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헤이즈의 명곡 탄생 비결은? 헤이즈와 함께한 더블유 화보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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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던 날들 뮤지션 헤이즈의 손에 연필이 들리게 만드는 것은 언제나 사랑이었다. 비록 이미 지나간 사랑일지언정, 가사 속에서 너와 나의 사랑은 영원히 점멸하기 마련이니까. 여름이 채 가기 전 세상에 나올 EP 앨범에서도 헤이즈는 사랑을 읊조린다. 담담하게 부른 노래에선 어딘가 희미한 박동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원피스는 몰리 고다드 by 분더샵, 목걸이와 팔찌는 파나쉬, 키링은 혜인서 제품.

오늘로 우리 두 번째 만남이다. 정말? 언제 처음 만났지?

작년 10월의 마지막 밤이었다. <더블유>가 주최한 제14회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 행사장에서 만났다. 행사를 여는 축하 무대에서 122명의 셀레브리티를 앞에 두고 마이크 쥔 손을 ‘파르르’ 떨며 노래하던 장면이 아직도 선명하다. 악!(웃음) 그 어느 시상식보다도 많이 떨었던 공연이다. 관객이 열댓 명 정도밖에 없을 거라 예상하고 갔거든. 그 이후로 많이 성장했다. 이젠 어떤 무대에 서더라도 떨지 않고 노래 부를 자신이 있다(웃음).

여름에 나올 EP 앨범을 녹음하는 중이라 들었다. 작업은 순탄히 진행되고 있나? 어젯밤 논산에서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이번 앨범에 다섯 곡이 수록될 예정인데, 욕심 좀 내서 3곡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오늘 마지막 곡을 녹음하면 끝날 것 같다.

원피스는 MM6 메종 마르지엘라 by 아데쿠베, 치마는 원더링 by 아데쿠베, 목걸이는 파나쉬, 팔찌는 존 하디, 귀고리는 제이미앤벨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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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는 MM6 메종 마르지엘라 by 아데쿠베, 치마는 원더링 by 아데쿠베, 목걸이는 파나쉬, 팔찌는 존 하디, 귀고리는 제이미앤벨 제품.

마지막까지 미뤄 녹음한다는 것은, 그 곡이 이번 앨범의 필살기라서? 가사를 늦게 썼을 뿐이다(웃음). 오늘 녹음하는 곡은 엄밀히 따지면 이번 앨범의 색깔과 크게 어울리지 않아 사실 고민이 많았다. 몇 개월 동안 메일로 데모 음원을 보내주던 남자 래퍼가 있는데, 그분의 목소리가 너무 좋아 무리해서 작업을 감행했다. 아직 데뷔도 안 한 친구다. 심지어 나이도 모른다.

뮤지션에게 그런 메일이 종종 온다고 들었다. ‘내 음악을 들어주면 소원이 없겠다’는 멘트와 함께 데모를 첨부하는 식이라지. 딱 보면 고민하고 보냈는지 아닌지 보인다. 반면 이 친구는 매번 영혼을 ‘갈아 넣어’ 음원을 보내왔다. 처음엔 활동명 없이 본명으로 메일을 보냈는데 어느 순간 활동명도 지었더라(웃음). 몇 개월 간격으로 메일을 보내왔는데, 그사이 부쩍 성장한 것도 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 음색이 좋고 가사의 소재도 참신하다. 지금은 없는 스타일이랄까? 옛날 긱스 음악을 들을 때 느낌이 있다. 소위 ‘착한’ 힙합을 한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당신은 피처링 가수를 고르는 감이 참 정확하다. 아무래도 모든 곡을 직접 작사, 작곡, 프로듀싱하니까 회사 눈치 안 보고 피처링을 고를 수 있다. 그리고 보통 피처링은 곡을 얼추 만든 뒤 생각하니까 그 이미지를 더 구체화할 수 있고.

원피스는 멀버리, 샤 원피스는 4 몽클레르 시몬 로샤, 목걸이는 믹시마이, 귀고리는 미우미우, 반지는 제이미앤벨 제품.

