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주얼리 Vol.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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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세계를 여행하며 영감을 채집해 온 여름의 주얼러들. 팬데믹으로 집에만 있을 그들에게 당신의 주얼리 세계는 어떤 곳인지 알려달라는 이메일 인터뷰를 신청했다.

다문화에 기반한 뉴요커
마리암 나시르 자데(Maryam Nassir Zadeh)

이번 시즌, 당신의 유리 주얼리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아름다운 유리 펜던트는 유리공예 장인 젠나로 페페(Gennaro Pepe)의 작품이라고 들었다. 그와의 작업은 어떻게 시작됐나?

마리암 나시르 자데 젠나로는 매우 진실하고 친환경적으로 일하는 예술가다. 4년 전 여름, 나는 스페인 포르멘테라에서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우리는 공예품 시장에 갔고, 젠나로의 작업을 발견한 남편은 유리 속에 작은 조개껍데기가 가득 찬 반지를 나에게 사주고 싶어 했다. 그의 주얼리를 들여다볼수록 그의 작품이 얼마나 특별한지, 얼마나 강한 공명을 주는지 깨닫게 되었다. 개인적인 친분을 맺게 된 우리는 곧 협업을 추진했는데, 우리 협업의 가장 아름다운 점은 미학적, 영적으로 작업에 깊이를 더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내 컬렉션과 어울리는 주얼리를 만들어왔다.

특별한 제작 과정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는 유리 부는 기술을 사용한다. 그 분야에서 대단한 마스터다.

주얼리는 포시도니아(지중해에 산소와 생명을 주는 수중 식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들었다. 그 식물은 지중해가 푸른색을 띠는 비결이며, 포르멘테라와 이비사 해저에서 풀밭을 이루고 있다. 1992년 유네스코가 인류의 유산이라 선언한 특별한 식물로, 젠나로는 주얼 리를 말린 포시도니아로 포장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지구를 돕기 위해 채식주의자가 되려고 하고 있다.

주얼리를 착용할 때 당신만의 법칙이 있다면? 유리로 만든 주얼리, 여행 중 구입한 소장품과 나에게 감상적인 기억이 있는 가족의 주얼리를 섞는다. 다양한 종류의 주얼리를 섞으면 독특하고 개인적인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당신의 주얼리를 가장 멋지게 착용한 스타일링은 어떤 것이었나? 2020 F/W 캠페인을 위해 샤르나 오스 본이 사진을 찍고, 할리 울른이 스타일링하고, 마크 카라스킬로가 메이크업을 했다. 돌이켜보면 얼마나 모던한 촬영이었는지를 회상한다.

당신은 런웨이에 친구를 세우고, 여성 아티스트와 많은 작업을 펼쳐왔다. 여성 아티스트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느껴진다. 요즘은 남자들에 더 영향을 받는다. 나와 관계가 있는 남자들, 아버지, 나의 가장 친한 친구, 또는 연인들 말이다.

여행을 하지 못하는 건 당신에게 꽤 많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처음으로 어떤 계획도 세우지 않았고, 가장 뉴욕답다 느끼는 장소를 온전히 즐길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LA에 있는 가족을 방문하고, 파리에 있는 아파트에 가서 일을 하거나, 런던에 있는 친구와 가족을 만날 생각은 있지만, 생각일 뿐이다. 그저 내가 했던 특별한 여행과 그 시간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

예술적인 이탤리언 주얼러
판코네시(Panconesi)

판코네시는 어떻게 시작된 주얼리인가?

판코네시 지방시와 발렌시아가에서 일한 게 계기가 되었다. 판코네 시에 대한 아이디어는 자연적으로 생겼고, 나만의 비전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왔다. 현재 시그너처가 된 ‘The Upside Down’은 금색 나선형 선에서 시작한 것인데, 지금도 늘 곱씹어보는 초기 디자인이다. 많이 화려해진 지금의 판코네시에 비해 심심한 디자인이지만 모든 컬렉션은 항상 ‘The Upside Down’ 으로부터 시작한다.

키네틱 아트가 연상되는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영감은 어디에서 받는가? 아마 피렌체에서 보낸 유년 시절의 영향이 클 거다. 그곳에서 고대 역사, 그리스 신화를 공부했고, 인간이 자연으로, 꽃으로, 물로, 상징적으로 변신하는 이야기 특유의 변형, 변태, 감정에 매료됐다. 이런 고전적인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어 액체가 고체가 되는 연금술적 변환이나, 점토를 다른 형태로 성형하는 변형이라는 코드가 내 작품에 스며든 것 같다.

특별한 제작 과정이 있는지 궁금하다. 에나멜을 액체에서 고체 상태로 바꿔 화학적 기술로 하이브리드 스톤을 만드는 실험이 있다. 이런 보석을 생산하기 위해 이탈리아의 많은 가족 공방과 일하는데, 우린 정말 숱하게 시행착오를 겪는다. 시도하고, 시도하고, 또 시도하는 정말 귀여운 과정이다.

많은 디자이너(뮈글러, 피터 필로토, 멀버리)와 협업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작업은 무엇이었나? 2019 F/W 시즌, 뮈글러 데뷔를 함께한 케이시 캐드월라더와의 협업이다. 시작하기 전에는 케이시의 미학을 잘 몰랐지만, 우리 둘 다 서로의 미학을 포용하는 데 열려 있었고, 이는 곧 배움의 길이 됐다. 어떤 사업상의 압박도 없이 단순하게 가족과 우정, 순수한 재미에 관한 것이었달까. 모두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협업일 거다.

인스타그램으로 판코네시를 보여주는 방식이 매우 감각적이다. 어떤 식으로 작업하나? 처음보다 훨씬 자연스러워진 듯하다. ‘화려한’ ‘관능적인’이란 단어를 좋아한다. 어떤 감정과 주얼리 사이의 연결 고리를 비주얼적으로 표현할 때가 재밌고, 몸에 주얼리가 있을 때의 경험에 대해 늘 생각한다. 상업적인 주얼리의 냉담함보다 관객들과의 친밀한 소통을 중시한다.

내 주변의 힙스터들은 이미 당신을 알고 있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힘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정말 고맙고, 겸허해지는 칭찬이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사람들은 자신이 신뢰할 만한 것에만 반응한다. 내가 정말 제대로 한다면, 내 주얼리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일상 속에 스며들 수 있을 것이다. 판코네시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개인적인 기억이 서린 물건이 될 수 있다면 깊은 성취감을 느낄 것이다.

당신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나 자신을 식물이라 여긴다. 식물은 매일 자라고, 변하고, 꽃을 피우며, 이상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 않나. 식물처럼 사물이 스스로 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지에 대해 항상 생각한다. 그것을 감정과 연결시켜 주얼리에 생명을 불어넣고 싶다.

코로나 시대의 다음 계획은 어떻게 되나? 나는 파트 너와 모로코에 격리되어 석달을 보냈다. 우린 모든 것을 멈추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식, 문화, 공예의 공유가 주얼리 분야의 핵심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여러 나라의 장인이 모여 기법과 철학을 공 유하는 자리를 만들고자 한다. 사람들에게 다양성과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

패션 에디터
이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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