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한국 영화 상륙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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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콘텐츠의 경계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때, 극장과 OTT 플랫폼을 둘러싼 2021년의 사정.

‘영화 산업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영화관이 무너지면 영화 산업이 붕괴되는 도미노 현상을 막을 수 없다. 대규모 제작비를 들인 텐트폴 영화의 책무는 바로 한국 영화 산업을 구하는 것이다.’ 각 분야 전문가 60명을 리서치한 <더블유> 2020년 6월호의 기획 ‘The Next Big Thing’에서 한 영화 평론가가 했던 말이다. ‘텐트폴 영화’란 땅 한가운데 꽂힌 깃발처럼 기준점이 되는 작품을 말한다. 그 대작들이 한 해 많은 작품의 개봉 일정에 영향을 미친다. 작년 상반기부터 ‘출격할 준비를 마쳤다’고 언론에 소개된 기대작들은 아직 극장으로 향하지 못했다. 그중 하나인 <승리호>는 2월 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제작사가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일 것이다.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 윤제균 감독의 <영웅>, 2020년 연말에 개봉하려 했던 이용주 감독의 <서복>은 모두 2021년의 타이밍을 모색해야 한다. 만우절 거짓말 같은 출연진 목록(송강호, 전도연, 이병헌, 김남길, 임시완 등)을 갖춘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 김태용 감독과 탕웨이 커플이 오랜만에 작업한 <원더랜드>, 충무로에서 몇 년 동안 기대작으로 회자된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역시 2021년에는 극장에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작년 겨울이 되기 전 촬영에 들어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지금 이야기하는 건 너무 이를 것이다.

그사이 OTT는 날개를 달았다. 정우성이 제작에 참여하고 공유와 배두나가 출연하는 <고요의 바다>, 정해인과 손석구가 출연하는 <D.P>, 이정재가 출연하는 <오징어 게임>은 모두 영화 감독들이 연출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이제 작품 라인업이 아니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의 이름을 읊기만 해도 벅차다. 넷플릭스, 왓챠, 카카오TV, Wavve, 시즌, 쿠팡플레이 등이 콘텐츠 경쟁을 벌이는 한국에 2021년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까지 진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김지운 감독은 애플TV와 <미스터 로빈>을 준비 중이다. 그러니까 어떤 ‘영화’는 잠시 갈 곳을 잃었는데, ‘영화 같은 드라마’에 영화인들이 모여든다. 극장가는 예전과 달라졌지만, 어딘가에선 발 빠른 변화와 모색이 이뤄진다. 집집마다 빠른 속도의 광랜이 깔려 있는 IT 강국인 한국은 OTT에 좋은 서식지다. 어느 시점부터는 ‘영화 산업’이 아니라 ‘충무로 산업’이라는 용어만 쓸지도 모르겠다. 할리우드에서는 최근 드니 빌뇌브 감독이 제작사 워너브라더스에 ‘불편함’을 드러내는 인터뷰를 했다. 자신의 SF 영화 <듄>을 스트리밍 플랫폼 HBO 맥스에서 개봉시키려는 처사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비디오가 생겼을 때 ‘사람들이 이제 극장에 가지 않을 것이다’라는 예견이 있었지만, 극장은 여전히 그 가치를 지켰다. 더 이상 극장가에 기댈 수만은 없는 한국 영화는 그 어디로든 무사히 상륙할 수 있을까?

피처 에디터
권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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