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퇴적층을 담아내는 집요한 채집가, 건축 사진가 최용준은 전시 <올림픽 이펙트: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혼재한 서울의 얼굴을 보여준다.
오는 4월 1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진행되는 기획전 <올림픽 이펙트: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에 참가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최용준 이번 전시에선 88서울올림픽 개최를 기점으로 탄생한 건축적 사건과 디자인적 사물을 재조명한다. 미술관 측에서 당대의 기록과 사물을 아카이빙하는 것과 동시에 현재 남아 있는 흔적을 재해석한 장면을 병치하길 원했는데, 평소 전 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건축 사진을 담아온 내 작업이 그 선상에 있어 참가 제안을 받았다.
88서울올림픽 전후 등장한 고층 빌딩 사이엔 어떤 공통된 층위가 있다고 느끼나?
당대 건축물에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은 사실 적다. 지금은 각각의 지역에서 단지 오래된 건물로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의 건축물과 도시를 꿈꾸었던 건축가와 도시 개발자들의 열정, 욕망이 공통적으로 담겼다고 생각한다.
출품작 가운데 이번 전시의 포스터로도 활용된 사진 ‘37°31’17.2N 126°57’29.1E’(2020)에 대해 소개해줄 수 있나?
사진에 등장하는 63빌딩은 1985년에 완공된 당시 한국 최고층 빌딩이자, 한강의 랜드마크 역할을 한 건물이었다. 63빌딩과 한강철교, 한강에서 레저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 장면에 담겨 있는 모습이 올림픽 이후 변화한 서울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대변하는 듯해 포스터 이미지로 선정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2019년 발행한 첫 사진책 <Location>을 통해선 동아시아에서 채집한 다양한 지형, 건축 등을 소개했다. 당신이 느끼기에 다른 아시아 지역과 달리 한국에서 탄생한 건축에는 어떤 특징이 담겨 있다고 보나?
한국, 특히 서울은 수십 년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 도시의 면모가 만들어졌다. 그러다 보니 무계획적인 배열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양식의 건물들로 가득 찬 기묘한 도시가 되었다. 하지만 이 또한 서울의 매력이고, 사진가로서 해석할 여지는 무궁무진하다고 느낀다.
한 장의 사진을 구상하고 완성하기까지의 작업 과정을 소개해줄 수 있나?
특정한 주제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어떻게 도시를 보는가, 어디에서 보는가, 그러한 뷰를 어떻게 찾는지가 중요한 작업의 요소다. 내 경우에는 구글 어스를 비롯해 여러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3D 지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로케이션 헌팅을 하는데, 이를 통해 고도나 앵글의 제한 없이 도시를 조망하면서 기존에 보지 못한 장면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 촬영 가능한 지점을 확보해서 스크린 샷을 뜨고, 지도로 미리 살펴본 그 현장에서 다시 사진으로 촬영하는 방식을 이어오고 있다.
앞으로 담아보고 싶은 건축물이 있는가?
평양의 건축물을 꼭 담아보고 싶다.
건축이 아니더라도 최근 작업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들이 있는가?
식물과 숲.
- 피처 에디터
- 전여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