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쓰면 메이크업을 포기해야 된다? 마스크 속에서 온 얼굴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은 여름, 사회적 거리 두기와 프레시한 메이크업을 동시에 유지하는 현명한 방법.
마스크와 메이크업의 딜레마
8월, 여느 때 같다면 휴양지나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메이크업을 소개하겠지만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고 있는 지금, 다른 모든 일상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메이크업 풍경도 달라졌다. 그 변화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마스크! 얼굴의 절반을 극적으로 가리는 사태로 인해 생겨난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메이크업을 할지 말지부터 시작해, 한다면 어디를 어떻게 할 것인지 망설여지고, 막상 하고 나선 습기와 땀에 녹아 줄줄 흘러내리는 메이크업이 감당이 안 된다. 간편해진 뷰티 루틴 덕에 여유는 생겼지만 메이크업을 안 하자니 마스크를 벗는 순간 왠지 자신이 없어지고 거울에 비친 모습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루 종일 착용한 마스크를 벗을 때, 잔뜩 묻어 나온 화장 얼룩에 기겁하는 일도 다반사. 광채고 윤기고 뭐고 ‘마스크에 묻어나지 않기만’을 바라며 베이스 제품을 골라야 하는 게 현실. 마스크를 쓰면서도 프레시한 얼굴을 유지하기란 정녕 불가능한 일일까?
다시, 파우더의 시대
얼마 전 연예인 촬영을 하느라 12시간 가까이 마스크를 쓰고 있던 날, 얼굴이 피지와 습기로 촛농처럼 녹아내리는 느낌을 경험하고 극건성 피부 일생에 결코 써본 적 없는 매트 파운데이션을 화장대에 들였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오가영은 파운데이션 선택도 중요하지만 스킨케어와 베이스의 단계를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조언한다. “저는 요즘 나이트 케어에 올인해요. 밤에 촉촉함을 한껏 끌어올려둔 다음, 아침에는 수분 로션 하나로 스킨케어를 끝내는 거죠. 자외선 차단제도 마스크 위로만 꼼꼼하게 바르고요. 이렇게 기초를 심플하게 해야 마스크로 인한 눅눅함 속에서도 베이스가 오래 지속되거든요.” 그런 다음 커버력 있는 파운데이션을 골라 피부에 먼저 얇게 깐 뒤 깨끗한 쿠션용 퍼프로 두드려 마무리한다. “쿠션용 퍼프는 흡수력이 좋아 파운데이션 여분을 빨아들이고 피부에 얇게 밀착시키죠. 스펀지보다 납작하고 촘촘해서 누르는 힘도 좋고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영은 이번 여름에는 ‘무조건 파우더’라고 말한다. “결이 매끈하고 실키하게 정리되는 프라이머를 바르고, 밀착력이 좋은 파운데이션을 아주 얇게 펴 발라요. 사실 저는 건성 피부라서 매트한 파운데이션을 쓰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필요한 게 바로 파우더예요! 마스크를 쓰는 하관 위주로 피지 조절 기능이 있는 루스 파우더를 브러시로 가볍게 쓸어주고 T존에도 한 번 터치합니다. 그런 다음 픽서를 멀찌감치 떨어뜨려 가볍고 은은하게 분사해주면 베이스가 탄탄하게 고정되죠.” 파우치에는 콤팩트 타입의 파우더를 휴대하고 다니면서 번들거릴 때마다 가볍게 눌러줄 것. 만약 파운데이션을 바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면 컨실러로 입가와 코 주변의 울긋불긋한 피부만 정리하자.
