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하고 나하고 [이동국, 재시, 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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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맘 편한 카페> 시즌 2의 진행자 이동국과 재시와 재아가 처음 즐긴 꽃 같은 소풍. <더블유>의 카메라와 방송 카메라 앞에서 여름의 햇살, 맑은 웃음, 사랑과 장난이 공존한 시간. 

이동국이 입은 검정 후디와 안에 입은 셔츠, 타이, 팬츠와 스니커즈는 모두 발렌티노 제품. 재시가 입은 바 재킷과 앵클 스트랩 메리제인 슈즈와 베레모는 모두 디올, 주름 스커트는 미우미우 제품. 재아가 입은 화이트 코튼 드레스와 슈즈는 알렉산더 맥퀸 제품.

이동국과 그의 두 딸인 재시와 재아가 햇살 좋은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재시와 재아는 둘 다 비슷한 기장으로 머리카락을 길게 길렀고, 헐렁한 티셔츠에 데님 차림이었다. 재시의 키는 169cm, 재아는 172cm. 열다섯 살인 그들은 이란성 쌍둥이다. 그 점을 모르는 누군가는 자매가 많이 닮았다고 생각할 테고, 쌍둥이임을 짐작한 이들은 두 소녀의 얼굴이 쌍둥이치고는 비교적 다르다고 느낄 것이다. <더블유> 사무실로 이동국과 재시, 재아의 화보 촬영을 문의하는 연락이 온 건 5월. E채널의 예능 프로그램, <맘 편한 카페> 제작진의 전화였다. 사회적 현상이 된 맘 카페를 표방하는 콘셉트의 방송에서는 트렌디한 요즘 ‘맘’들이 관심 가질 법한 소재의 이야기를 셀렙의 일상을 통해 나눈다. 이동국은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다. 제작진은 이동국과 두 딸이 <더블유>와 화보를 찍을 수 있다면, 그 특별한 경험을 방송으로 담길 원했다. 재시는 이미 촉이 좋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스타일리시한 10대로 주목받는 존재다. 테니스 선수인 재아는, 제작진이 첫 연락을 해온 그즈음 아시아테니스연맹(ATF) 국제주니어대회 출전을 막 앞둔 상태였다. 재시와 재아, 이동국과 그의 아내인 이수진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를 합하면 133만 명 정도다. 한때 전국의 수많은 시청자들은 이동국이 5남매에게 둘러싸여 행복하게 소란한 인생을 사는 모습을 주말마다 TV로 목격했다. 시간이 흘렀고,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한국 예능 중에 <맘 편한 카페>가 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건 ‘대중’은 셀렙의 가족과 그들이 사는 법에 관심이 크다는 점이다.

재시가 입은 재킷과 베레모는 디올 제품.

“크롭트 티셔츠, 친구들도 자주 입어요.” 로맨틱한 러플 장식의 크롭트 셔츠를 입고 피팅룸에서 나온 재시가 놀랍도록 예뻐서 바라보다가, 배꼽을 드러낸 차림이 혹시 불편하진 않은지 묻자 재시가 말했다. 재시는 집에서도 옷을 바꿔 입으며 제법 모델처럼 포즈를 취하고 셀피를 찍는다. 패션 디자인과 자기 브랜드를 내는 데 관심이 있어서 취미로 일러스트 디자인 작업도 한다. 그들이 사는 집에는 이동국이 직접 방음 장비까지 설치해 마련한, 작은 노래방이 있다. 한창 다양한 꿈을 꾸는 중인 이 10대는 노래도 즐겨 부르기 때문이다. 이동국은 함께 방송을 진행하는 인물 중 하나인 안무가 배윤정의 연습실에 재시를 데려가기도 했다. “도착하기 전까지 우리가 누구를 만나러 가는지 정말 몰랐어요… 배윤정 선생님을 본 순간 ‘헉’ 소리가 나왔어요. 무서웠거든요.” 춤과 노래에 소질 있는 재시지만,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로 아이코닉한 안무가 앞에서 솔로 무대를 선보여야 했으니 무서울 수밖에. 재시는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 춤을 췄고, 배윤정은 재시가 지도대로 곧잘 익히다고 하면서도 음악이 나오는 순간 철저히 다른 사람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튜브 보면서 혼자 따라 하길 즐기는 수준이에요. 댄스 학원에서 제대로 배우고 싶은데, 아직은 시국이 시국인지라.” ‘시국’을 말하는 열다섯 살 재시와 재아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홈 스쿨링을 한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다. “그때는 저도 재아와 함께 테니스를 쳤거든요. 해외에 돌아다니면서 시합할 일이 생기니까 자꾸 학교에 못 나가는 거예요. 그래서 홈 스쿨링을 선택했어요. 외국에서도 컴퓨터만 있으면 수업이 가능했으니까.” 홈 스쿨링을 위한 선생님과 수업 시간표는 있지만, 유연하게 운영하는 생활. 덕분에 두 아이는 오늘 생애 첫 패션 화보 촬영을 하느라 결석 처리될 일은 없었다.

