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5,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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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넬 N°5가 100주년을 맞이했다. 샤넬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리소스 디렉터, 토마 뒤 프레 드 생모르는 지난 찬란한 역사를 재조명하는 대신 2021년 현재 N°5가 쌓아가고 있는 새로운 명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샤넬 N°5에 관해서라면, 누구라도 할 말이 많지 않을까? 지난 100년 동안 이 제품이 가꿔온 위상,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유명인과 얽힌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설로 남아버린 이미지까지,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1921년 가브리엘 샤넬이 디자이너 중 최초로 자신의 이름을 딴 향수를 선보였을 때, 그건 정말 심상치 않았다. 그녀는 조향사 에르네스트 보와 함께 한 가지 꽃향기만 담던 기존 향수들의 전례를 깨고, 최고급 자연 유래 성분에 당시에는 생소했던 합성 분자인 알데하이드를 조합해 아방가르드한 구성의 향을 만들었으며, 앰버 컬러의 향수 용액이 돋보이도록 절제된 직사각형 디자인의 유리 보틀에 담아 출시했다. N°5는 파격적인 매력으로 단숨에 주목받았고, 최초의 ‘N°5 빠르펭’부터 시대를 거치며 ‘오 드 뚜왈렛’, ‘오 드 빠르펭’, ‘오 프리미에르’, ‘로(L’Eau)’에 이르기까지 변신을 거듭해왔다. 그리고 2021년, 출시 100주년을 맞이해 그간의 압도적이고 거창한 역사를 가뿐히 뛰어넘는 상쾌한 반전을 선보인다. N°5를 더없이 모던하게 재해석한 17가지 리미티드 에디션 ‘FACTORY 5 컬렉션’과 함께 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팝업 스토어(6월 30일부터 7월 18일까지,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15길 11 에스팩토리)를 오픈할 예정. 이쯤되면 탄성이 절로 나오는 새로운 컬렉션을 보고 ‘도대체 이런 건 누가 만드는 거야?’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타이밍. <더블유 코리아>가 이를 총괄 지휘한 샤넬 향수 & 뷰티, 워치 & 화인 주얼리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리소스 디렉터, 토마 뒤 프레 드 생모르(Thomas du Pré de Saint Maur)와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이 인터뷰는 물론 샤넬 N°5에 관한 것이긴 하지만, N°5 문외한이라도 괜찮다. 자신의 분야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려고 노력하는 이라면 그의 답변에 깊은 인상을 받을 테니까. 최고 수준 크리에이터가 보여주는 일에 대한 태도와 창작의 과정, 럭셔리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까지 자신이 무얼 하는지 분명하게 아는 사람에겐 항상 배울 것이 있다. 그리고 어차피 이 인터뷰를 다 읽을 즈음이면 샤넬 N°5에 푹 빠지고 될 테고.

 FACTORY 5 COLLECTION 

샤넬 N°5 100주년을 기념하며 리미티드로 선보이는 ‘FACTORY 5 컬렉션’. 아이코닉한 N°5 향수를 다양하게 변주해 선보이는데, 우리 주변의 오브제에서 영감 받은 패키지가 하나하나 소장각이다. 매일의 평범한 일상에 샤넬 N°5의 마법을 불어넣어볼 것. 

 1. N°5 바디 오일 공구용 오일통에서 영감 받아 탄생한 오일. 피부에 윤기를 주고 은은한 향기가 활기를 불어넣는다. 250ml, 109천원. 

2. N°5 바디 크림 철제 튜브에 담긴 농밀한 크림. 건조한 피부에 촉촉하게 향을 입혀준다. 150ml, 11만원. 

3. N°5 샤워 젤 페인트통을 연상시키는 캔 속에 캡슐 형태로 포장된 장밋빛 샤워젤이 담겼다. 6mlx20, 99천원. 

4. N°5 바디 로션 잔뜩 짜서 아낌없이 바를 수 있을 것만 같다. 200ml, 84천원. 

5. N°5 배쓰 밤 쿠키 박스를 닮은 틴케이스를 열면 낱개로 포장된 배쓰 밤이 나타난다. 따뜻한 물에 녹여 목욕하면 상쾌한 향기와 함께 피로가 싹 날아간다. 17gx10, 99천원. 

Interview with Thomas du Pré de Saint Maur 

<W Korea> ‘FACTORY 5 컬렉션’ 이야기부터 시작해볼까요? 이번 컬렉션을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나요?

