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운동한다, 오늘 하루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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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하고 답답한 일상. 달라진 언택트 시대에 각자의 방식대로 즐기는 ‘#오하운(오늘 하루 운동)’이 붐이다. 고민은 건강만 늦출 뿐. 매일 조금씩 꾸준히, 혼자 운동하라.

‘실장님은 또 등산을 가셨네’. ‘이렇게 추운데 서핑이야?’ 요즘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면 모두가 산으로, 들로, 바다로 뛰쳐나간 듯 보인다. 좋아요 하트를 누르고, 댓글을 적으며 생각했다. ‘아, 나가고 싶다. 격하게 나가고 싶어.’

요가 2년, 크로스핏 3개월. 일주일에 고작 두 번이지만 운동을 쉰 적은 없었다. 문제는 코로나19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실내 체육시설의 운영이 단축, 임시 중단된 것. 집 앞에서 동네 어르신들이 운동하던 ‘공스장(공원 헬스장)’마저 강력 사건의 현장마냥 출입금지 테이프가 둘러졌다.

“등산은 안 해?” 댓글을 본 메이크업 아티스트 류현정이 DM을 보내왔다. 산과는 도통 친분이 없다는 답신과 함께 무엇이 그토록 좋은지 물었다. “다니던 무용 학원들이 자꾸 휴업해 영 답답했거든. 탁 트인 공간과 맑은 공기, 아름다운 자연까지 그야말로 오아시스야! 복장, 장비, 시간까지 대단한 작정을 하고 멀리 가야 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 가까운 둘레길은 반나절이면 충분하거든.” 오고 가는 손가락 대화 속에서 사람들이 진짜 좋아하는 것을 말할 때의 반짝이는 눈빛이 느껴졌다.

배우 이시영도 유튜브 채널 ‘이시영의 땀티(땀나는 티셔츠)’를 오픈했다. 관악산, 북악산, 내장산 등을 오르내리며 최적의 등산 코스, 길을 헤매지 않게 나무에 띠를 두르는 방법 등 ‘등린이’를 위한 팁을 쏟아낸다.

러닝 전도사 안정은은 또 어떤가?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으로 매일 울던 시절, 달리기로 이를 극복했어요. 테니스나 복싱은 함께하는 메이트, 시간 약속, 장소를 정해야 하지만 러닝은 언제 어디서든 혼자 할 수 있답니다.”

하루 5분이면 충분하다니 코로나19 탓에 운동 못한다는 말은 입밖으로 꺼낼 수 없을 지경이다.

비가 와도 집 밖을 나선다는 더존한방병원 이상훈 원장도 ‘#오하운’을 설파하기는 마찬가지. “평소 손발이 차서 괴로워하던데, 사이클링으로 기초 체력과 근력을 높이는 건 어때요? 매년 이맘때쯤이면 오한과 감기 증상으로 난로를 틀어놔야 했는데 하루 30분씩 사이클을 타고 냉증이 사라졌거든요. 걷기도 좋아요. 덕분에 척추가 반듯해지고 복잡한 머릿속 생각이 정리돼 행복 지수도 높아졌죠.” 운동을 하면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과 도파민, 엔도르핀이 생성돼 무기력감과 우울감이 완화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더욱이 근육에서 분비되는 ‘이리신’이라는 호르몬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억제한다는 논문까지 발표됐으니 더는 움직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빽빽한 빌딩숲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물을 찾는 이도 있다. 주로 해외에서 서핑을 한 헤어 스타일리스트 임안나는 양양과 제주도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세트 스타일리스트 박주영은 서울 근교의 다이빙 풀장으로 장소를 옮겼다. 해외여행의 일환으로 단기간에 집중했던 워터 스포츠를 국내에서 더 자주 접하게 된 것이다. 컨디션 관리를 위해 과음, 과로를 자제하며 자연스레 생활 패턴도 바뀌었다니 바람직한 라이프스타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마스크를 착용한 채 타인과 거리를 두고 운동한다고 해도 결국은 코로나19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이럴 땐 집구석 운동이 정답. 하지만 홈 트레이닝에도 적은 있다. 바로 의지다. ‘혼밥’ ’혼술’ ‘혼영’ 등 혼자 하는 모든 것에 취미가 없는 에디터에게도 홈트는 의지박약으로 다가온다.

“일단 유튜브부터 켜길! 같이하는 느낌이 들고, 한번 따라 하기 시작하면 중간에 딴 길로 새는 걸 예방할 수 있죠. 목표 개수를 설정해두는 건 어때요? 이번 주는 100개씩, 다음 주는 200개씩. 조금씩 꾸준히 하면 활기차고 개운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거예요!” <콩필라테스 제로 홈트>의 저자 김은지 강사의 조언이다.

SNS 인증도 탁월한 운동 수단이다. 운동했음을 증명하는 기록, 타인의 칭찬과 인정은 충분한 자극이자 동기가 되기 때문이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김난도도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1>을 통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커진 건강과 면역력에의 관심, 자기 관리에 투철한 MZ 세대의 특성, 관련 기기와 플랫폼 시장의 성장 등 복합적인 원인이 지금의 운동 열풍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집에서 운동하면 워밍업을 간과하기 쉽죠. 날씨가 추워진 만큼 운동 전 스트레칭 시간을 늘려주세요.” 충분한 몸 풀기는 부상을 예방하는 지름길! 혼자 다치면 답도 없다는 홈필라테스 마니아이자 모델 청솔의 주의도 잊지 말자.

며칠 전 쓰레기를 주우며 달리는 플로깅 커뮤니티 와이퍼스(@wiper.th)의 오픈 채팅방에 숨어들었다. 285명의 낯선 이들로 가득한 온라인 공간에서 아직은 ‘눈팅’만 하는 유령 회원이지만 언젠가는 용기를 내 동참하려 한다. 혹시 아나, 지구를 닦는 발걸음이 유의미한 변화를 좇는 에디터를 사부작사부작 걷고 또 뛰게 할지! 운동이 일상이고 일상이 운동인 생활 밀착형 운동 시대. 거창할 것도, 어려울 것도 없다. 이토록 평범한 ‘혼자 운동’으로 몸과 마음, 세상이 건강해지길 응원한다.

뷰티 에디터
천나리
사진
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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