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된 형태의 모자를 쓰고서.
팬데믹 사태가 전 세계를 휩쓴 후 런웨이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바이러스 감염을 의식한 디자이너들은 컬렉션을 발표하는 방식의 변화 외에도 얼굴 전면을 가리는 모자에 집중했다. 겐조 컬렉션은 챙이 넓은 플로피 햇에 망을 뒤집어씌워 몸까지 가릴 수 있는 모자를 선보였는데 벌의 습격을 피하기 위한 양봉 모자처럼 바이러스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어 보인다. 마린 세르와 빅토리아 토마스는 일상에서 쓸 수 있는 버킷햇과 야구모자에 투명한 보호막이나 샤 장식을 더해 바이러스 침입을 원천 차단했고, 마르지엘라와 톰 브라운 역시 시스루 소재의 원단으로 얼굴을 감쌌다. 릭 오웬스는 특유의 아방가르드 룩에 마스크와 모자를 더했다. 우울한 시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이 통한 걸까. 얼굴을 가리고, 덮고서 런웨이를 걸어 나왔지만 화사한 컬러가 주는 생동감은 산뜻하고 희망찬 봄을 예고하는 듯하다.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는 패션사에도 새로운 족적을 남겼지만 하루빨리 바이러스가 종식되어 이 새로운 모자를 아름답게만 바라볼 수 있는 날이 오길 고대한다.
- 패션 에디터
-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