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당신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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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브리엘 샤넬과 그의 친구 장 콕토가 사랑했던 ‘빛’을 담은 샤넬의 2021/2022 크루즈 컬렉션. 

평화를 상징하는 하얀 비둘기를 날린 샤넬 크루즈 컬렉션의 피날레 장면

빛의 채석장으로 불리는 프랑스 남부의 카리에르 드 뤼미에르.

가브리엘 샤넬은 피카소, 달리, 장 콕토, 스트라빈스키, 헤밍웨이 등 수많은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깊은 우정을 나눴고, 그들을 조용히 후 원한 일화는 나중에 밝혀져 익히 알고 있다. 특히 시인이자 화가이고 영 화감독이었던 장 콕토의 알코올 중독 치료비를 부담하고, 스트라빈스 키가 <봄의 제전>을 작곡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와 아 티스트들의 관계를 요즘 방식으로 말하자면, 서로에게 예술적 영감이 되었던 친구이자 공동체, 갱, 혹은 크루였던 것. 시작부터 장 콕토의 이 야기를 풀어놓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5월 5일 한국 시간으로 낮 1시 에 공개된 샤넬의 2021/2022 크루즈 컬렉션이 열린 장소가 바로 프랑 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자 카리에르 드 뤼미에르, 즉 빛의 채석장 으로 불리는 레 보드 프로방스였기 때문이다. 

이번 쇼는 장 콕토 감독의 <오르페우스의 유언>이 촬영된 채석장에서 이루어졌고, 영화 속의 극적인 흑백 톤을 구현해냈다.

이번 쇼는 장 콕토 감독의 <오르페우스의 유언>이 촬영된 채석장에서 이루어졌고, 영화 속의 극적인 흑백 톤을 구현해냈다.

이번 쇼는 장 콕토 감독의 <오르페우스의 유언>이 촬영된 채석장에서 이루어졌고, 영화 속의 극적인 흑백 톤을 구현해냈다.

얼마 전 복원된 샤넬의 캉봉가 31번지 아파트에서 사진가 이네즈 비누드가 촬영한 룩 사진. 이 곳은 장 콕토와 같은 샤넬의 예술가 친구들이 자주 만났던 곳이다

얼마 전 복원된 샤넬의 캉봉가 31번지 아파트에서 사진가 이네즈 비누드가 촬영한 룩 사진. 이 곳은 장 콕토와 같은 샤넬의 예술가 친구들이 자주 만났던 곳이다

카리에르 드 뤼미에르는 장 콕토 감독의 영화 <오르페우스의 유언>의 배경이 된 곳이다. <오르페우스의 유언>은 60년대의 아방가르드 영화 로 책으로도 출판된 작품이다. 영화 속에선 아름답고 환상적인 흑백 이 미지로, 책으로는 의미심장하고 매혹적인 텍스트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이곳 프랑스 남부의 새하얀 채석장은 장 콕토의 실험적인 영화에서 극적이고 모던한 톤앤매너를 형성하는 중요한 장치였다. 샤넬의 크리에이 티브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가 이번 크루즈 컬렉션을 구상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그 덕분이라 말한다. “가브리엘 샤넬은 콕토와 가까운 사이였고, 그녀는 영화 <오르페우스의 유언>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검은 말의 머리를 한 사람이 빛의 채석장으로 내려올 때 그 실루엣이 새하얀 벽 과 대비를 이루는 장면을 특히 좋아했죠.” 콕토의 영화에서처럼 이번 크루즈 쇼는 색채가 배제 되고 절제된 검정과 화이트가 주를 이뤘다. “콕토의 영화에 녹아 있는 단순함, 정밀함, 시적 요 소를 담은 정갈한 컬렉션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밝은 화이트와 짙은 블랙으로 이루어진 명백한 투톤을 적용했죠.” 버지니의 말처럼 그녀는 이번 크루즈 컬렉션에서 화이트 롱 셔츠 드레스와 블랙 케이프, 그리고 럭키 참으로 수놓은 화이트 트위드 재킷과 블랙 벨벳, 그리고 레더 드레스가 보여주는 대비를 통해 콕토와 샤넬이 사랑했던 ‘빛’의 세계를 구현했다. 그뿐 아니라 콕토 영화에 담긴 극도의 모던함과 정갈함을 반영하면서도 그와 상반된 이미지인 록(Rock)적인 요소도 넣어 재미를 주었는데, 그 방식은 쇼를 보는 내내 곳곳에 숨겨져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트위드 끝에 잔뜩 넣은 프린지, 가죽과 비즈, 시퀸 장식을 활용해 화려한 무드를 입혔고, 매 착장마다 그물 스타킹을 매치하고, 트위드 재킷의 버튼 중 위 두 개만 채움으로써 그 안에서 나오는 반항적인 애티튜드를 제안한 것, 로큰롤 무드를 위해 앞코가 뾰족한 메리제인 슈즈를 선택한 점 등 다양한 요소가 모여 버지니만의 신선한 레이디라이크 펑크 모던 룩을 완성했다. 티셔츠에 프린트한 모델 롤라 니콘(Lola Nicon)의 얼굴을 록스타처럼 그려 넣은 것 또한 그녀의 재치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특히 입술에 장식한 샤넬 로고 장식 입술 커프, 초커 목걸이와 직주 목걸이를 레이어드하고, 펑크와 걸리시한 헤어밴드의 역설적 매치는 Z세대들이 열광할 만한 요소다. 로큰롤 무드가 이토록 우아할 수 있을까! 이토록 젊고 신선하며 섬세할 수 있을까? 이번 크루즈 룩에서는 새로운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방식과 기존의 우아함과 모던함을 지키는 방식이 모두 담겨 있었다. 이렇게 샤넬은 새로운 해석을 통해 ‘록적인 것’에 대한 변화한 시대 정신을 우아하면서 현대적으로 제안했다. 

