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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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식 카무플라주 패션의 귀환.

2000년대 초반을 떠올려보면 패션계는 혼란스러운 비무장지대나 다름없었다. 드레스에 청바지를 매치하던 때가 기억나나? 혹은 쥬시꾸뛰르 스웨트셔츠가 럭셔리로 여겨지던 때? Y2K 스타일을 복기해보면, 모든 곳에 카무플라주 프린트가 넘쳐흘렀다. 제니퍼 로페즈, 퍼기, 데스티니스 차일드 같은 팝의 여왕들이 시상식이나 뮤직비디오에서 커다란 포켓이 달린 카고 팬츠와 카무플라주 가운을 입고 나오던 모습은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이 위장 프린트는 2021년까지도 살아남아 킴 카다시안 같은 리얼리티 스타의 옷장과 런웨이를 점령했다. 발렌시아가의 쿨한 오버사이즈 셔츠, 셀린느의 버킷햇, 아노락 톱, 카키색을 주요 팔레트로 삼는 사카이 등에서도 수시로 목격됐고 말이다. 바이러스로부터 서바이벌이 필요한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게 아닐까.

패션 에디터
이예지
아트워크
허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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