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베이루트 항구 지역에서 의문의 초대형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중동의 파리’로 불리던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 지역이 의문의 초대형 폭발 사고로 초토화됐다. 폭발은 두 차례에 걸쳐 일어났고 4천명이 넘는 사상자는 물론, 충격으로 인해 많은 건물과 차량이 파괴됐다. 폭발의 원인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레바논의 안보 책임자인 아바스 아브라힘이 폭발 현장을 방문한 뒤 “당장 조사할 수 없지만 몇 년 전부터 보관된 인화성 물질이 있는 것 같다”며 관련 물질을 압수했다고 말했다. 항구에 오랫동안 보관된 물질이 관리 소홀 등으로 폭발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 사고의 원인으로 공격의 가능성이 있다면 레바논은 물론, 중동 정세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이 폭발과 헤즈볼라의 연관성이 주목되는 상황.
헤즈볼라는 이란 정보기관의 배후 조정을 받는 중동 최대의 교전단체이자 레바논의 정당조직이다. 오는 7일, 유엔 특별재판소는 2005년 하리리 전 총리에 대한 암살을 주도한 혐의로 헤즈볼라 대원 4명에 대한 판결을 내릴 예정이었다. 과거 친(親)서방정책을 폈던 하리리 전 총리는 베이루트의 지중해변 도로에서 승용차로 이동하던 중 트럭 폭탄테러로 경호원 등 22명과 함께 사망했다. 당시 하리리 전 총리의 가족들은 이 테러와 연루되어있다며 헤즈볼라와 시리아 정권을 지목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정치권에서 영향력이 큰 조직이지만, 최근 경제 위기 등으로 국민 사이에서 인기가 크게 떨어진 상태. 유엔 특별재판소의 판결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헤즈볼라의 이미지는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적대국가 레바논을 향해 대담한 작전을 벌여온 이스라엘이 폭발의 배후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한 관리는 익명으로 베이루트의 폭발이 이스라엘과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고, 이스라엘 정부 또한 레바논에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두고 폭탄 공격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4일(현지 시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브리핑을 시작할 때, “미국은 레바논을 도울준비가 되어있다. 이번 사고는 끔찍한 공격에 의한 것 같다.” 라며 베이루트 폭발 사고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며 “이는 단순한 폭발사고가 아니다. 폭탄 공격의 일종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도 레바논 측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즉각 지원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한편, 레바논에는 유엔 평화유지 활동을 위해 파견된 동명부대 280여명과 국민 140여명 등 420여명이 체류 중이다. 외교부는 국민 피해 여부에 대해 현지 재외국민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 자국민 피해 여부를 확인 중이고, 현재까지 접수된 인명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주레바논대사관은 사고 현장에서 7.3km 떨어져 있지만 폭발로 인해 건물 4층의 유리 2장이 파손됐다.
- 콘텐츠 에디터
- 장진영
- 사진
- Getty Images, Youtube @BBC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