Thomas du Pré de Saint Maur 10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에 먼저 N°5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무엇을 기념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N°5가 지난 100년간 쌓아온 시간과 역사를 기려야 할 것인지 아니면 N°5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영원한 젊음과 신선함에 찬사를 보내야 할지 고민했고, 후자를 택했죠. 100년을 기념하는 최고의 방법은 N°5가 1921년 센세이셔널하게 등장했을 당시의 그 놀라운 에너지와 신선함, 재치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확신했거든요. 그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즐거움이었어요. 신나게 기념하고 싶었고, 이번 컬렉션을 통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답니다. 참 간단하죠?

공업용품을 연상시키는 패키지가 매우 뜻밖이면서도 신선합니다.

N°5의 오리지널 향수병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알다시피 1921년에 나온 N°5 최초의 보틀은 실험실의 시약병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죠. 여기에 착안해 럭셔리 화장품 패키지나 포장재로 잘 사용되지 않는 기능성 용기에 N°5를 담아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페인트통, 자전거용 오일통 같은 산업용품이나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에 N°5를 입혀서 럭셔리한 제품으로 만들어보는 것이죠. 그 결과 예상을 깨는 색다른 에너지와 신선함을 가진 ‘FACTORY 5 컬렉션’이 탄생했어요. 팝업 스토어에 방문하면 정말 ‘공장’에 간 것처럼 N°5가 기계에 들어가 전혀 다른 제품으로 나오는 재미있는 과정을 경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겁니다.

팩토리라는 콘셉트가 흥미로워요. 지금 당신이 앉아 있는 공간처럼 팝업 스토어에도 팝아트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나요?

N°5 하면 떠오르는 셀렙으로 앤디 워홀(Andy Warhol)을 빼놓을 수 없죠. 그의 작업실 이름이 ‘팩토리’였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팝업 스토어에 앤디 워홀 작품처럼 활기차고 컬러풀한 느낌을 불어넣었어요. 팝아트는 이런 질문을 합니다. ‘대량 소비 제품, 일상적인 물건이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는가? 마트에서 파는 제품이 명품이 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이유로 팝아트적인 강렬한 시각 효과가 필요하기도 했죠. 언급했다시피, N°5 100주년을 맞아 모두의 기분을 업시키고 싶었거든요. 명품이라면 이런 기분 전환을 해줄 의무가 있고, 특히 최근 겪고 있는 우울한 상황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래요. 전 세계가 ‘나를 즐겁게 해줘, 제발 빛을 보여줘’라고 말하고 있는데, 생동감 있는 컬러야말로 바로 그런 무드를 만들어줍니다. 또 SNS에 활발하게 이미지를 올리고 공유하는 요즘, 컬러풀한 이미지가 이런 소통 플랫폼을 통해 파워풀하게 전달된다는 점도 고려했어요. 광고 비주얼은 팝아트의 표현 방식을 살짝 빌려와 복제와 반복, 강렬한 컬러 블록을 사용했는데, 역사적으로 N°5와 팝아트는 여러 번 교차했기 때문에 이 둘의 만남이 의미가 있죠. 그런 다음 이걸 우리 삶으로 끌어들이고, 변주하고, 같이 놀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건 제게 마치 화려한 불꽃놀이를 하는 것 같았어요. 럭셔리가 불꽃놀이가 아니라면 존재할 이유가 있을까요?

N°5는 샤넬의 가장 클래식한 향수인데, 내부에서 이런 구상에 반대하는 이들은 없었나요?

전혀 없었습니다. 사실 무엇을 시작하기 전에 항상 하는 질문이 있어요. ‘끝까지 갈 것이냐 말 것이냐? 진짜 할 것이냐 말 것이냐?’ 중간에 포기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없거든요.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우리는 N°5를 위해 뭔가 특별하고 이색적인 것에 도전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우리 스스로를 감동시켜보기로 했습니다. 일할 때 주변에서 이렇게 전적으로 밀어주면 정말 자유롭고 즐겁게, 자신 있게 해낼 수 있죠.

