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집콕 뷰티 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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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뷰티 월드에서 가장 창의적이라고 손꼽히는 이들이 자신의 얼굴에 작업한 사진을 보내왔다

새해, 새 출발. 시작이라는 설렘과 함께 코로나19 상황이 안정 국면으로 들어서지 않을까 기대했건만, 집에 머무는 나날은 여전하다. 넷플릭스와 유튜브도 지겨울 만큼 봤고, 뜨개질이나 비즈 공예로 취미부자가 되는데도 한계에 도달했다면 메이크업으로 기분 전환을 해보는 건 어떨지. “음악 감상보다 화장했을 때 여성의 기분이 훨씬 더 좋아졌어요. 메이크업은 여성의 자존감을 높여 삶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줍니다.” 로코 팔룸보(Rocco Palumbo) 하버드 의대 신경과학 박사는 <코젠트 사이콜로지(Cogent Psychology)>를 통해 화장의 심리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밝힌 바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침 화장이 잘 받으면 어쩐지 꽤 괜찮은 하루를 보낼 것만 같고, 미용실에서 드라이를 받은 날이면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아져 발걸음마저 가벼워지지 않나! 예뻐진 자신을 보면 뇌에서 쾌락 중추를 자극, 세로토닌과 도파민이 분비되고 긍정적인 감정이 생겨 더 자주, 많이 웃게 된다. 분장 수준의 과감한 메이크업이나 헤어로 다른 사람, 혹은 사람이 아닌 무언가가 되어봐도 좋다. 가상현실 필터를 통해 때론 동물로, 때론 과일로 얼굴을 바꿔주는 스노우 앱처럼 말이다. 성공하면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 잠시 현실을 잊게 해줄 것이고, 설령 망친다고 해도 낄낄거리며 박장대소하게 만들어줄 테니까. 여기, 내로라하는 뷰티 거장들이 집에서 실험한 셀피를 준비했다. 이에 아이디어를 얻어 화장도 하고, 가발도 써보자. 무채색의 시간을 다채롭게 만들어줄 무언가가 절실한 지금, 얼굴을 도화지 삼아 신나게 놀아보는 거다. 팍팍한 일상에 소소한 즐거움은 물론 적절한 심리 테라피 효과까지 선사할 테니!

가까운 모든 것이 곧 영감이다, 샘 맥나이트(Sam McKnight)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쇼트커트, 방금 자다 일어난 듯 부스스한 케이트 모스의 락시크 헤어, 긴머리를 드라마틱하게 휘날리는 레이디 가가의 앨범 커버까지. 유명 셀레브리티의 시그너처 스타일을 만든 런던의 헤어 스타일리스트 샘 맥나이트는 샤넬, 펜디, 버버리 등의 패션 하우스와 협업하며 65세를 넘긴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그는 지루함을 떨쳐내기 위해 가발 셀카를 찍기 시작했다. “빠르지 않으면 순간이 사라져버립니다. 연속성을 위해 늘 똑같은 무표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죠.” 앤디 워홀의 작업 스타일에 영감 받아 SNS에 업로드하는 이 비공식적인 작품은 값비싼 헤어 스타일링 제품이나 전문적인 기술로 탄생한 것이 아니다. “가방 바닥에 있는 낡은 가발, 쇼에서 방금 사용한 헤어피스, 오늘 아침 정원에서 가져온 신선한 달리아 등 모든 재료는 손 닿는 곳에 있습니다.”

전통적인 아름다움의 규범을 파괴하다, 이사마야 프렌치(Isamaya Ffrench)

런던에 거주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버버리 글로벌 뷰티 디렉터인 이사마야 프렌치는 아름답거나 섹시해 보이는 캐릭터를 만드는 데 관심이 없다. 버버리 캠페인의 반인반수, 바이레도 메이크업 라인의 외계인, 비비안 웨스트우드 2019 F/W 컬렉션의 피노키오 등 기상천외함으로 화제가 된 메이크업은 모두 그녀의 손에서 탄생했다. 유럽 기독교 사원에 장식된 괴물 조각상 가고일(Gargoyle)로 직접 변신한 마릴린 맨슨과의 사진도 마찬가지다. “아이러니와 유머 감각이 필요합니다.” 공연 메이크업에 관한 1980년대 책에서 영감 받은 다양한 자화상은 왁스, 라텍스, 접착제, 에어 브러시를 사용해 얼굴을 조각한 결과다. 얼굴의 구조를 바꿔버리는 극단적인 분장과는 별개로 그녀의 실제 일상은 가벼운 컨실러와 마스카라, 약간의 컬러 메이크업으로 최소화된다.

당장이라도 카피하고 싶은 웨어러블 메이크업, 루치아 피카(Lucia Pica)

갈색빛이 도는 붉은 벽돌색 아이섀도, 완벽한 날개를 단 윙 아이라인, 진홍색 매트 립…. 샤넬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메이크업 및 컬러 디자이너 루치아 피카는 평소 선호하는 런웨이와 캠페인 룩을 자신의 얼굴에 구현했다. 자연스럽고,  현대적이며, 프레시한 룩을 창조하는 자신의 재능을 고스란히 발휘한 셈이다. “1990년대를 회상하며 학교에 가기 위한 스쿨룩을 연출했어요. 토프 컬러 섀도, 블랙 아이래시, 브라운 립은 화창한 아침을 맞이하게 해주죠!” 그녀는 팬데믹 중에도 매일 화장을 한다고 고백했다. “요즘 우리 모두는 눈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 메이크업에 초점을 두었어요. 하지만 마스크로 감춰진 입술 위에 립스틱 바르는 것도 빼놓지 않죠. 좀 더 오래 지속되고 덜 번지는 텍스처를 선택하긴 하지만요!”

뷰티 에디터
천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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