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도 좋아! 호캉스도 좋아! 여행도 좋아! 어떤 방식으로든 리프레시할 준비가 된 더블유 패션 에디터들의 홀리데이 계획서.
못 잊어, 다시 남해로!
남해는 통영, 여수, 거제 같은 남쪽의 다른 도시와는 여러모로 다르다. 각기 개성 있는 작고 귀여운 마을이 드문드문 자리 잡고 있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이번 연말 휴가는 몇 달 전 주말을 이용해 다녀온 짧은 남해 여행의 아쉬움을 달랠 예정이다. 계획 없이 떠난 지난 여행과 달리 본격적으로 장비를 챙겨서 말이다. 숙소 앞 나만의 바닷가에서 매일 앉고, 누워 있을 수 있는 안락한 캠핑 의자와 푹신한 돗자리, 야외에서 영화와 음악을 무한대로 즐기게 해줄 공업용 배터리, 뜨끈한 커피를 충분히 담아둘 큼직한 텀블러, 그리고 추운 바닷바람을 이겨내야 하니 예쁘고 따뜻한 패딩 재킷까지. 어떤 날은 원효대사가 수행했다는 보리암에서 산행과 일출을 즐기고, 정착지인 작은 어촌에서 미켈란젤로의 그림 같은 비현실적인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 멍’을 때리고, 그러다 문득 자본주의적 삶이 그리울 때면 젊은 남해인들이 창업한 힙한 카페와 책방, 기념품 가게로 훌쩍 마실을 다녀오는 것. 속세를 떠났지만, 완벽히 떠나지 못해 현실을 떠돌며 하이에나같이 무언가를 찾고자 하는 그런 여행. – 패션 에디터 김신
동쪽 바다로
강릉에는 좋은 기억이 있다. 첫 기억은 20대 초반. 국내 여행을 하던 시절의 마지막 목적지였는데, 직전의 여행지에서 지갑을 잃어버렸음에도 그걸 잊을 만큼 좋았다. 그 뒤로도 종종 짧은 1박 여행이 간절할 때마다 동쪽의 바다를 찾곤 했다. 같은 숙소에 머물고, 같은 카페를 방문하며 형성된 일련의 루틴이 주는 그 익숙함도 참 좋았다. 익숙함이 지겨움으로 바뀔 즈음엔 다른 도시가 강릉을 대신했고, 마지막으로 다녀온 게 2년 전이다. 올해 연말은 그 익숙함을 찾아 그곳에 갈 거다. 왜 생각하기도 싫을 때가 있지 않나. 강릉에 간다면 새로운 목적지를 찾기보다는 ‘온 힘을 다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보송보송한 호텔 침구에 폭 안겨서 천장만 보고 있어도 행복할 테니. 그러다 호텔에서의 시간이 지겨워지면 사연 많은 사람처럼 긴 코트 자락 휘날리며 바닷가를 걸을 테다. – 패션 에디터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