화이트와 짙은 블랙으로 이루어진 이번 쇼의 룩들.

화이트와 짙은 블랙으로 이루어진 이번 쇼의 룩들.

화이트와 짙은 블랙으로 이루어진 이번 쇼의 룩들.

이번 쇼에서는 록적인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 다양한 주얼리 레이어링 법을 소개했다. 백스테이지에서 마지막 터치를 더하는 모습.

이번 쇼에서는 록적인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 다양한 주얼리 레이어링 법을 소개했다. 백스테이지에서 마지막 터치를 더하는 모습.

이번 쇼에서는 록적인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 다양한 주얼리 레이어링 법을 소개했다. 백스테이지에서 마지막 터치를 더하는 모습.

이번 쇼에서는 록적인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 다양한 주얼리 레이어링 법을 소개했다. 백스테이지에서 마지막 터치를 더하는 모습.

입술에 장식한 로고 입술 커프는 이번 시즌 록킹한 무드를 보여주기 위한 키포인트였다.

앞코가 뾰족한 메탈 투톤 슈즈 역시 샤넬식의 모던 록 레이디를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

이번 크루즈 쇼를 기념하며 세바스티앙 텔리에, 바네사 파라디, 샤를로트 카시라기, 줄리에트 아르마네, 앙젤 등 샤넬의 뮤지션 친구들이 특별한 공연을 펼쳤다.

이번 크루즈 쇼를 기념하며 세바스티앙 텔리에, 바네사 파라디, 샤를로트 카시라기, 줄리에트 아르마네, 앙젤 등 샤넬의 뮤지션 친구들이 특별한 공연을 펼쳤다.

이번 크루즈 쇼를 기념하며 세바스티앙 텔리에, 바네사 파라디, 샤를로트 카시라기, 줄리에트 아르마네, 앙젤 등 샤넬의 뮤지션 친구들이 특별한 공연을 펼쳤다.

이번 크루즈 쇼를 기념하며 세바스티앙 텔리에, 바네사 파라디, 샤를로트 카시라기, 줄리에트 아르마네, 앙젤 등 샤넬의 뮤지션 친구들이 특별한 공연을 펼쳤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컬렉션을 보여주는 방식이 몇 시즌째 이어지고 있지만, 샤넬이 런웨이를 보여주는 방식은 예전 오프라인 쇼처럼 똑같이 설레고, 기대가 되는 게 사실이다. 특히 이번 크루즈 컬렉션을 공개하면서 그들은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는데, 가브리엘 샤넬이 그랬듯 아티스트 친구들을 불러모아 그들만의 어울림을 아름다운 하모니로 보여주었다. 뮤지션이자 샤넬의 프렌즈인 세바스티앙 텔리에(Sébastien Tellier), 바네사 파라디(Vanessa Paradis), 샤를로트 카시라기(Charlotte Casiraghi), 줄리에트 아르마네(Juliette Armanet), 그리고 앙젤(Angèle)이 함께 음악을 들려주면서 말이다. 햇살 가득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아름다운 연주와 목소리를 들려준 친구들의 모습은 마치 가브리엘 샤넬이 살던 시절, 예술가 친구들과 함께 음악을 즐기고, 예술을 논하던 모습이 겹쳐졌다. 지금도 그때처럼 샤넬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예술가들의 시너지를, 그들의 우정을 확인한다. “궁극적으로 샤넬이 행했던 이런 우정을 통해 가브리엘 샤넬이라는 여성을 더욱 사랑하게 됩니다. 우리는 그녀의 인생을 통해 그만큼이나 뛰어난 인물들에게 다가갈 기회를 얻습니다.” 버지니의 말처럼 우리는 이번에도 샤넬을 통해 새로운 인물들에게 한발 다가갔다.

블랙과 화이트 투톤과 록적인 요소를 가미한 2021/2022 샤넬 크루즈 컬렉션의 키룩.

블랙과 화이트 투톤과 록적인 요소를 가미한 2021/2022 샤넬 크루즈 컬렉션의 키룩.

블랙과 화이트 투톤과 록적인 요소를 가미한 2021/2022 샤넬 크루즈 컬렉션의 키룩.

럭키 참 장식, 가죽과 비즈, 시퀸 장식을 활용해 록적인 동시에 쿠튀르 터치를 더한 이번 시즌

럭키 참 장식, 가죽과 비즈, 시퀸 장식을 활용해 록적인 동시에 쿠튀르 터치를 더한 이번 시즌

럭키 참 장식, 가죽과 비즈, 시퀸 장식을 활용해 록적인 동시에 쿠튀르 터치를 더한 이번 시즌

패션 에디터
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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