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에 핸드백을 건다. 여자가 아니라 남자가.
미켈레는 오랫동안 전통적인 남성성을 의심해왔다. 그는 지난 1월 2020 F/W 시즌 쇼에서 남성성의 특성을 “개정하고 재고해”라는 쇼 노트를 남겼다. 플로럴 드레스, 검정 가죽끈이 달린 작은 운동화, 잔디 얼룩이 묻은 듯한 청바지 등 사춘기 이전의 소년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징표들. 우리가 받은 견고하고 아집에 찬, 성별을 두고 분명한 경계를 지우는 아주 오랜 교육이 바로 떠올랐다. 그리고 팔에 가방을 건 남자가 있었다. 모델의 긴 머리 때문에 성별의 경계가 더욱 흐릿해졌다. 가방들 중 일부는 ‘Liberty’라고도 쓰여 있었다. 2020년에 남성성의 해체가 일어나는 것인가? 미켈레가 말했다. “이것은 주류 남성성을 배제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반대로 나는 남자가 되는 것이 얼마나 복잡한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패션계에 비슷한 양상은 일어났다. 유연하고 센슈얼한 남성상의 화신 루도빅 드 생 세르냉에서도 조그마한 핸드백을 든 남자가 있었고, 마침 스테파노 필라티와 미우치아 프라다 또한 슬림한 실루엣을 연구하고 있다. 이것은 오래 구축된 경계보다 남성성의 잠재적인 경계 없는 경계에 대한 강조다.
- 패션 에디터
- 이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