재아가 입은 스트링 장식 화이트 셔츠 드레스, 슈즈는 알렉산더 맥퀸 제품.

테니스 선수인 재아의 삶은 재시와 다르게 흘러간다. 아침 9시 반부터 12시까지 운동과 훈련, 점심식사 후 휴식 시간을 갖고 3시부터 7시 반까지 다시 운동과 훈련. 방송 제작진을 통해 7월호 화보 촬영을 하기로 약속한 이후 들려온 뉴스는, 재아가 아시아테니스연맹 14세 이하 여자 주니어에서 랭킹 1위에 올랐다는 것. 우리가 만나기 전까지 재아는 여러 취재 요청과 인터뷰를 치렀다. 그럴 때 ‘이동국의 딸’로 미디어에 노출되던 재아 옆에 ‘이재아 선수의 아빠’가 된 이동국이 서 있곤 했다. “단식과 복식 모두 우승했어요. 1점을 따기가 어려웠는데 그 1점을 따서 1위에 올랐어요. 제 꿈에 한 발 더 다가간 느낌이에요. 다음 목표가 생긴 거죠. ATF 우승을 했으니, 이제 ITF 우승하기.” 만 14세 이하 선수들의 장인 아시아를 넘어, 18세 이하 선수들이 경쟁하는 국제테니스연맹의 대회가 그 ‘다음’이다. 이동국의 아이들은 모두 일찍부터 골프, 수영, 농구, 축구 등 여러 스포츠를 놀이로 접했다. 어떤 아이에겐 ‘놀이’가 ‘가능성’으로 전환하는, 다른 기류가 조금씩 감지되는 순간이 온다. “두 아이가 비슷하게 테니스를 계속하다가, 재시는 힘들다고 멈췄죠. 옷, 디자인, 노래 부르는 일이 좋다니 스스로 흥미를 느끼는 뭔가를 해보라고 격려했어요. 재아는 테니스를 너무 좋아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어요. 묵묵하고 꾸준해요. 스포츠는 꾸준함이 답이거든요.” 이동국은 요즘 재아의 사춘기 증상이 운동을 열심히 하는 방식으로 왔나 싶을 정도라고 했다.

발레리나에게 울퉁불퉁한 발가락이 그렇듯, 재아에겐 우윳물에 담갔다 뺀 것처럼 유독 뽀얀 발과 발목이 훈장일 것이다. 발목을 경계로 태양 아래 테니스 코트에 머문 세월이 증명되는 격차. 재시와 이동국은 재아가 맨발에 구두를 신고 등장하자 ‘흰 양말은 벗어야 되지 않겠냐’고 농담했다. 이동국은 쌍둥이가 새 의상을 갈아입고 나올 때마다 입으로는 정직한 반응을, 손은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거의 매일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지낼 재아를 위해서는 재밌고 색다르면서도 재아의 세계와 너무 동떨어지지 않은 스타일을 고려한 의상을 마련했다. 재아가 베이비돌 드레스 차림으로 촬영 중인 모습을 보니, 테니스복이 몇 단계의 변신을 거쳐 하이패션 버전으로 태어나면 저러지 않을까 싶었다. “너 예쁘다!” 둘 다 차분한 중저음의 말투를 가졌지만, 평소와 다른 상대의 모습에 더 반응한 건 재아를 보는 재시 쪽이었다.

