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에 관한 세 가지 시선

트로트가 왜 이토록 기세등등한지 아직도 의아한 당신에게 바친다. ‘우리 안의 뽕끼’ 정도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이 신드롬을, 오해로 바라봤던 이 장르를 다각도로 들여다보니 머리가 개운해질 정도다.

다 같아 보여도 저마다 다른

누군가는 트로트라는 장르에서 미학적 가치를 찾을 수 없다고 했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이 장르의 음악을 좋아하는 걸 넘어서 사랑하는 듯하다. 트로트가 음악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준 것도 사실이다. 음악 외적인 측면에서 생겨나는 여러 지표가 그것을 증명하나, 음악만 놓고 보더라도 김호중의 앨범 판매량은 50만 장을 넘어섰다. 각종 차트 안에 트로트 음악이 자리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호불호를 떠나, 이미 우리 앞에 출현한 현상이기도 하다.

그 현상 안에는 10대부터 70대까지의 사람들이 있다. 서로 으르렁거리던 세대가 함께 즐길 거리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놀랍지만, 그 시간 차를 관통하는 음악이 생겨났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임영웅 덕분에 중장년층이 인디 그룹 스탠딩 에그의 ‘오래된 노래’를 듣고, ZM세대는 한국을 대표한 블루스 기타리스트 김목경이 쓰고 김광석이 불러 알려진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와 같은 곡을 들으니 이 자체만으로도 기적적인 일 아닐까 싶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컬트적 인기를 얻고 있는 22세 가수 조명섭은 1947년 현인이 처음 선보인 ‘신라의 달밤’을 부른다. 14세 정동원이 <미스터트롯> 경연에서 부른 곡은 1960년대에 배호가 부른 ‘누가 울어’다. 임영웅이 경연에서 부른 노래 또한 1969년 가수 도성이 취입한 ‘배신자’다. 해방 직후의 노래부터 2020년의 신곡까지 다양한 노래를 같은 곳에서, 같은 장르의 가수가 부르고 그것을 여러 세대가 즐긴다.

이렇게 여러 시대의 노래가 동시에, 한꺼번에 들리고 많은 세대를 아우르는 것은 그 수많은 트로트 곡이 어느 정도 비슷한 결을 지니고 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 곡이 그 곡’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트로트라는 한 이름으로 묶여도 그 안을 자세히 보면 저마다 확실한 스타일이 있다. 1974년 남진이 발표한 ‘그대여 변치 마오’는 훵크의 서브 장르 중 하나인 고고 계열의 곡이고,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길옥윤이 작곡한 1978년 세샘트리오의 곡 ‘나성에 가면’은 라틴 음악에 가까우며, 나미의 ‘빙글빙글’은 신스팝이다. 최근에 발표된 곡 중에서도 임영웅이 부른 ‘이제 나만 믿어요’는 발라드에 가깝고, 적은 악기로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EDM을 표방하는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의 훅은 가사 없이 댄서블한 구간으로 채워져 있다. ‘뽕짝’과 EDM 트로트가 비슷하게 들려도 곡을 구성하는 사운드는 확연히 다르다. 김장훈의 트로트 곡 ‘남자답게 웃어요’는 ‘뿅뿅’거리는 드럼머신 사운드를 활용했고, MBC <최애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선보인 프로젝트 그룹 다섯장의 ‘시선고정’은 K-Pop에 가깝다.

요즘 트로트 곡을 쓰고 있는 이들을 살펴보면 트로트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을 법한 뚜렷한 구분 선은 오히려 찾기 어려워진다. 이른바 세미 트로트라 불리는 곡을 쓴 조영수, 윤일상, 홍정수와 같은 작곡가들은 과거 대중적인 댄스곡, 혹은 당시 유행한 R&B 스타일의 곡을 쓰던 이들이다. 유산슬의 ‘사랑의 재개발’, 홍진영의 ‘사랑의 배터리’, LPG의 ‘사랑의 초인종’ 등 꽤 여러 트로트 곡을 쓴 조영수는 과거 오렌지캬라멜의 ‘샹 하이 로맨스’나 다비치, 티아라 등이 함께 부른 ‘여성시대’ 등에서 일찌감치 트로트의 뉘앙스를 들려주기도 했다. <미스터트롯> 이전 <미스트롯> 파이널 무대에는 용감한 형제, 이단옆차기 같은 K-Pop 작곡가가 다수 참여했다. 이렇게 여러 작곡가가 트로트와 가요, K-Pop까지 자연스럽게 오가며 다양한 곡을 써왔고, 완전히 트로트 장르인 곡들 사이에 포함해도 자연스러운 곡을 써왔다. 김장훈의 ‘남자라서 웃어요’도 타블로가 쓴 곡이고, 대성의 ‘대박이야!’, ‘날 봐 귀순’도 GD가 쓰지 않았는가.