포기할 수 없는 컬러 플레이
코로나가 우리에게 봄을 빼앗을 수 없었듯, 메이크업의 즐거움 역시 빼앗을 수 없다. 게다가 화려한 메이크업은 코로나 블루로 인한 울적한 기분을 전환시켜주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사람들이 괜히 드레스를 차려입고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게 아니다!). 오가영 실장은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비비드한 컬러 메이크업에 과감하게 도전해볼 때라고 조언한다. “컬러풀한 아이 포인트 메이크업에 도전할 때 많이들 어려워하는 것이 립과 치크의 궁합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마스크로 싹 가려지니 오히려 과감하게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스킨과 입술은 누디하게 처리하고 눈만 내가 원하는 ‘필’대로 강조하면 되니까요!” 다만 여기서 에지를 살리고 싶다면 내가 원하는 컬러를 골라 바르되, 손끝으로 쓱쓱 가볍게 터치하는 것이 포인트. “컬러보다는 텍스처가 관건이죠. 글리터나 메탈릭 텍스처의 크림 타입 섀도를 추천해요. 여름에 잘 어울릴 뿐 아니라 마스크의 매트한 패브릭과 대비해서 반짝이는 눈으로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으니까요. 사진 속 모델처럼 홀로그램 펄이 함유된 제품을 바르면 한 톤으로 발라도 빛의 각도에 따라 풍성하게 변화하는 컬러를 느낄 수 있죠. ”
마스카라 바르는 재미
만약 당신이 컬러풀하게 이목을 사로잡는 메이크업보다 웨어러블한 메이크업을 선호하는 편이라면 퓨어함을 극대화하는 방법도 있다. 이영 실장은 “마스크를 쓸 때 눈을 너무 화려하게 강조하면 이질적인 느낌이 들 때가 있더라고요. 하얀 마스크를 쓴 얼굴에 어울리게 전체적으로 누디하고 퓨어하게 메이크업을 하는 것도 방법이죠”라고 말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바로 눈썹. “간과하기 쉽지만 마스크를 쓴 얼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눈썹이에요. 형태를 잘 잡아두고 결을 깨끗하게 잘 정리해야 메이크업 전체가 깔끔해 보이죠.” 눈두덩에는 스킨 톤의 펄 섀도를 연하게 한 톤 바르고 속눈썹을 뷰러로 깊이 집어 컬을 아찔하게 살린다. 그런 다음 마스카라를 또렷하게 많이 발라 속눈썹을 선명하게 살리면 퓨어 룩 완성. “속눈썹을 마스카라로 도톰하게 코팅하고 싶다면 마스카라를 한 번 바른 다음, 살짝 마른 뒤에 다시 한번 덧바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아이라인을 생략했기 때문에 점막 부분이 마스카라로 꽉 채워져야 인상이 희미해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 눈을 살짝 들어서 속눈썹 뿌리부터 깊게 넣어 빗질하듯이 쓱쓱 쓸어 올려주면 투명하면서도 또렷한 눈매로 완성됩니다.” 마스카라를 2가지 다른 종류로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오가영 실장은 “뭉친 듯 볼드하게 바르기 위해서 먼저 롱래시&컬링 마스카라로 속눈썹을 한 올 한 올 살려준 다음, 볼륨 마스카라를 덧발라보세요. 그렇게 하면 처음부터 속눈썹이 뭉치지 않고 숱은 풍성해 보이면서 각각의 눈썹을 도톰하게 코팅할 수 있어요”라고 조언한다. 이때 아래 속눈썹까지 마스카라로 꼼꼼하게 채우면 눈매가 위아래로 열려 보다 시원한 인상으로 연출할 수 있다.
마스크 속 키스 마크, 안녕
마스크를 벗고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실 때 갑자기 무방비로 드러난 칙칙한 입술에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는가? 립스틱 자국으로 더러워진 마스크를 보고 다시 쓰기 찝찝했던 기억은? 이런 상황을 예방하려면 입술에 공들여 컬러를 물들이는 방법밖에 없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오가영은 지금이 바로 틴트를 써야 할 때라고 설명한다. “틴트를 풀립으로 바르고 1분간 말렸다가 물티슈로 닦아내요. 그런 뒤 벗겨지고 지워진 부분 위주로 다시 한번 덧바르고 말린 뒤 또 물티슈로 닦아내죠. 입술에 염색을 하는 느낌으로요. 그 위에 입술이 건조한 사람은 립밤을, 그렇지 않은 사람은 리퀴드 립제품을 바릅니다. 이제 티슈로 또 한 번 입술을 찍어내면 천하무적 유지력 갑 입술을 완성할 수 있죠.” 단, 이 경우 집에 돌아와서는 틴트 전용 클렌저로 착색된 부분을 자극 없이 잘 지워야 한다. 입술이 극도로 건조해서 틴트가 두려운 이영 실장이 즐겨 사용하는 방법은 이와 비슷하지만 순서가 거꾸로다. “먼저 립밤을 충분히 바른 다음 립스틱을 그 위에 또렷하게 발라요. 마른 티슈로 잘 찍어낸 다음, 립스틱과 유사한 컬러의 틴트를 입술 안쪽에만 살짝 더하죠. 그러면 건조함과 묻어남은 줄이면서 컬러는 오래오래 유지할 수 있답니다.”
- 뷰티 에디터
- 이현정
- 포토그래퍼
- 신선혜
- 모델
- 박서희
- 스타일리스트
- 임지윤
- 헤어
- 안미연
- 메이크업
- 오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