이동국이 입은 페인팅 셔츠는 마르니 by 육스, 아방가르드한 남색 쇼츠는 아더 제품.

화보 촬영을 넉넉히 앞둔 어느 날, 이상하게도 가장 먼저 체크하고 싶었던 건 이동국의 허벅지 둘레다. 축구 선수들의 허벅지는 종종 신기한 이야깃거리로 회자되는데, 이 종목의 특수함과 근력에 관한 데이터로 통하기도 한다. 187cm 장신에 허벅지 둘레가 현역 시절 그대로 26인치인 모델이라면, 화보 의상을 준비할 때 외면할 수 없는 정보다. 그는 불과 얼마 전까지 선수로 뛰었다. 현재 네 개의 방송 프로그램을 하며, 7월 11일까지 한 달간 펼쳐지는 ‘유로 2020’ 중계에서는 해설자로 도전도 한다. “제가 출연 중인 예능은 방송이라는 큰 부담 없이 임할 수 있는 성격이에요. 지금은 제가 축구 외에 뭘 잘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지 찾아보는 시기입니다. 당분간은 은퇴 후 쉬는 기간이라고 생각해요.” 안정환, 서장훈 등의 선수 출신을 떠올려본다. 그들은 각자의 종목에서 탁월한 자산이었다. 지금은 그 과거보다 예능에서의 모습으로 익숙하다. 앞으로 이동국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알 수 없지만, 한국 역대 최연소 월드컵 출전 기록(1998년 프랑스 월드컵)부터 K리그 통산 최다 득점 등의 각종 이력 덕에 재시와 재아도 아빠의 위상은 좀 안다. “주변 사람들한테서 ‘너희 아빠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모르지?’ 하는 말을 엄청 듣고 자랐어요. 아빠는 이런 이야기를 주로 하시죠. ‘아빠가 6학년 때는 말이야, 축구 하려고 혼자 버스 타고 2시간씩 다니고 그랬어.’”

작년 10월, 전북 현대 홈구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이동국 은퇴식은 당일 경기로 팀이 시즌 우승을 차지한 환희 속에서 열렸다.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은 은퇴식을 위해 비를 맞고 서 있었고, 구단은 이동국의 등번호 ‘20번’에 K리그에서 드문 예인 ‘영구 결번’을 선포했다. “제가 프로 입단하던 시절에는 서른 살이면 노장으로 불렸어요. 저는 30대에도 늘 주전 공격수로 경기력을 유지했고요. 나이 때문에 은퇴하고 싶진 않았지만, 경기력이 떨어진다면 시즌 중반에라도 은퇴하겠다는 마음을 늘 품고 살았죠. 그런데 마흔둘까지 선수 생활을 한 거예요.” 프로 선수로 거의 23년을 뛴 유일무이한 한국 축구 선수. 그는 ‘제2의 인생에서는 은퇴가 없는 직업을 가져보면 좋겠다’ 고 방송에서 말했다. 예전부터 이동국의 꿈은 만능 스포츠인이 되는 것이었다고 한다. 스포츠를 두루 섭렵하길 원하는 그는 농구와 골프에 도전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기도 하다.

재아가 입은 데님 점프슈트와 헤어밴드는 프라다 제품. 재시가 입은 화이트 러플 셔츠는 미우미우 제품.

