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별로 안 먹고 지나칠 수 없는 소울 푸드가 있기 마련이다.
을밀대 평양 냉면
평양 냉면의 맛을 몰랐던 스무살의 어느 여름, 지인이 데려갔던 을밀대는 내게 충격 그 자체였다. 매콤달콤한 함흥 냉면에 길들여진 나에게 을밀대의 평양 냉면은 이게 대체 무슨 맛인지 의문을 들게 했다. 그러나 ‘집에 가면 생각날거야’ 했던 지인의 말대로 나는 곧 생각났고, 그 해 여름 내내 드나 들었던 추억이 있다. 아마도 그때부터 였던 것 같다. 을밀대의 평양 냉면과 고소한 녹두전을 먹어야 비로소 나의 여름이 시작되는 것은. _장정진(프리랜스 에디터)
화이트 와인
잎이 초록으로 옷을 바꿔 입으면 시작되는 테라스의 계절. 딱 적당한 온도와 바람을 느끼며 테라스에 앉으면 화이트 와인이 빠질 수 없다. 찰랑이는 얼음에 잠시 두어 시원해진 화이트 와인을 벌컥 벌컥 들이키면 하루의 피로나 잡념이 사라지는 효과가 있다. 화이트 와인의 가격은 상관 없다. 가성비가 좋을수록 좋다는 주의다. 물 대신 벌컥 벌컥 마실 수 있어야 하니까. _이아름(디지털 에디터)
외할머니의 닭곰탕
한여름에 시골집에 가면 외할머니는 어디선가 토종닭 한 마리를 사 오셨다. 그리고 마늘 한 움큼 솥에 함께 넣어 푹 끓이셨다. 마치 곰탕처럼 뽀얗게 우려진 육수에는 면 보자기에 따로 곱게 꽁꽁 싸매어 익혀낸 찹쌀밥이 별미였다. 별다를 비법 없어 보이는 투박한 닭곰탕은 더운 열기로 가득한 외할머니의 주방에서 완성된다. 외할머니는 잘 삶아진 닭고기를 손으로 하나하나 찢어 내 그릇에 잔뜩 올려주셨다. 나는 여기에 대파와 찹쌀밥도 함께 말아 송골송골 땀이 맺히도록 시원하게 한 그릇을 비워내곤 했다. 외할머니의 닭곰탕은 이제 다시는 먹을 수 없지만 덥고 지치는 여름이 찾아오면 그때 할머니 닭곰탕이 진짜 맛있었노라며 엄마와 추억 삼아 함께 닭곰탕을 끓여낸다. _이한나(PR 에이전시 대표)
수박
어릴 때부터 수박이 그렇게 좋았다. 녹색에 줄무니가 있는 화려한 좋고 속이 먹음직스럽게 빨간 것도 좋았다. 베어 물면 적당히 아삭한 식감에 입안 가득 달고 시원한 과즙이 고이는 것까지 완벽했다. 성인이 되어서는 한 덩이 수박을 더욱 애정하게 됐다. 1인 가구 살림에 한 덩이 수박은 너무 부담스러우니까 속까지 잘 익은 수박을 가른다는 것은 가족이 모였다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되었으니까. 여름이 올 때 까지 일년 내내 수박을 그리워하는 이유란 그런 것일지 모르겠다. _남미영(디지털 에디터)
- 프리랜스 에디터
- 장정진
- 사진
- Instagram @cup.noodles_ @dolfarmer_offi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