작년 발매한 ‘만추’를 통해선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워 이별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피처링으로 크러쉬가 참여했지. 비록 바람은 피웠지만 착하디착했던 가사 속 남자친구가, 평소 순둥순둥하기로 소문난 크러쉬의 이미지와 참 잘 들어맞았다. 그 명쾌한 캐스팅을 보곤, 적어도 당신이 ‘랜선’으로라도 크러쉬와 상상 연애를 펼치지 않았나 혼자 생각했다. 피처링을 고려할 땐 상대에 대한 나만의 주관적인 이미지보다 대중이 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할지를 훨씬 의식한다. 이별 후 한참 시간이 흘렀지만 두 연인이 서로를 그리워하는 이야기를 담은 ‘비도 오고 그래서’는 숨소리만 들어도 애절해지는 신용재 선배님과 함께하고, 시종일관 쿨한 태도로 상대를 간보는 ‘And July’에선 트렌디한 분위기가 있는 딘과 호흡을 맞추는 식이다. ‘만추’는 아까 말한 것처럼 착한 남자 친구가 난데없이 바람을 피워 이별을 고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평소 남자친구가 한없이 착했기 때문에 가사 속 화자는 생각하는 거지. ‘그럴 애가 아닌데?’, ‘분명 바람을 피운 이유는 나에게 있을 거야’라고. 상대가 바람을 피운 이유를 나에게서 찾게 만드는 무한한 신뢰의 이미지가 크러쉬에게 있다고 생각해서 ‘만추’에 함께했다.

‘만추’를 비롯해 당신의 음악은 늘 ‘이별’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그렇지. 모두가 그렇겠지만 이별을 겪고 나면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심정에 도달하지 않나. 한없이 무기력해지고, 모든 것에서 이유를 상실하게 되지. 사실 그렇지 않음에도. 나는 이별 후 겪는 아픔, 슬픔을 오로지 일로 잊으려 했다. ‘잘 돼서 복수할 거야’라는 심정이라기보다 그저 나를 무언가에 가둬 이별이 주는 감정을 차단하는 게 중요했다. 돌이켜보면, 참 다행이다 싶다. 모든 에너지를 일에 쏟아부으며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의도치 않게 음악적 커리어가 쌓인 것 같거든.

원피스는 랭앤루, 신발은 에잇 by 육스, 귀고리는 쥬얼카운티, 반지는 믹시마이 제품.

이번 EP 앨범 역시 시작점은 이별인가? 맞다. 한때 이별하고도 몇 년이나 잊지 못하고 그리워한 사람이 있었다. 당시엔 늘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그 사람이 내게 돌아온다면 나는 언제든지 다시 돌아갈 것 같다고, 무조건 흔들리고 말 거라고. 그런 마음이 었기에 새로운 사람이 찾아온들 끝내 연애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상대에게 연락이 왔는데 참 이상하게도 별 감흥이 없는 거다. 그토록 오래 기다리던 상대와 대화하는 순간에도 나는 ‘바쁘다’, ‘할 일이 많다’는 걱정만 했다. 상대에 대한 단순 변심이라기보다 이제 나는 일이 중요하고 일을 훨씬 사랑하는 사람으로 변한 거다. 이런 내용으로 쓴 곡이 이번 앨범에 있다.

그 노래가 세상에 나오면 상대는 제법 아플 것 같다. 아무래도 자신의 이야기니까. 그렇지. 자신의 경험을 가사로 쓰는 작사가의 딜레마다. 상대는 자신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길 바라지 않을 수 있고, 더구나 상대에게 상처 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작사가는 작사를 멈출 수 없다. 심지어 내가 쓴 가사는 무조건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키워드도 ‘작사가’다. 가사를 쓰며 밀려오는 죄책감에 대해선 오래전부터 말하고 싶었다.

실화를 소재 삼는 작사 방식은 해당 인물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학대하는 일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쨌든 잊고 있던 이별이라는 감정을 마음의 깊숙한 서랍에서 꺼내 다시 들여다 보는 과정이니까. 아주 괴롭지. 지나간 추억을 떠올리며 가사를 쓸 땐 시간이 아무리 오래 지났다 한들 눈물이 펑펑 쏟아진다. 스스로를 학대하면서까지 가사를 쓰는 이유는, 나와 비슷한 시련으로 아파할 사람들이 내 가사에 공감하고 위로를 얻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작사를 멈출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도 옛 연인들에게 계속 미안해질 것만 같은데…(웃음).

사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이별 노래가 차트를 모조리 석권했다. 요즘 시대 헤이즈보다 이별에 찰싹 달라붙어 이를 노래하는 가수는 참 드문 것 같다. 그렇지. 게다가 당시엔 가수들이 그냥 이별도 아니라, 진짜 처절하고 절절한 이별을 노래했다. 사실 내가 즐겨 듣는 음악도 전부 1990년대에 발매됐다. 윤상, 이문세, 변진섭, 신승훈 선배님의 노래는 웬만해선 내 플레이리스트에서 사라지지 않는 편이다.

