릭터가 된 것 같아서 그 점이 굉장히 뿌듯하다. 그렇게 되기가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갈증은 뭐, 뿌듯함이 있어도 계속 가져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하고 싶은 음악과 무대는 당연히 많고, 갈증이야 계속 있겠지. 갈증이 사라지면 어떡하나?

모노그램 오간자 패디드 파카와 회색 스트레이트 레그 팬츠는 Louis Vuitton 제품.

최근 채널 십오야에서 <송민호의 파일럿>이라는 기획을 했던데, 송민호가 중심이 된 네 가지 포맷을 하나씩 공개한 이후 투표에 따라 정규 콘텐츠화한다는 아이디어가 신선했다. 나영석 피디가 송민호를 예뻐하는 것 같다. 그는 송민호의 뭐가 그리 예쁘다고 하나?(웃음)

글쎄. 좋게 봐주신다는 뉘앙스를 물론 받기는 하지. ‘한결같은 태도여서 고맙다’ 같은 말을 해주신 적이 있으니까. 내가 솔직하고 앞뒤가 똑같은 사람이어서 좋아해주신다는 이야길 예전에 들은 것 같다. 한결같고, 재능도 넘치고, 뭐… 그런 말씀을 해주셨다.

 

시는 언제부터 좋아했나? 글을 풀어 쓰는 것과 함축과 은유를 할 줄 아는 것은 다른데, 좋은 랩 가사를 접할 때마다 시와 통하는 정신이 있다고 느낀다. 길게 설명하는 것은 하다 보면 어떻게든 가능한 일이지만, 길지 않으면서 일차원적이지도 않은 표현을 쓰긴 쉽지 않잖아.

맞다, 나도 너무 공감한다. 소설보다 시가 아주 좋았던 점이 바로 그거다. 가사를 쓸 때 메시지를 녹이고 싶은데 내가 전달하고 싶은 걸 모두 하려면 말이 너무 많아진다. 영어와 다른 한국어의 음절 수라는 문제도 있고. 가사가 자꾸 길어지면 좀 옹졸해 보이기도 한다. 그 문제와 싸우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시를 보니까, 물론 시인과 시마다 종류가 다양하지만 비유적이고 함축적인 표현을 쓰는 게 너무나 멋지다고 생각했다. 내가 하는 음악 작업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걸 안 이후 시집을 미친 듯이 읽었다. 한동안 이것저것 막 사서 봤다.

비행기 모티프 버튼 장식의 엑스트라 라지 코트, 안에 입은 셔츠와 팬츠, 웨스턴 부츠, 링크 체인 패치 목걸이는 모두 Louis Vuitton 제품.

시를 좋아한다고 밝히면, 인터뷰할 때마다 ‘좋아하는 시 구절이나 시집’에 대해 질문받을 각오를 해야 하는데.

그래서 하나 봐둔 게 있다. 잠깐, 그걸 사진으로 찍어 왔는데… 이시영 시인의 ‘작별’이라는 시다. 아주 짧다. ‘민들레는 마지막으로 자기의 가장 아끼던 씨앗을 바람에게 건네주며 아주 멀리 데려가 단단한 땅에 심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게 끝이다.

 

음. 제목이 ‘작별’이라는 점을 한 번 더 곱씹어보게 된다.

그렇다, ‘작별’. 이 시를 읽고 느낀 걸 메모해놨다. (휴대폰 속의 메모를 읽으며) ‘여러 작별 중에서도 연인들 간의 작별이라면 더 와닿을 것 같다. 많이 사랑했던 만큼 되게 미웠던 당신을, 그중에서도 가장 아끼던 당신의 모습을, 내가 다시는 마주치지 못할 먼 곳으로 보내고 싶은 마음. 그렇지만 또 행복하길 바라는 그런 마음.’ 멀리 데려가서 단단한 땅에 심어달라니. ‘단단한 땅’ 이런 게 너무 좋다.

 

랩을 쓸 때 주로 어떤 주제에 관심이 많나?

지금까지는 내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이제는 내 이야기와 타인의 이야기를 좀 섞어보려 한다. 그렇게 점차 나아가는 거다. 그들, 저들, 저 세상, 우리, 이 세상… 뭐 이런 식으로 조금씩 시점을 바꿔가면서 나아가볼까 싶다.

핀스트라이프 재킷과 팬츠, 안에 입은 셔츠와 손에 든 스카프, 모노그램 밀레니엄 스니커즈는 모두 Louis Vuitton 제품.

꿈이 있나?

오래 살고 싶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얼마나 변할지 오랫동안 지켜보고 싶고, 세상이 변하면서 내가 세상을 바꾸는 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도 기대할 수 있고. 과학 기술이 지금보다 더 폭발하듯이 발전해서, SF에서나 보던 장면이 현실에서 펼쳐지는 걸 보고픈 마음도 가끔 든다.

 

당신 말대로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하는데, 오래 버티려면 자기 안의 기둥이 단단하게 자리잡고 있어야 하겠다. 지금 송민호의 마음의 기둥은 어느 정도 단단한가?

두드리면 ‘똑똑’ 소리는 난다.

검은색 엑스트라 라지 코트는 Louis Vuitton 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