그동안 N°5는 전설의 향수답게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이미지를 보여왔는데, 이전보다 경쾌해진 건 MZ 세대를 염두에 둔 건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은 뭔가를 보존하기 보다 재창조 과정을 통해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거였죠. 끊임없는 변신, 예상치 못한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것은 그것이 여전히 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 꼭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이번엔 화려함 대신(사실 샤넬에서 그런 광고를 찍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답니다!) 뭔가 색다른 것을 시도하고 싶었어요. N°5의 표제가 ‘네가 아는 나 그리고 네가 모르는 나(You know me and you don’t: 2016년 N°5 광고 슬로건)’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N°5를 화려하고 여성적인 향수로 알고 있는데, N°5가 가진 급진적이고 재치 있는 면도 알고 있는지 질문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특정 세대를 겨냥한 것은 아닙니다만, 젊은 층을 고려한 측면은 있습니다. N°5가 가끔은 부담스러울 수 있거든요. ‘내가 N°5를 사용할 수 있는 여자인가?’ 매우 상징적인 향수이기 때문에 이런고민을 할 수 있죠. 그래서 보다 접근하기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 모든 연령대가 부담 없이 N°5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N°5를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멀리서 경외하는 향수가 아니라 사람들이 정말 갖고 싶어 하고 곁에 두고 사용하는 향수가 되길 바라는데, 그렇게 되려면 일단 제품과 친해져야 하니까요.

샤넬 N°5의 캠페인은 클래식한 동시에 현대적이고, 우아하면서도 도발적이며 보는 이를 압도합니다. 광고 일을 하는 사람에겐 가장 해보고 싶은 작업 중 하나일 거예요. 샤넬 N°5의 캠페인을 만들 때 당신이 가장 보여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그런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는지 궁금합니다. 100년이나 된 향수를 늘 새롭고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일이 쉽진 않을 것 같거든요.

바로 그것이 제일 큰 도전이죠. 매일, 매시간, 1분 1초마다 방금 말씀하신 것 때문에 큰 도전이 되는 겁니다. 역대 N°5의 광고를 살펴보면 같은 메시지를 매번 다른 방법으로 전달하고 동시대에 맞춰 이야기해요. N°5가 말하는 것은 결국 ‘나’에 관한 거예요. 내가 가장 중요하고, 내 안에 모든 능력이 있다는 거죠. 나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 계속 전진해서 성취한다는 것, 이것이 샤넬이 전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메시지입니다. 샤넬은 자아성취를 통해 내가 되어가는 과정 속에 존재해요. 그런데 이 과정이 끝이 없죠. 내 안에는 늘 새로운 것들이 있으니까요. 새로운 기회, 여성상, 자신에 대한 믿음, 헌신, 의지, 이런 것들을 항상 표현하려고 노력하죠.

제가 고민하는 지점은 이 내용을 2021년에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해야 하는가’ 그것입니다. 1960년, 70년, 80년 N°5 광고는 계속 있어왔지만, 지금 내가 하려는 것이 이전의 광고와 완전히 달라도 확신을 갖고 나가야 합니다. 기본에 깔린 스토리는 변하지 않아요. 같은 메시지를 다른 방식으로 전달하되, 보고 나면 같은 느낌을 주는 광고를 만드는 것입니다. 물론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N°5를 두려운 마음으로 접근하면 N°5에 이 두려움이 전염됩니다. 절대로 안 될 일이죠! 불안감을 떨치고 새로운 것을 향한 의욕을 가지고 무조건 나아가는 겁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뭐 일단 열심히 해보는 거예요. 이것이 제 창작 방식인 것 같아요. 예술적인 생각을 갖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에너지에 내 자신을 맞추는 거죠. 창작은 과학이 아니에요. 때로는 놀라운 결과가 나오고 때로는 좋은 결과가 나오고 때로는 그저 그런 결과가 나오는데, 우리 인생도 그렇죠. 그저 그런 결과가 나오면, 다시 시도하고 더 열심히 해서 놀라운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하면 되는 겁니다.