왠지 당신은 한때 ‘국민 SNS’로 통한 싸이월드도 참 열심히 했을 것 같다. 맞다!(웃음) 다행히 감성에 취해 낯간지러운 글을 남긴 ‘흑역사’는 없다. 오로지 배경음악으로 고른 노래를 사람들이 많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창 열심히 했지. 프리스타일의 ‘그리고 그 후’와 캔디맨의 ‘일기’는 최장 시간 내 싸이월드를 장식한 배경음악이었다. 중고등학생 시절엔 힙합에 빠져 다이나믹 듀오, 배치기, 드렁큰타이거, 에픽하이의 음악도 자주 틀었다. 그 당시엔 가사도 직접 써 부르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공연장에서 공연을 펼친 건 아니었지만. 내 음악의 리스너는 오로지 친오빠 한 명뿐이었다(웃음).

원피스와 블라우스는 사카이, 반지는 제이미앤벨 제품,

순전히 ‘나’에게서 길어와 가사를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소재 고갈이나 자기 복제를 의식할 수밖에 없지 않나? 그렇다. 한때 많이 한 고민이다. 그런데 매번 어딘가에 부딪힐 때마다 인생에서 새로운 일을 겪으며 영감을 채워간 것 같다. 계속 이런 과정의 연속이겠거니, 생각하며 이제는 소재 고갈 걱정은 좀 덜어냈다. 원래 내 가사는 모두 일기장에서 비롯됐는데, 최근엔 하나의 세계관을 정립하고 곡을 작업하기도 한다. 거창하게 세계관이라 말했지만 쉽게 풀자면 이런 거다. 나는 사람 간의 인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 것 같다. 이걸 깊게 파고들면 한 사람은 전생을 통과해 현생에 도착한 거라 믿게 되는데, 그런데 잠깐만, 내가 딱히 종교가 있는 건 아니거든?

딱 불교 신자가 윤회론 펼치려는 분위기였는데? 하하. 이번 생에 내가 상대에게 너무 큰 도움을 받고 있으면, 전생에는 내가 상대의 은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반대로 내가 상대로 인해 너무 힘들다면, 전생에 갚아야 할 빚이 있어서 이토록 괴로워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이걸 사랑으로도 연결시킬 수 도 있다. ‘내가 살아온 모든 역사가 결국엔 ‘너’를 만나기 위한 과정이었구나’라고 깨닫는 거지. 그러면서 ‘네가 설령 나를 기억하지 못해도 이번 생이든, 다음 생이든, 그다음 생이든 계속해서 난 널 찾을게’라고 다짐하는 거지.

엄청 낭만적이네. 문득 당신의 사랑관도 궁금해진다. 확실한 것은, 못 볼 꼴을 전부 보면서까지 힘겹게 사랑하는 건 난 못하겠다. 그런데 내 ‘짝’이라 생각되는 사람이 나타나면 사소한 문제 하나까지 전부 맞춰줄 수 있다. 그건 하나도 어렵지 않다. 나에게 사랑이란 ‘~해서’를 ‘~해도’로 바꿔가는 과정이다. 이를테면 서로가 너무 사랑하다 보면, 바빠‘서’ 못 만나기보다 아무리 바빠‘도’ 잠깐의 틈을 내서 만나는 것처럼.

원피스는 윈도우센 제품.

사람을 제외하고, 당신이 기꺼이 사랑하게 되는 대상이 있다면 무엇일까? 어떤 물건이어도, 관념이어도, 분위기여도 좋다. 나에게 안정을 안겨줄 수 있는 모든 것. 그런 의미에서 꽃도, 동물도 내겐 사랑이다.

일기장의 한 조각 같은 당신의 가사를 보며, 늘 당신의 일기가 궁금했다. 가장 최근에 남긴 일기를 들려줄 수 있나? 엄청 쑥스러운데? 잠깐 휴대폰 좀 보겠다. 202059일 오전 1시간 50분에 남겼네. 가장 감성 충만할 때라 살짝 걱정되는데?(웃음) 첫 문장이 이렇다. “눈물 버튼이 될 옛 추억.” 요즘 힘들 때마다 과거 찍은 강아지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혼자 웃는다. 지금은 웃음 버튼인 이 사진들이 강아지가 떠난 뒤엔 눈물 버튼이 될 거라 생각하며 이런 글을 남겼지.

피처 에디터
전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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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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