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ft Power

W

포근한 질감, 모호한 경계, 날아갈 듯한 가벼움. 올봄 우리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컬러, 핑크가 전하는 부드러운 힘.

Love Me Tender

올봄 우리가 핑크를 거부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이보다 적절한 문장을 찾기란 어려울 것 같다. 핑크를 바르면 ‘기분이 조크든요’! 전세계가 코로나19로 어렵게 보낸 지난 한 해, 디자이너들과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어떻게든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컬러를 찾았고, 샤넬, 릭 오웬스, 블루마린 등의 쇼에서는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솜사탕 핑크부터 인형 놀이에 쓰일 법한 돌(Dolly) 핑크까지, 다채롭고 ‘예쁜’ 핑크가 속속 등장했다. 컬러도 컬러지만 더 주목해야 할 것은 텍스처. 벨벳, 스웨이드를 연상시키는 포근하면서 매트한 텍스처의 핑크는 연기가 얼굴을 살짝 스치고 지나간 듯 가볍고 경계 없이 표현됐다. 이는 최근 파우더 성분의 진화에 힘입어 바가 큰데, 예전에는 ‘매트=건조함’이 당연했지만 사용감이 크게 개선되면서 ‘겉바속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체에 거른 가루를 살포시 얹은 듯 벨벳 같은 질감은 살리면서도 피부를 답답하게 덮지 않고, 투명한 발색에 뭉침 없이 자연스러운 블렌딩까지 가능해졌으니, 이 정도면 아티스트들의 편애를 받을 만하지 않은가?

이토록 인간적인 핑크

2021 S/S 맥 트렌드 리포트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 파티마 토머스(Fatima Thomas)는 최근의 트렌드를 ‘휴머니티(Humanity)’로 요약했다. 기존 메이크업이 정확성과 완벽함을 추구했다면, 이제 보다 인간적인 메이크업이 대세라는 것. 프로의 범접할 수 없는 정교한 테크닉을 모방하기보다는 손으로 쓱쓱 자연스럽게 연출하는 게 훨씬 모던해 보인다는 얘기다. 이때 가장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소프트한 핑크이기도 하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스티비 후인(Stevie Huynh)이 ‘숨 쉬는 컬러들’이라고 지칭한, 섀도, 립스틱의 가벼운 입자는 경계 없이 모호하고 흩어지게 표현되었고, 립 라이너조차 빈틈없이 또렷한 형태로 사용되지 않았다. “이제 메이크업을 하는 데 있어 완벽함보다 중요한 건 태도예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테리 바버의 조언처럼, 메이크업을 하는 목적을 수정할 때가 되었다. 초췌한 피부를 감추고자, 주변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기분을 좋게 하려고,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려고 메이크업해라. 그 결과는 같을지도 모르겠지만.

숨 쉬는 핑크

솜사탕처럼 가볍게 발리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짓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핑크 메이크업 아이템.

1. Dior 스틱 글로우 – 퓨어 글로우 컬렉션 리미티드 에디션(핑크 글로우) 밤 타입으로 피부에 녹아들 듯 밀착돼 얼굴에 아름다운 생기와 광채를 드리운다. 8g, 56천원대.

2. Byredo 컬러 스틱(플라워 플레이) 핑크를 투명하고 가볍게 표현해주는 멀티 스틱. 립, 치크 등 어디든 자신이 원하는 부위에 쓱쓱 발라 사용하면 된다. 3.5g, 4만9천원.

3. Chanel 르 베르니(빵세) 카멜리아의 부드러운 꽃잎에서 영감 받은 피치 핑크 네일. 13ml, 3만6천원.

4. Mac 파우더 키스 아이섀도우(펠트 큐트) 블러링 매트의 독보적인 질감을 자랑하는 파우더 키스. 로맨틱한 더스티 핑크 컬러로 눈매에 얇게 밀착된다. 1.5g, 3만2천원대.

5. Nars 어데이셔스 쉬어 매트 립스틱(이자벨)  반투명하게 물들며 블러 처리한 듯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립스틱. 실키하게 발리고, 건조함 없는 편안한 사용감이 장점. 여러 번 덧발라도 뭉침이 없다. 3.5g, 4만1천원대.

6. Tom Ford Beauty 로즈 프릭 립 컬러(투 다이 포) 우아한 야생 장미 향의 ‘로즈 프릭’ 향수가 메이크업 컬렉션으로 한정 출시된다. 고발색 피그먼트가 입술에 파우더리하게 밀착되고, 선명한 컬러가 오래 지속된다. 3.3g, 6만4천원.

7. Huda Beauty 파스텔 옵세션즈(로즈)  여리디여린 꽃잎 색상을 담은 파스텔 아이섀도 팔레트. 발레 핑크와 복숭아가 연상되는 매트 컬러, 햇살의 반짝임을 담은 시머가 함께 구성됐다. 1.1gx9, 4만3천원.

뷰티 에디터
이현정
포토그래퍼
고원태
모델
장해민
스타일링
임지윤
헤어
안미연
메이크업
오가영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