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가 휩쓸고 간 자리 –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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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선언을 앞둔 비상한 상황에서 마무리된 2020 F/W 컬렉션. 현재로서는 우리가 직접 보고 듣고 몸으로 느낀 마지막 패션위크일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커지면서 그때의 현장감과 경험이 그립기만 하다. 뉴욕발로 시작한 중세 시대 장식과 런던의 브라렛 드레싱, 밀라노의 프린지 효과, 파리의 붉은 물결과 라텍스 룩의 위용까지. 4대 패션 도시에서 올 가을/ 겨울을 책임질 트렌드 12개를 채집했다.

런던 LONDON 2020.02.14 ~ 02.18

BUR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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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TORIA BECKHAM

VICTORIA BECK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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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EN BY THORNTON BREGAZ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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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레이디 인 체크

타탄과 플래드 같은 체크무늬로 명성이 높은 런던. 지난 몇 시즌 동안 시골풍 체크에 몰두했다면, 이번 시즌은 유니폼을 위한 체크로 시선을 돌렸다. 그것도 사무실 유니폼으로 적합한 ‘플래드 체크’에 한해서다. 프린 바이 손튼 브레가치의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간 재킷과 정교하게 맞춘 팬츠, 버버리의 깔끔하게 만들어진 셔츠 드레스, 빅토리아 베컴의 세련된 여성을 위한 단정한 디자인의 톱과 재킷 등 많은 런던 디자이너가 영국의 상징이자 전통인 체크의 귀환을 열렬하게 환영하고 있다.

SIMONE ROCHA

JW ANDERSON

RICHARD QUINN

JW ANDERSON

SIMONE ROCHA

RICHARD QUINN

SIMONE ROCHA

누에고치 드레스

누에고치처럼 생긴 이브닝드레스가 다양한 색과 소재로 나타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런던의 재능 넘치는 디자이너들의 손에서 탄생한 누에고치 드레스는 기발한 질감과 강렬한 색감을 주장한다. JW 앤더슨의 반짝이는 털이 달린 폭신한 질감, 드라마를 표현하는 데 천재적인 리처드 퀸의 독창적인 프린트, 시몬 로샤의 우아하고 풍성한 볼륨감까지, 보고 싶고 만지고 싶은 지극한 기쁨을 촉발한다. 이는 오늘날 옷을 입는 것에 비상한 안목과 세련미를 갖춘 여성들의 복잡한 욕망과 요구에 대한 현명한 응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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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TORIA BECKHAM

CHRISTOPHER KANE

CHRISTOPHER KANE

CHRISTOPHER K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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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렛의 주장

켄들 제너가 드물게 런웨이에 모습을 드러낸 건 버버리 런웨이에서였다. 그녀가 입은 와이어가 잡힌 타탄체크 브라렛 톱과 흰색 펜슬 스커트와 짝을 이룬 날렵하고 우아한 룩은 금세 SNS를 타고 브라렛의 위상을 높였다. 브라렛의 잠재력을 옹호한 디자이너가 티시만은 아니다. 빅토리아 베컴의 주름이 예쁘게 잡힌 분홍색 브라렛, 크리스토퍼 케인의 여성스러운 주름 원피스 위에 정교하게 연결한 레이스 브라렛이 차례로 등장해 언더웨어를 탈피한 브라렛의 매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패션 에디터
이예지
포토그래퍼
JAMES COCH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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