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겨울에는 스커트 슈트가 유행의 이름으로 돌아온 가운데, 팬츠 슈트의 건재한 흐름도 계속된다. 결론은 상하의가 세트로 이루어진 셋업 슈트의 시대라고 하겠다.
돌고 돌아 스커트 슈트
일명 ‘투피스’라고 불리던 치마 정장은 한동안 고리타분한 옷차림으로 각인되었다. 같은 소재로 만든 싱글 재킷과 스커트, 얇은 살색 스타킹으로 마무리한. 유니폼 같은 오피스룩 이미지가 강한 탓일 거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촌스럽다고 여겨진 스커트 슈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듯하다. 그 시작은 뉴욕 패션위크인데, 더블브레스트 재킷과 슬릿 스커트로 포멀 스커트 슈트를 선보인 마이클 코어스부터 크롭트 재킷과 A라인 미니스커트로 경쾌하게 연출한 에크하우스 라타, 60년대 컬러풀한 미디스커트 슈트로 대미를 장식한 마크 제이콥스 등 유수의 브랜드가 스커트 슈트를 아주 근사하게 무대에 올렸다. 이 흐름은 다른 도시에서도 목격되었다. 펜디는 허리를 잘록하게 조인 재킷과 플레어스커트로 현대판 레이디라이크 룩을 완성했고, 페라 가모는 부드러운 톤온톤 매치가 돋보이는 스커트 슈트로 시선을 모았다. 특히 프라다는 프린지, 슬릿, 펜슬 스커트 등등 다채로운 디자인의 스커트 슈트를 내보내며 이번 시즌 가장 적극적으로 스커트 슈트의 부활을 알렸다. 샤넬은 트위드 슈트와 라이딩 부츠의 조우를 시도하고, 미우미우는 슬릿이 깊게 파인 롱스커트로 변화구를 주기도 했다. 스커트 슈트의 행렬을 들여다보면 몇 가지 공식이 성립되는데, 크롭트 재킷에는 미니스커트를, 벨티드 블레이저에는 펜슬 스커트를 매치해 실루엣의 완급을 조절하는 세련된 방식을 제안했다는 점이다.
진리의 팬츠 슈트
이번 시즌 슈트 트렌드의 눈에 띄는 약진은 스커트 슈트로 꼽지만, 몇 시즌째 이어지는 팬츠 슈트의 굳건함도 지나칠 수 없다. 주체적인 여성의 힘이 사회적으로 중요시되는 가운데 피비 파일로 시절 셀린느부터 스텔라 매카트니, 디올의 마리아 그라치아 등이 앞서 닦아놓은 멋진 팬츠 슈트의 행렬은 2017 F/W 시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으니까. 그간 빈티지 패턴이나 아방가르드한 실루엣, 1970년대 디스코 무드와 크롭트 팬츠 슈트 디자인 등 화려하고 다채로운 디자인이 브랜드 전방위에 포진되어 있었다면, 이번 시즌엔 물 흐르듯 떨어지는 낙낙한 실루엣의 성숙하고 우아함을 강조한 팬츠 슈트가 꽤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지방시는 한 뼘 넓은 각진 어깨의 재킷과 플레어 팬츠로 남성적인 무드를 강조하고, 버버리는 트렌치코트의 변화구처럼 드레이퍼리된 체크 슈트를, 막스마라는 핀스트라이프 슈트를, 랑방은 볼륨감 있는 소매가 두드러진 슈트를 선보였다. 티셔츠와 경쾌한 매치를 시도한 끌로에와 디올은 누구나 부담 없이 오피스 룩으로 시도하기 쉬운 장점이 있다. 한편, 오프닝 룩으로 맞춤 팬츠 슈트를 선보인 디올은 바 재킷을 변형한 니트 소재로 색다른 매력을 더했다.
- 패션 에디터
- 이예진
- 포토그래퍼
- HYEA W. KANG
- 모델
- 정소현
- 헤어
- 이일중
- 메이크업
- 김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