트로트는 결코 촌스러운 것, 혹은 최근의 현상 때문에 과대 평가받는, 음악적 성과가 없는 무언가가 아니다. 그 음악은 재즈부터 신스팝까지 다양한 색채와 장르적 미학을 내장한 채 다양한 시도를 펼쳐왔고, 시간이 흐르며 트로트라는 이름으로 자연스레 묶여버렸다. 엘비스 프레슬리를 표방한 남진의 창법부터 성시경 못지않게 감성적인 임영웅의 창법까지, 모두 트로트라 간단히 불리고 만다. 물론 그렇게 한 음악으로 치부되고 마는 데에는 몇 가지 톤과 보컬적인 기술 등 확연한 공통분모가 존재하지만, 자세히 보면 나름의 음악적 성취가 있는 것들이다. 그러한 음악이 세월이 지나서도 다시 누군가에 의해 알려지고 또 새롭게 전달된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기쁜 부분이다. 음악을 비평하고 사는 이들에게 앞으로 남은 과제가 있다면, 이렇게 뜯어 보면 음악적으로 풀어낼 이야기가 많은 트로트라는 영역을 보다 더 언급하는 것이다. 글 | 블록(음악 칼럼니스트)

세대론이 아닌 장르로서의 트로트

지금의 트로트 붐을 세대적인 공감으로 이해하는 시선이 있다. 젊은 세대가 구세대의 음악인 트로트에 공감하며 이를 ‘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견이다. 이른바 ‘신세대 가요’가 발흥하던 1980~90년대라면 트로트를 ‘기성세대가 좋아하는 음악’이라 부를 수 있었다. 지금의 40대라면 태진아의 ‘거울도 안 보는 여자’ 가 발표되던 1990년에 십대였겠으나, 이들은 이미 ‘신세대 가요’를 좇아 세대 간의 취향 갈등에 매진하던 세대다. 트로트를 자기 세대 음악으로 여기는 세대라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용어 정의 차원의 논쟁을 하자는 건 아니지만, 이를테면 SG워너비 출신 김진호의 ‘가족사진’ 같은 ‘성인가요’와 트로트는 지금이야말로 완연히 분리돼 있는 게 사실이다.

한국에서 가장 친화력 높고 동시에 가장 존경받지 못한 트로트. 이것은 특정 세대의 음악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장르로 간주함이 옳다. 중원의 제왕이 되는 일은 드물지만 누구에게도 정벌을 허락한 적 없는 지방 토호와 같은 장르 말이다. 트로트는 명백히 독자적인 스타일을 지닌 채 록, 댄스, EDM 등 외부 장르의 특징을 잡식성으로 흡수하는 주체다. 고속도로 휴게소나 지방 행사 등의 언더그라운드 시장도 갖췄다. ‘아모르 파티’, ‘백세인생’ 등으로 대표되듯 수시로 주류 시장에 치고 들어와 한바탕 휘저어놓는 강호다(특히 이 부분에서, 트로트가 특정 세대의 문화라는 인식은 거짓말이 된다. 트로트가 주류 시장에서 날뛸 때마다 젊은 세대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호응해왔다). 거기에, 저변을 넓히는 방식도 나름 견고해졌다. 일렉트로닉이 컴필레이션 앨범을 통해, 힙합이 크루나 레이블 단위의 공동 작업을 통해 유사한 취향의 아티스트를 대거 소개한다면, 이제 트로트는 <미스터트롯> 출신 스타들을 하나의 단위로 묶어서 활동하고 프로모션하며 몸집을 키운다.

지금 대중의 각광을 받는 트로트 아티스트들은 대체로 스타 반열에 남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또한 최근의 트로트 붐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규모의 침공이고, 특정한 아티스트나 노래의 화제성만이 아닌 트로트라는 장르 그 자체의 저력을 부인할 수 없이 입증한 것도 사실이다. <미스터트롯>이 그랬듯 태권도와 폴댄스, 애교 등 동원할 수 있다면 뭐든 서슴지 않는 쇼맨십과, 밑바닥의 정서를 가감 없이 ‘뽕을 뽑’듯 풀어내는 과잉, 간드러지고 구성진 ‘뽕끼’, 그리고 수치심을 자극할 정도로 청자를 뒤흔들어버리는 특유의 흡인력 등이 그것이다.