지난 100년간 N°5의 수많은 얼굴 중 당신은 누가 N°5를 가장 잘 드러낸다고 생각하나요?

모든 모델이 그 당시 가장 적합한 모델이었다고 생각해요. 카트린 드뇌브가 그녀의 첫 번째 캠페인에서 한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지금 나는 카트린 드뇌브로서 말하고 있지 않아요. 한 명의 여성으로서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말은 카트린 드뇌브니까 할 수 있는 말이죠. 최근에 마리옹 코티야르와 함께 찍은 광고도 좋은 선택이었어요. 그때 저는 프랑스의 정신을 대변하는 강한 신념이 있는 사람, 자기 규율을 따르는 사람, 잘잘못에 대한 확고한 생각이 있으면서도 가식이 없는 사람을 원했는데, 마리옹이 완벽했죠. N°5의 여정을 함께한 모든 여성은 그 당시 선택된 이유가 있었고 거기에 딱 맞는 주인공이었어요. 어쩌면 샤넬과 무관하게 가장 기억에 남는 주인공은 마릴린 먼로가 아닐까 해요. 마릴린은 아직도 다른 여인들이 보여주지 못하는 어떤 특별한 것을 느끼게 하니까요. 그녀의 운명과 죽음, 인생 자체도 드라마틱하고 달랐잖아요. 광고도 콜라보도 샤넬과 하지는 않았지만 마릴린 먼로가 N°5를 애용했다는 사실 때문에 그녀를 특별하게 기억합니다.

향기는 눈에 보이지 않죠. 후각적인 것을 눈에 보이는 것으로 만드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이 부분에 대해서 저는 별로 고민하지 않아요. 럭셔리 브랜드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이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향수의 경우 실제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제품과 향이에요. 이와 함께 제품의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산이 있는데 내가 사용하면서 느끼는 감정과 새로운 역할, 라이프스타일 같은 것입니다. 예를 들면 N°5 안에는 항상 마릴린 먼로의 영혼이 붙어 있을 거예요. N°5를 사용할 때 누구나 최고의 아름다움의 대명사인 마릴린 먼로가 잠깐 될 수 있다는 거죠. 작업할 때는 항상 향수의 보이는 부분보다는 이런 보이지 않는 부분을 부각시키려고 해요. 그것이 명품을 진정한 럭셔리로 만드니까요. 물론 향수의 향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죠. 그러나 마릴린 먼로가 N°5 한 방울을 밤에 아무것도 입지 않고 바를 때는 단지 향이 좋아서가 아니라, N°5를 통해 무한한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에 사용한 것이죠. 바로 이런 점을 전달하는 겁니다. 더 멋지고, 이상적인 삶과 인생을 펼쳐놓는 거예요. 럭셔리는 이런 것이거든요. 나의 삶이 더 풍부해질 수 있고, 미래가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나를 자극하는 거요. 열망을 가지고 탐구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것!

당신은 2008년 샤넬에 입사해 2015년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리 소스 디렉터가 되었죠. 수년째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의 비주얼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그 소감이 궁금하군요. 샤넬에서 일하는 건 어떤가요?

축복이죠.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샤넬은 야망이 있는 브랜드예요. 포부가 있기 때문에 크리에이티브 작업을 할 때 특별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방법을 제공하죠. 이렇게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브랜드는 샤넬 말고 없을 거예요. 브랜드의 이런 역사와 명성 때문에 세계적인 감독들이 같이 작업하고 싶어 하고요. 최고의 인재와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죠. 또 샤넬과 일하면 좋은 자극을 받게 됩니다. 가브리엘 샤넬은 비전을 갖고 창의적인 태도로 나는 이 세상을 다르게 살고 싶다고 처음부터 과감하게 선포했어요. 그녀는 자신의 현재 삶이 싫어서 본인이 원하는 삶을 만들어갔죠. 자유를 가지고 독립해서 원하는 내가 된 거예요. 이런 점이 모던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이런 스토리의 일부가 된 것이 마음에 들어요. 마지막으로 샤넬과 일하면 겸손함을 배우게 됩니다. 정말 뛰어난 브랜드이기 때문에 같이 일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에요.