화보 촬영장 한쪽에 촬영 소품인 데이지꽃들이 모여 있었다. 꽃잎은 아이들이 아닌 이동국의 얼굴 위에 하나둘 안착했다. 아빠를 구경하던 재시와 재아가 표정도 말투도 가장 상기됐던 순간이다. “오우! 생각보다 괜찮은데?” 모니터 화면을 보던 재시가 눈을 크게 뜨며 소리치자 이동국은 답했다. “재시야. 너는 지금 꽃미남을 보고 있어.” 이동국에게 인생에서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에 대해 물었을 때, 그는 축구가 아닌 다른 이야길 했다. ‘가정을 잘 꾸렸다는 것.’ 그 가정에는 아이를 세 명 이상은 낳으면 좋겠다고 바랐던 두 부부와 재시와 재아 쌍둥이, 설아와 수아 쌍둥이, 막내 시안이가 있다. 재시와 재아는 쌍둥이지만 성격도 취향도 상반되는 지점이 많은데(재시는 해산물을 싫어하고 재아는 아주 좋아하는 것처럼), 그 점은 설아와 수아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프로 선수로서의 생활은 길었지만, 더 긴 인생 전체에서 볼 때 그 시간은 일부에 해당할 뿐이거든요. 저는 지금 순간이 10년 후의 내가 과거로 되돌아와 살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쉰셋의 이동국에게 10년을 당겨 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서 마흔셋을 살고 있다고. 그런 마음이면 나이가 더 들어도 ‘10년만 더 젊었으면’ 하는 생각이 안 들 거예요. 10년 후 내 모습을 상상하면서 지금 순간을 만들어가면 되는 겁니다.” 그는 아이들에게도 이 얘길 종종 한다. 미래의 나를 지금부터 상상해야 발전해나갈 수 있고, 발전에는 꾸준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빠로부터 ‘도전’의 유전자를 나눠 받았을 재시와 재아의 오늘 첫 경험은 유려하게 흘러갔다. 첫 번째 사진 촬영 때 이 상황이 낯설다는 듯 이상한 신음 소리를 내던 이동국은, 어느 순간 헤어 스타일리스트 대신 바람이 나오는 기기를 손에 들고서 재시의 머리카락이 잘 휘날리도록 위치를 선점하기도 했다. 그 꽃 같은 소풍의 시간이 담긴 화보를 감상하는 지금, 누군가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는 듯하다. “아빠. 그렇게 차려입으니까 부자 같아요!”

재아가 입은 주얼 장식 베이비돌 드레스와 테리 소재의 트랙 재킷은 미우미우 제품.

재아가 보는 재시를 한마디로 표현 한다면? 

예쁜 사람. 재시는 어릴 때부터 인기가 많았다. 화장도 잘 하고, 손재주가 많다. 부럽다. 

요즘 관심사 

마라탕. 운동 선수라 체중 관리가 필요하지만, 최근 운동량을 대폭 늘렸더니 체중이 빠진 상태라 지금은 굳이 관리 안 해도 된다. 

선수로서의 필살기 

포핸드와 서브. 

먼 미래의 목표 

호주 오픈 우승. 윔블던, US 오픈, 프랑스 오픈 모두 대단하지만, 초청 경기로 호주 오픈에 참석해 경기를 직관하면서 ‘이곳에서 뛰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때 결승전을 치른 나오미 오사카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다. 

같은 운동 선수인 아빠에 대한 생각 

아빠는 내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상에 있는 선수였다. 사람들이 아빠를 알아보고, 또 아빠가 골을 넣는 일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느껴졌다. 

좋아하는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긴다면 

한국 최고의 테니스 선수인 나래 언니, 다빈 언니, 채리 언니. 제가 테니스에 흥미가 떨어질 무렵 옆에서 다잡아준 언니들 덕분에 이렇게 잘하고 있습니다. 

재시가 입은 오버사이즈 티셔츠와 스웨트셔츠가 장식된 트레이닝 팬츠, 핑크 퀼팅 슬리퍼, 반지와 팔찌는 모두 발렌시아가 제품.

재시가 보는 재아를 한 마디로 표현 한다면?

존경스러운 사람. 한번 뭘 시작하면 끝까지 해내려 한다. 부럽다.

요즘 관심사

피오! 블락비 시절엔 알지 못했지만 <호텔 델루나>를 보면서 팬이 됐다. 만약 피오와 화보를 찍는 날이 온다면 촬영 도중에 나 쓰러질 듯…

좋아하는 뮤지션

현재 ‘최애’는 아리아나 그란데와 듀아 리파.

자주 사 용하는 SNS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를 주로 이용하고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친구들을 팔로잉한다. 내 폰의 데이터가 알려주는 최다 사용 앱은 페이스북 메신저.

쇼핑하면 자주 손이 가는 스타일

‘꾸안꾸’ 스타일을 좋아한다. 나이키 같은 스포츠 의류도 좋아하고.

좋아하는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긴다면

음 … 피오님… 항상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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