다만 트로트를 장르 틀에서 들여다본다면 그 미래는 주류 문화와의 관계 속에서 어떤 자리매김을 할지에 달렸다. 하나의 장르가 시장에 안착했다는 것은 그것이 독자적인 저변을 확고하게 갖춘 채, 주류 문화에 그 에센스만 빨아 먹히며 주류 시장에 걸맞은 타협적인 형태의 대중적 히트곡을 쏟아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사실 한국 음악과 트로트에게 이것은 이미 지난 수십 년의 역사다. 오렌지캬라멜에서 유산슬까지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트로트 기믹’의 대중 아티스트들이 그렇다. 그런 한편 이미 가요는 ‘뽕끼’ 없이는 안 된다는 자조적인 명제가 일반화될 정도로, 수없이 많은 주류 히트곡이 ‘뽕끼’를 주 무기로 삼아왔다. 그러니 지금 고민해야 할 트로트의 미래란, 지금의 트로트 붐이 장르로서 저력을 확인하는 계기에 그치느냐, 장르로서 새로운 전기를 열어가느냐 하는 질문이다.

사실 한국 시장에서 장르로 성공하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주류 대중에게 취향의 정체성보다는 대세가 중시되는 경향이 큰 탓이다. 그나마 힙합이 ‘잘 나가는 인싸 음악’으로서의 패션 아이템과 일정 정도의 골수 장르 팬 사이에서 기우뚱거리며 자리를 잡은 편이다. ‘장르 팬’을 ‘발라드’에는 무관심하고 한 장르를 배타적으로 소비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면, 록이든 일렉트로닉이든 포크든 각각의 팬들은 다 한 줌씩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문득 묻게 된다. 우리들 각자가 듣는 음악을 장르별로 통계 내본다면, ‘발라드’로 분류되는 음악을 즐기는 비중이 가장 낮은 사람들은 바로 트로트 팬 아닐까? 그렇다면 한국에서 장르 음악으로서 가장 큰 가능성을 가진 것이 바로 트로트 아닐까?

원론적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트로트가 지속되려면, 대중적 저변을 갖는 스타가 꾸준히 배출되고, 배타적인 장르 팬과 라이트 팬이 각기 형성되고 지속해야 한다. 어차피 한 장르가 유행하면 그 안에는 단지 유행을 좇는 이들과 목숨 거는 이들이 공존하게 마련이다. 마치 올여름의 끊이지 않은 장마처럼 쏟아지는 트로트 관련 방송 중 과연 얼마만큼이 트로트에 진심인지, 그 방송들이 트로트에 진심인 팬을 얼마나 만들어낼지, 그리고 <미스터트롯> 출연진 패키지에 만족하기보다 새롭고 참신한 아티스트들을 발굴해 소개할지에 달렸다. 미래는 미지수지만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앞으로 2~3년간 트로트를 지켜보면 좋겠다. 잘만 된다면 트로트는 한국에서 가장 이질적인 문화를 가진 토호에서 가장 융성한 토호로 성장할 수도 있겠다. 그렇게 된다면 다른 장르 음악도 ‘내일은 미스(터) 토호’를 꿈꾸며 그 뒤를 따르려 할지 모른다. 한국에서 가장 친근하면서도 가장 존경받지 못한 장르인 트로트가 그런 지위를 획득한다는 상상, 꽤나 근사한 이야기지 않나. 글 | 미묘(대중음악평론가)

복잡다단한 현상이 만든 신드롬

“트로트,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너도나도 묻고 답하는 요즘이다. 모두가 불황인데 트로트는 호황이니 궁금할 법하다. 굳이 답하자면 트로트 신드롬은 한두 가지 요인으로 단순히 설명하거나 파악하려고 해서는 안 될 매우 복잡한 현상이다. 이에 대해 저마다 쏟아내는 분석과 해석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다시 말해 그것이 하나의 관점일 뿐임을 인지한다면 맞고, 그것이 전부라고 주장하면 틀리다. 단 한 송이 꽃을 피우는 데에도 많은 것이 필요하다.

