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리에 에르메스에 기이한 조각 풍경이 착륙했다.
디스토피아를 그린 SF 영화 속 요소들을 조각화하면 이쯤 될까? 아틀리에 에르메스에 기이한 풍경이 조성됐다. 신예 조각가 현남의 개인전 <무지개의 밑동에 굴을 파다> 현장이다. 이 조각들의 첫인상은, 축으로 세워져 있으나 ‘흘러내린다’이다. 생경한 세부 형태는 가만 보면 기시감을 일으킨다. 질척이고 끈적거리는 액체를 피처럼 흘리며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들과 닮은 데가 있어서다. 작가는 도시 건축의 표피와 피하 조직에 해당하는 재료인 폴리스티렌, 시멘트, 에폭시로 조각 작품을 만든다. 대체로 조각이라는 단단함 대신 흐르거나 녹아내리는, 기포가 빠져나가면서 거친 표면이 남은 상태다. 그것들이 모이니 수직의 폐허가 떠오른다. 이 수직 구조물의 하나로, 현대적 첨탑이라고 불러도 좋을 도시 곳곳의 기지국이 형상화되기도 했다. 현남은 재료들의 화학적 결합이 만들어낸 형태와 기이한 풍경을 통해, 우리가 아는 현재와 알지 못하는 미래를 구축해놨다. 그의 작품을 계속 감상하고 있으면 ‘본다’ 고 인지하기보다 기분과 감각으로 ‘느끼’는 나를 발견할 수밖에 없다. 노이즈 사운드 밴드 활동을 해왔다는 작가의 음악은 이 풍경과도 BGM처럼 맞아떨어질 것만 같다. 전시는 7월 23일부터 10월 3일까지 열린다.
- 피처 에디터
- 권은경
- 사진
- COURTESY OF FONDATION D’ENTREPRISE HERMÈ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