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퀸의 유쾌한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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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상황에도 불구하고 런던 디자이너 리처드 퀸이 낙관적인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건 그가 공생과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디자이너이기 때문일 터다. 몽클레르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자신의 컬렉션 ‘8 몽클레르 리처드 퀸(8 Moncler Richard Quinn)’을 통해 그는 배움의 미덕과 희망적인 메시지를 열정적인 어조로 전해왔다.

환경을 생각하고, 다른 디자이너와 공유할 수 있는 작업 공간을 만든 당신의 열렬한 팬이다. 인터뷰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지금의 상황은 우리 모두가 잠깐 멈춰 서서 숨을 고르게 하는 것 같다. 유례가 없는 일 아닌가. 무엇을 바꾸고 더 역동적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깊이 생각하게 한다.

처음 몽클레르 지니어스가 공개되었을 때 쇼킹 그 자체였다.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도 생각했다. 당신에게도 흥분된 순간이었을 듯한데, 처음 제안부터 성사까지 과정은 어땠나? 그 과정은 자연스럽고 순조로웠다. 몽클레르 CEO이자 회장인 레모 루피니가 런던에 있는 내 스튜디오를 방문해 협업 이야기를 나눴는데, 내가 디자인한 과감한 프린트와 컬렉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더라. 창조적이고 개방적인 사고를 지닌 데다 세세한 것까지 챙기는 그를 보니 이 프로젝트가 훌륭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런던과 이탈리아를 5~6차례 오가며 구체화했고, 그 과정은 매우 창조적이었다. 특히 몽클레르의 기술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몽클레르는 대대적인 프레젠테이션 쇼로 아주 유명하다. 쇼 기획, 구상에 참여했나? 맞다. 정말 혁신적이고 신선한 프레젠테이션 방식이다. 8명의 디자이너가 몽클레르의 비전을 각자의 아이디어로 구현한다는 점도 매력적이고. 두 번째 프레젠테이션은 온통 하얀색인 공간에 1960년대 사람들이 상상한 미래를 그려내고 싶어, <트론(Tron)>, <스페이스 오디세이(Space Odyssey)> 같은 영화를 참고했다.

8 몽클레르 리처드 퀸은 어떤 사람에게 어필할까? 성별과 연령대에 상관없이, 스트리트부터 스키장까지 어디서나 어울릴 거다. 내 컬렉션을 입는 이들의 모습을 보는 건 정말 흥미진진한 일이다.

두 번째 컬렉션에서 디자인 측면으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몽클레르는 장인 정신과 강력한 혁신을 보여주는 데 능한 브랜드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 기술적인 성과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싶었다. 전체를 뒤덮으며 서로 충돌하는 프린트에 어두우면서도 섹시한 느낌의 라텍스 소재를 더했는데, 이는 과감한 비전, 모던함 그리고 여성스러움 사이의 균형을 잡아내기 위한 장치였다. 소재를 조합하는 과정도 매우 재미있었는데, 다채로운 방식으로 패딩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특정 부분에 볼륨감을 채워 프린트를 돋보이게 하거나, 인조 모피를 사용해 우리가 처음 시도한 프린트에 깊이감을 부여하거나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두 브랜드 간의 진정한 만남을 유도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성공을 가늠하는 기준이라 생각한다.

협업에 자유는 얼마나 부여받나? 이 협업은 그 무엇보다도 창조적인 과정이다. 몽클레르는 풍부한 지식과 기술, 경험을 지닌 브랜드고, 모든 팀이 협조적이었다. 럭셔리 제품이 다른 맥락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을 목격하는 작업은 무척 신선하고 흥미로운 일이다. 난 긍정적인 자세와 더불어 계획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몽클레르와의 작업은 항상 즐겁다.

다른 지니어스 라인의 디자이너와도 교류가 있나? 혹시 받은 코멘트가 있다면? 특별히 소통할 일은 없었지만, 프레젠테이션 당일 저녁에 모두 만나 인사를 나눴다. 그 자리는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에너지가 가득했다. 다른 디자이너들의 결과물 또한 충분히 존중받을 만했다. 여러모로 배움의 과정이었다.

당신의 캐릭터는 확고해서 눈으로도 보이지만, 다른 지니어스 라인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특별히 고심한 부분이 있나? 웨어러블한 옷은 아니어서 비즈니스 측면으로도 다른 구상을 할 것 같다. 난 모든 아이템이 역동적이고 과감하면서도, 입기 쉽고, 편안하며, 여성스러움을 갖추길 원했다. 몽클레르는 가볍게 볼륨을 만들어내는 데 탁월한 기술을 갖고 있어 내 디자인이 아름답게 마무리되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다. 프레젠테이션과 커머셜 피스는 분명 다르게 제공되지만, 이 프레젠테이션이 무드와 비전,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포착해낸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환경 보호, 지역 사회 공생을 배려하는 디자이너다. 이는 협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나? 어떤 회사가 됐든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제작된 인조 모피와 신섬유를 개발해 적용하는 등 새로운 방법을 도모하려고 애썼다.

몽클레르라는 정상의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얻은 귀중한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가? 몽클레르의 전문성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나 혼자였다면 사용하지 못했을 기구, 섬유를 다뤄볼 수 있어 정말 신선했고, 모든 팀이 열과 성을 바쳐 일하고, 친절한 태도에 감명받았다. 이탈리아 가족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당신의 컬렉션은 동화적이고 아름답다. 당신이 해석한 8 몽클레르 리처드 퀸의 세계관이란? 과감하고 열정적이며 역동적인 것.

당신의 디자인은 밝고 명랑한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는다. 불안하고 힘든 세상에 건네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을까?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우리가 깊이 생각하고 성장할 수 있는 순간에 와 있음을 명심하자.

패션 에디터
이예지
사진
COURTESY OF MONC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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