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에 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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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패션의 지각변동에 대처하는 가장 흥미로운 자세를 보여주는 써네이(Sunnei)의 로리스 메시나와 시모네 리초. 새로운 패러다임의 파고를 능숙하게 즐기는 서퍼처럼, 명쾌하게 자신의 비전을 입증하는 이들과 나눈 인터뷰.

서로 다른 직업을 지닌 당신 둘이 의기투합해 패션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SUNNEI (Loris Messina & Simone Rizzo) 우리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추진력은 패션 사진과 홍보 및 바잉 분야에서 일한 경험의 결과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업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얻을 수 있었고, 우리의 비전이 기존의 패션 브랜드에 의해 전혀 해석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써네이를 설립할 때 우리는 이러한 새로움에 우리만의 특성과 가치가 있음을 깨달았다. 우리는 쇠퇴하는 트렌드와는 다른, 시대를 초월한 진실성을 바탕으로 한 크로스 미디어 접근법을 브랜드에 주입하고 있다.

써네이는 패션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그 지형도를 혁신해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다가온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써네이의 비전과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우리는 늘 ‘일상성’에 주목한다. 주변 친구들과 써네이 팀, 그리고 밀라노라는 도시와 매일매일의 일상적인 상황에서 영감을 얻는다. 오늘날의 특별한 상황이 그간 펼쳐온 여러 행사와 프로젝트가 더는 지속될 수 없음을 상기시켜주었다. 우리는 써네이가 지역사회와 연결되었던 일상의 소중한 순간이 얼마나 그리운지 깨달았다. 예를 들어 ‘비앙코 써네이(Bianco Sunnei)’ 이벤트로 진행된 저녁 식사, 밀라노의 써네이 매장에서 열린 플라워 아티스트 아나토미 플뢰르와의 협업, 패션위크 기간의 애프터쇼 파티 등 패션을 넘어 써네이의 정신을 공유했던 다양한 순간들 말이다.

지난해, 2021 S/S ‘써네이 캔버스(Sunnei Canvas)’ 컬렉션을 두 파트로 나눠 선보였다. 특히 ‘파트 1’은 디지털 테크닉을 활용한 버추얼 모델이 등장하는 신선한 형식을 차용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2020년에 우리는 브랜드의 정수를 서로 보완하는 두 파트를 통해 컬렉션을 진행했다. 우선 써네이 캔버스 파트 1을 통해 써네이의 디지털 소울을 형상화한 3D 아바타를 선보였다. 고객에게 브랜드의 기본적인 시그너처 아이템을 마치 캔버스처럼 화이트 버전으로 선보이고, 그 아이템에 컬러와 패턴 등을 넣어 스스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제공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한편 파트 2는 실험적인 아이템들로 구성해 실제 쇼를 통해 온라인으로 공개했다.

구매자가 직접 패브릭, 핏, 프린트, 컬러 등을 선택하는 ‘써네이 캔버스’의 방식이 매우 흥미롭다. 이 특별한 시스템은 기존의 쇼핑 방식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만하다. 그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시작되었나?

사실 ‘써네이 캔버스’는 꽤 오래전에 떠올린 아이디어다.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 기간에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구체화할 수 있었다. 지금이야말로 커스터마이징을 통한 새로운 가치를 나누는 시도를 통해 파트너십을 맺은 리테일러들에게 우리의 에너지를 주입할 적기라고 인식했다. 나아가 브랜드의 디지털 아이덴티티도 강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래서 작가들이 화이트 캔버스에서 시작해 작품을 만들어가듯이, 순백으로 이뤄진 여러 아이템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선택을 구매자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이번 S/S 컬렉션은 편안함과 실용성, 그리고 독창적인 위트가 고루 녹아들었다. 한마디로 일상적이지만 동시에 평범하지 않은 룩이 써네이를 대변하는 듯하다. 룩을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룩에 대한 아이디어 작업을 할 때, 우리는 브랜드의 미학과 태도를 반영한다. 그리고 특별한 이벤트뿐 아니라 일상적인 업무 시간에 이르기까지, 매일 벌어지는 온갖 상황에서 착용할 수 있는 룩을 고려한다.

귀고리를 비롯해 눈길을 끄는 액세서리도 써네이의 아이코닉 요소다. 2021 S/S 컬렉션에서 눈여겨볼 만한 액세서리를 소개해달라.

2021 S/S 컬렉션은 ‘Dreamy Shoes’와 ‘Rubberized Earring’과 같은 브랜드의 시그너처 액세서리에 대한 새로운 컬러 팔레트와 해석을 담았다. 나아가 ‘1000 Chiodi’ 슈즈처럼 완전히 새롭게 선보이는 아이템도 더했다.

최근 <W Korea>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개한 F/W 뉴 컬렉션을 담은 게임 형식이 흥미롭다. 마이크로 사이트(www.playsunnei.it)를 통해 만나볼 수 있는 이 콘텐츠는 패션의 영역을 확장하는 동시에 패션의 일방적인 소통을 벗어난다. 이 플랫폼을 창조한 계기는 무엇인가?

비디오 게임 포맷은 지난 몇 달 동안 패션계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우리는 이 아이디어를 끌어올려 어떤 의도도 없이 대담한 모험을 감행하기로 결정했다. 써네이 게임의 아바타는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와 일치하며, 그들의 외모가 새로운 컬렉션의 일부가 된다. 우리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브랜드의 크로스 미디어 태도를 반영한다. 이 게임은 가상현실과 신체적(물리적) 측면이 동시에 적용된다. 즉 직접 움직이며 가상 현실을 즐기는 방식인 것. 이러한 소통은 길거리 광고판뿐 아니라 소셜 미디어와 이벤트, 뉴스레터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당신들은 ‘I hate fashion’과 같은 도발적인 문구로 시선을 끌기도 했다. 그 문구가 함축하는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궁극적으로 써네이가 추구하는 패션의 새로운 가치와 신념에 대해 말해달라.

그 문구는 전통적인 특정 패턴과 업계의 진부한 모습으로부터 거리를 두겠다는 아이러니한 표현이었다. 써네이는 밀라노를 베이스로 한 시나리오, 즉 우리만의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해 설립되었다. “써네이는 우리가 믿지 않는, 저물어가는 트렌드나 시대에 뒤떨어진 패션 체계를 따르지 않는다”는 가치 말이다.

당신들이 소통하는 방식은 신선하며 매우 직관적이다. 컬렉션을 전개하며 써네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각의 요소가 있다면?

커뮤니케이션 작업뿐 아니라 컬렉션을 개발할 때도 항상 외적인 영향에서 벗어나 우리 자신에게 충실해지는 데 초점을 맞춘다.

2021년 써네이가 그리는 청사진에 대해 귀띔해달라.

최근 뱅가드 그룹의 써네이 인수로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고, 이를 기반으로 2021년 목표치를 재조정했다. 우리의 계획은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고, 써네이 컬렉션을 패션을 넘어서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는 동시에 우리의 브랜드팀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

패션 에디터
박연경
사진
COURTESY OF SUNN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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