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 놓쳐서는 안 될 현대 미술 전시 셋. 이를 통해 미완, 강박, 자유의세계를 엿본다.
1_갤러리2 <As usual : 늘 마시던 걸로>
‘늘 마시던 걸로.’ 근사한 바에서 슈트를 입은 남자 주인공이 문을 열고 들어오며 말할 법한 대사다. 그런데 글쎄, 현실에서 이 대사를 실제 읊어본 이는 얼마나 될까? 작가 이은새는 평소 드로잉으로 ‘늘 그리던 것’을 회화로 옮기고 싶지만 그 과정에서 번번이 허들을 마주하곤 했다고 고백한다. 드로잉은 무성의하거나 어눌해 보이고, 과장되고 왜곡되며, 모든 것이 복잡 미묘한 상태로 존재한다. 즉 즉흥적인 행위와 치밀한 계획에 따른 행위가 모두 가능하다. 그의 개인전 <As usual : 늘 마시던 걸로>를 통해서는 흔히 ‘과정’으로 번역되는 드로잉과 ‘결과’일 수 있는 회화의 간극을 좁히는 데 주목하여 총 57 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이중의 리듬, 즉 명쾌한 단순화와 진중한 진보를 한 캔버스에 모두 담아내겠다는 의지다. 7월 14일부터 8월 15일까지.
2_ 스튜디오 콘크리트 <Petrichor 페트리코어>
<Petrichor 페트리코어>는 학제적 예술을 기반으로 최근 몇 년간 해외에서 활동해온 작가 유신애의 지난 두 전시 <페트리코어>와 <길트트립>을 재구성한 전시다. 전시는 <페트리코어>에서 선보인 바 있는, 개인의 문화적 위치와 취향을 강제화하는 독특한 초남성적(Hyper–masculinity) 문화 현상이 등장하는 영상 설치물로 그 포문을 연다. 작품은 경쟁을 기반으로 개인의 정체성 및 사회성을 입증해야 하는 서브컬처의 일부분 ‘글라스 플렉스’(스피커로 도배해 불법 개조한 자동차 음향 시스템과 서브우퍼를 가지고 경쟁하는 서브컬처의 한 장르)를 영상에 녹여냄으로써 극도의 경쟁과 강박적 자기 도취를 조장하는 신자본주의의 사회적·도덕적 명령 구조를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7월 23일부터 9월 27일까지.
3_ 페로탕 서울 <치유>
무라카미 다카시가 이끄는 ‘카이카이 키키’ 그룹의 소속 작가 미스터, 매드사키, 텐가원, 렁 카싱, 타카노 아야, 아오시마 치호, 쿠라야 에미, 오비, 오타니 워크숍, 우에다 유지, 무라타 신의 구작과 신작을 전시하는 단체전 <치유>가 페로탕 서울에서 개최된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이번 전시를 통해 다면적이고 기이한 예술 세계인 ‘슈퍼플랫’과 일본 도예에 크게 영향을 준 ‘버블랩’을 탐구한다. 버블랩은 일본의 거품경제와 도자기를 포장하는 데 사용하는 에어캡을 이용한 말장난으로, 작가는 버블랩이 명예로운 가난을 중시하는 일본의 미학을 반영한다고 말한다. 고급 문화와 대중 문화를 무차별적으로 혼합하는 작품들은 현대미술 세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슈퍼플랫과 버블랩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며 서구 미술사의 상징적 질서를 교란한다. 7월 23일부터 9월 4일까지.
- 피처 에디터
- 전여울
- 사진
- COURTESY OF PERROT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