부담스러울 때는 없습니까?

물론 샤넬의 기대 수준이 높은 데다 상당히 현대적인 브랜드이기 때문에 잘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습니다. 오히려 브랜드가 워낙 훌륭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게을러질 수도 있고요. 명성만 믿고, 노력을 안 할 수도 있는데 그러면 안 되죠. 우리는 분명히 할 일이 있고 기대치도 높기 때문에 늘 배우면서 일해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요?

정원을 가꾸고 승마를 즐깁니다. 쉴 때면 저의 제2의 고향인 그리스로 날아가죠. 춤도 많이 춰요! 혼자 춤출 때도 많죠.

새로운 작업을 위한 영감은 어디서 주로 얻나요?

영감은 어떤 판단을 하지 않고 눈을 크게 뜨고 이 세상을 보면 오는 것 같아요. 특히 저는 문학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요. 책을 읽으면 빈 공간을 나의 이미지로 채워야 하는데, 이때 나의 두뇌와 상상력이 내가 읽고 있는 단어를 시각적으로 전환해야 하거든요. 책을 읽으면 시각적인 자극을 무의식적으로 받는데, 나의 기억과 두뇌가 이 무의식적인 이미지를 뽑아서 세트장 위에 올려주는 것 같아요.

벌써 인터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N°5에 대한 질문으로 마무리를 하고 싶습니다. 샤넬 N°5가 100년 동안 한결같이 사랑받아온 비결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당시엔 혁명적이었으니까요. 100년 전 N°5가 처음 등장한 뒤로 향수의 역사는 N°5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되었죠. 정말 대담한 혁신이었습니다. 지금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1921년 향수의 세계에서 N°5의 출현은 마치 외계인의 등장으로 볼 수 있을 만큼 획기적이었어요. N°5를 보고 다들 ‘이게 뭐지? 향수가 어떻게 이럴 수 있지?’ 하면서도 이 향수가 매우 고급스럽고 향도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이 제품이 고루해지지 않도록 업데이트를 열심히 했기 때문입니다. 샤넬은 매번 시대에 맞는 광고를 만들었어요. 매번 제일 먼저 새로운 시도를 했고요. N°5의 얼굴로 여배우를 처음 기용했고, 명품 브랜드로는 최초로 미국 슈퍼볼에서 광고를 했으며, 영화처럼 보이는 4분이나 되는 긴 광고도 가장 먼저 선보였어요(니콜 키드먼이 출연한 거요). 샤넬은 항상 시대를 앞서갔습니다. 이와 함께 N°5는 N°5만의 강력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죠. 자유와 독립, 자아성취의 스토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나이와 상관없이 전 세계 모든 여성에게 어필할 수 있는 보편적인 스토리예요. 여성뿐 아니라 인간이라면 다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죠. 한국 여성이 N°5를 통해 프랑스 문화와 세계 속으로 들어가겠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한국적인 부분이 없어지지는 않거든요. 더 강한 한국 여성이 되는 거죠. 이런 보편성이 있기 때문에 서울, LA, 시드니, 런던 등 다양한 곳에서 모든 세대가 N°5를 통해 삶에 대한 활기와 역동성을 느끼는 겁니다.

당신은 샤넬 N°5를 어떻게 정의하겠습니까?

N°5는 삶을 확장시켜주는 향수입니다. N°5를 통해 나의 삶과 가능성, 믿음, 자신감, 매력과 질문이 더욱 팽창하고 커집니다. 확장되는 멋진 느낌 말이에요. 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향수라고 정의를 내릴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이미 자명한 사실이고, N°5에는 뭔가가 더 있습니다. 배터리라고 할까요? 한 번만 뿌려도 충전이 되어 이 세상에 나가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힘을 주죠.

뷰티 에디터
이현정
포토그래퍼
박종원
사진
COURTESY OF CHANEL
문의
샤넬 080-332-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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