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함과 편안함으로 우리를 사로잡은 90년대 스포티웨어의 귀환.
우리는 지난 몇 시즌 동안 90년대 스포티웨어가 돌아오는 것을 다양한 플랫폼에서 목격했다. 정규 런웨이를 벗어나 서도, 넷플릭스 시리즈 <크라운> 속 다이애나비, Y2K패션으로 스트리트 패션을 주름잡는 벨라 하디드, 인스타그램을 점령한 ‘스포 티&리치’ 걸, 스포티웨어를 입고 각종 챌린지를 수행하는 틱톡의 멋진 댄서들까지 말이다. 이런 다양한 캐릭터를 하나로 관통하는 코드는 90년대 패션의 큰 축을 차지하는 아메리카 스포츠웨어다. 긴 맨투맨, 컬러풀한 배색, 미니멀한 로고 플레이, 플랫폼 스니커 즈와 크롭트 톱 등 90년대는 우리 기억 속에서 멀지 않기 때문에 이 신선한 컴백은 참고가 아니라, 여전히 익숙한 아이디어의 재작업에 가깝다. 특히나 90년대 스포티웨어의 간결함 덕분인지 90년대는 어떤 장면, 무드보드로 각인되어 있다. 빈티지한 랜드로버 자 동차, 오래된 리바이스, 깨끗하고 두꺼운 양말, 순수한 슈페르가 스니커즈 등. 이런 간결함의 미학, 새로운 영감을 잘 나타낸 것은 26세의 에밀리 오베그가 전개하는 스포티&리치(Sporty&Rich) 를 예로 들 수 있다. 분홍색 사이클링 반바지를 입은 금발의 앤드리 애거시나 그 유명한 미식 축구 티를 입은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모티프로 한 스웨트셔츠 컬렉션은 품절을 넘어 드롭형 판매 방식으로까지 이어졌다. 늘 텀블러에 물을 마시고, 지구를 위하는 멋지고 태연한 여자애를 위한 것. 여기에 현대 소녀들이 열광하는 에디 슬리먼의 볼캡, 크롭트 톱, 미우미우의 미니멀한 로고 플레이의 인기는 두말할 것도 없고, 라프 시몬스가 디렉팅한 프라다의 첫 번째 여성복 컬렉션의 줌을 의식한 상의 로고 플레이는 꽤 신선해 보인다. 유행에 민감한 벨라 하디드, 헤일리 비버 같은 모델들은 90년 대 스트리트 스타일에서 부활한 저지와 빈티지 데님 팬츠에 트러커 캡을 매치한다. 무채색의 스포티웨어를 주로 선보이는, 신디 크로퍼드의 90년대 전성기 시절에서 걸어 나온 듯한 카이아 거버는 현재 캘빈 클라인의 모델이다. 이렇듯 가장 쿨한 크롭트 톱과 로고 스웨터는 인스타그램에서 여전히 유행하고, 두툼한 플랫폼 슈즈와 2021년 식으로 재해석된 볼캡을 매치하면 완전히 새로워 보일 수 있다. 늘 우리 곁에 있었던 스웨트 셔츠와 후디들. 결국, 우리는 90년대 걸이 아닌 적이 있었나?
- 패션 에디터
- 이예지
- 포토그래퍼
- 윤지용
- 모델
- 최아라, 보우
- 헤어
- 조미연(보우), 장혜연(최아라)
- 메이크업
- 오가영(보우), 황희정(최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