씨앗은 당연히 방송이다. 2019년 방영한 <미스트롯>과 <놀면 뭐하니>의 ‘뽕포유’ 특집, 올해 초 <미스터트롯>과 <사랑의 콜센타> 등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의 연이은 히트는 트로트 열풍의 직접적인 원인이자 결과 그 자체다. 엇비슷한 포맷에 이름과 출연진만 조금씩 바꾼 유사 프로그램이 줄줄이 쏟아졌고, 그에 대한 피로 호소도 있었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모조리 성공했다. 2014년 방송된 Mnet 〈트로트 엑스>처럼 분명 이전에도 트로트 가수들을 중심으로 한 경연이나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것이 이제야 히트한 것을 두고 변화한 트렌드나 미디어 환경이 언급된다. 2010년대 중반부터 벌써 수년째 지속한 새로운 복고 소비 경향, 이른바 ‘뉴트로’ 붐이 땅에 단비를 내렸다는 것. 물론 과거의 트로트와 현재 밀레니얼 세대가 함께 열광하는 트로트가 엄밀히 ‘다르다’는 측면에서 그것이 뉴트로와 무관하다는 의견도 일면 타당하다. 하지만 시대성이 노골적인 이전 세대의 콘텐츠를 전혀 다른 세대가 거부감 없이 소비하는 데에는 뉴트로 현상과 분위기가 크게 기여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개인 취향을 적극 확장할 수 있게 한 유튜브의 성장은 방송의 성공에 이은 기성 팬덤의 결집과 젊은 팬덤의 유입을 이끌었다. 20년 넘게 축적된 아이돌 소비 문화와 <슈퍼스타 K>가 촉발한 경연 프로그램 즐기기 노하우는 3040과 5060 세대 너머까지 확장됐다.

세대론은 다양한 성분으로 이루어진 토질만큼이나 복잡하다. 얼핏 트로트의 주 소비층이라 예상하는 기성세대 중 지금의 중·장년층은 사실 트로트에 대한 기호나 직접적인 기억이 없다. 이는 어디까지나 부모 세대가 안겨준 간접 추억의 산물일 따름이다. 오히려 청소년 내지는 청년 시절, 부모의 취향에 대립각을 세운 그들이다. 왜색 짙은 일본 엔카의 후예라느니, 수준 낮은 하위문화일 뿐이라느니 트로트가 짊어진 대표적인 오명들은 늘 있었던 문화적 검증인 한편 한국 사회의 가파른 경제 성장으로 문화적, 정치적 격동기를 거치며 세대 간 취향이 과도하게 맞부딪친 결과이기도 했다. 오늘날 트로트 열풍을 이끄는 건 특정 세대가 아니다. 물론 그 중심에 노년층이 있기는 하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코로나19가 초래한 각종 지역 행사나 야외 콘서트의 소멸이 기존 트로트 소비층의 문화를 새로운 방식으로 혹은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고 주장한다. 그런 반면 확장된 자유로운 미디어 환경이 폭넓은 세대 유입을 견인한 측면이 더 크다는 의견도 있다. 트로트를 직접 즐길 기회가 드물었던 장년층이 추억을 소환하며 소비 대열에 합류했고, 대중 매체에 꾸준히 노출된 3세대 트로트 가수(장윤정, 박현빈, 홍진영 등)들로부터 얄팍하게나마 트로트에 친근한 이미지를 갖고 있던 밀레니얼 세대가 쉬이 열풍에 동참했다. 오늘날의 트로트는 특정 세대가 아닌 전 세대를 아우른 토양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밖이 아닌 내부에서 찾은 답은 온화한 햇볕이 됐다. 솔직하거나 재미있는 가사, 흥겹거나 애절한 분위기가 주를 이루는 트로트 음악은 개인적이고 감상적이기보다 유희적이고 공동체적인 장르에 가깝다. 촌스럽고 경박해 보인다는 편견을 낳은 특성이 반대로 확장성에 있어 큰 장점이 되었다. 긴 시간 속에 자리 잡아온 개성 덕에 재현이 용이하다는 특성과 반대로 여러 장르와 결합할 수 있다는 보편성은 팝의 스탠더드 넘버처럼 트로트 히트곡을 끝없이 다시 불리고 재생산하게 해 긴 생명력을 담보했다. 솔직해지자. 트로트가 이 정도 열풍을 지속하리라는 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갖가지 호조가 겹쳐 피운 꽃이기에 장님 코끼리 만지듯 바라보는 시선은 위험하다. 트로트 부활을 촉발한 방송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미디어 환경과 팬덤 문화가 그것을 뒤따르지 못했다면? 단편적인 시선은 의미 없는 가정과 다를 바 없다. 꽃의 이파리만 보는 것은 봄이 왔음을 부인하고 의심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해서 트로트가 마땅한 인기와 권위를 되찾았다는 주장이나 지금의 현상이 영원하거나 필연이라는 관점 역시 과하기도 하다. 대중음악은 말 그대로 ‘대중’이라는 외적 요인과 ‘음악’이라는 내적 속성이 다른 어떤 문화·예술 장르보다 팽팽한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꿰뚫어보고 앞서 나갈 때가 아닌 고루 따져보고 현실을 받아들일 때다. 가장 확실한 것은 트로트가 2020년에 피운 꽃은 미래에 BTS나 K-Pop 아이돌과 함께 오늘의 당대성을 파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글 | 정병욱(대중음악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